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시산제는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위치한 봉수산에서 개최했다. 여느 해 처럼
올해에도 해발 483.9m의 야트막한 산에서 모든 회원들의 한 해 안전산행을 산신령
님께 기원하는 성스러운 예식을 갖었던 것이다.
물론 기독교인인 나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탐탁하게 생각할 일만도 아니지만 종교
와는 상관없이 여러 회원들의 안위를 위하는 일이어서 주일인데도 교회 예배도 빠
지고 기꺼이 시산제에 응했었다.
오늘 시산제에 관한 세부 이야기는 아래 시산제 축문과 생생한 현장에서의 한 장면
한 장면의 사진으로 대신코자 한다.
산행 일시 : 2018. 3. 11(일)
산행 코스 : 봉수산(자연휴양림)~ 봉수산~ 갈림길~ 내상산~ 숲속의 집~ 자연휴양림
산행 시간 : 약 2시간(제12회 시산제 산행)
“시산제 축문”
어언 세월은 흘러, 단기 4351년 정월 스무나흘 날, 오늘 저희 안양산죽산악회
회원일동은 예당저수지가 한 눈에 보이는 절경을 간직하고 있는 충남 예산군 대
흥면의 봉수산 정상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명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아뢰옵나이다.
지난 한해에도 하늘아래 산과 물과 나무와 풀과 바위를 비롯한 모든 자연의 구성
체들이 저마다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했으며
저희들은 그 멋진 산길을 걸었습니다. 바로 그 산길을 걸었던 순간순간마다 우리들
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안전하고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신령님께
감사드리옵나이다.
신령님이시여! 우리 산죽회 회원 모두는 산을 배우고 산을 닮아가며 그 속에서 하
나가 되고자 안양산죽산악회라는 아늑한 둥지에 모였습니다. 올 한해도 무거운 배낭
을 둘러 멘 우리들의 어깨를 굳건하게 하여주시고, 때로는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
드는 우리들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힘든 험로에 이르러서도 단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이곳 대흥면은 “의좋은 형제이야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벼 베기를 끝낸 가을밤,
형제는 서로 상대편의 살림을 걱정해 자신의 볏단을 몰래 가져다주었습니다. 형은 갓
분가한 동생의 살림이 어려울 것을 걱정하며, 동생은 부모님을 모시고 큰 살림을 하는
형의 살림을 걱정하며 밤마다 몰래 자신의 볏단을 옮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 밤 그렇게 자신의 볏단을 상대편 볏단이 있는 곳으로 옮겼지만
자신의 볏단은 좀처럼 줄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형제는 볏단을 옮기는 도중
에 만나 서로가 상대편에게 몰래 볏단을 옮겼던 사실을 알고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고 합
니다. 신령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이처럼 아름답고 의좋은 형제처럼 저희 산죽회 회원들도
더욱 돈독한 우정으로 서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더없이 좋은 사람이 되게 하여주시고,
회원과 그 가족이 더욱 건강한 가운데 모든 소망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성취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길 간절한 마음을 담아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는 이곳 봉수산에서 축원의 시산
제를 올리는 바입니다. 이제 여기에 우리가 정성을 모아 술과 음식을 준비했사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어 주옵소서.^^
- 단기 4351년 정월 스무나흘 날 안양산죽 산악회 회원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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