월명산(시산제 산행)

 오늘은 비 예보가 있었다. 물론 시산제가 열리는 충남 서천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버스 4대가 이동하는 메머드급 시산제 행사에 비가 내린다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제단 설치도 어려운 일이고,

 행사 진행은 말할 것도 없고 하산 후 식사문제도 해결해야 할 크나큰 난제다. 모두들

비가 내리지 않기만을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현지로 출발하였다. 현지에 도착했을 때

도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늘 또한 금방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서둘렀다. 어떻게든 비가 내리지 전에 시산제를 마쳐야 하겠다는 일념에서이다. 우리

의 기돗발이 먹혔던 탓일까? 천지신명께서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받아들이신 것 같았

다. 비는 행사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고 우리가 귀경할 때까지도 오지 않았다.

 

“시산제 축문”

 

 어언 세월은 흘러, 단기 4352년 이월 초나흗날, 오늘 저희 안양산죽산악회 회원

일동은 서해바다의 거침없는 풍광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의

월명산 정상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명들을 알뜰히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아뢰옵나이다.

 

 지난 한해에도 하늘아래 산과 물과 나무와 풀과 바위를 비롯한 모든 자연의 구성체

들이 저마다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했으며 저희

들은 그 멋진 산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바로 그 산길을 걸었던 순간순간마다 우리

들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안전하고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신령님께

감사드리옵나이다.

 

 신령님이시여! 우리 회원 모두는 산을 배우고 산을 닮아가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

자 안양산죽산악회라는 아늑한 둥지에 모였습니다. 여느 해처럼 올 한해도 무거운 배

낭을 둘러 멘 우리들의 어깨를 굳건하게 하여주시고, 때로는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

드는 우리들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힘든 험로에 이르러서도 단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신령님이시여! 저희가 지금 신령님을 알현하고 있는 이곳 월명산은 서천군이 자랑하는

명산 중의 하나로 “등산이란 반드시 숨이 턱밑에 찰 정도로 힘들게 올라야 하고, 또 오

랜 시간 올라야 산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비인면 일대가

한눈에 보이고, 산세 또한 험하지 않아 정상에서 이어지는 능선코스는 마냥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참으로 편안하고 분위기 있는 곳이랍니다.

 

 신령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저희 산죽산악회 회원들도 저 월명산의 아름답고도 편안한

산세를 닮아 더욱 돈독한 우정으로 서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더없이 좋은 사람이

되게 하여주시고, 회원과 그 가족이 더욱 건강한 가운데 모든 소망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성취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길 간절한 마음을 담아 축원의 시산제를 올리나이다. 이제

여기에 저희가 정성을 모아 술과 음식을 준비했사오니 기쁘게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어 주옵소서.^^

 

   - 단기 4352년 이월 초나흗날, 안양산죽 산악회 회원일동 -

 

 산행 일시 : 2019. 3. 10(일)

 산행 코스 : 성내리~ 비인중학교~ 월명산~ 관적곡산성~ 불당곡산성터~ 비인향교~ 주차장

             * 시산제 행사 후에 국립생태원 견학

 

월명산을 소개한 글이다.▼

평화로운 비인면 성내리 마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