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몸 컨디션이 썩 좋지않은 상태에서 금북정맥을 다녀오고 난후, 근 10 여일을 몸살로 고생을
했었다. 그러다가 조금 몸이 포송포송해 질 무렵에는 몸살 후유증인지 입술포진으로 또 며칠을 고생
해야 했었다.
생각같아서는 오늘 산행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시산제 축문을 작성해서 낭독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
던지라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행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이 탓일게다. 작년까지만
해도 감기나 몸살 따위는 늘 남의 얘기처럼 들려지곤 했었는데 그 불운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건강해야 한다. 일단 건강하고 나서 다른 일들을 생각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모든 소망하는 일들이 다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그 의미를 느낄 수 없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그러
니 건강관리는 특히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처지에서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흑성산 시산제 산행은 정상까지 한 시간 정도면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게 흑성산은 벌써 세 번째 찾는 산이었다. 올 때 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지척에 있는 독립기념관
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큰 맘 먹고 시산제 행사를 마치고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산행 일시 : 2015. 3. 8(일)
산행 코스 : 아홉싸리 고개~ 헬기장~ 흑성산성~ 독립기념관~ 제1주차장
산행 시간 : 약 3시간
산행 들머리인 아홉싸리 고개이다.▼
초입부터 산길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정상 헬기장에서 내려다 본 천안시가지의 모습이다.▼
하산길은 독립기념관 방향으로 이어진다.▼
시산제 뒤풀이 장소인 대형식당이다.▼
“시산제 축문”
어언 세월은 흘러 단기 4348년 정월 열 여드렛날, 오늘 저희 안양산죽산악회 회원일동은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얼이 서려있는 독립기념관의
뒷자락인 이곳 흑성산 정상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명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아뢰옵나이다.
하늘아래 산과 물과 나무와 풀과 바위를 비롯한 모든 자연의 구성체들이 저마다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내며 한편의 정취 있는 시와 함께 한 폭의 아름다
운 풍경화를 만들어준 산길, 그 산길을 걸었던 지난 한해에도 우리들의 발걸음을 지켜보시
며 안전하고도 평안하게 산길을 걸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신령님께 감사드리옵나이다.
신령님이시여! 우리 모두는 산을 배우고 산을 닮아가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안양산죽
산악회라는 아늑한 둥지에 모였습니다. 올 한해도 무거운 배낭을 둘러 멘 우리들의 어깨를
굳건하게 하여주시고, 때로는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들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
록 힘을 주시고 힘든 험로에 이르러서도 단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저희들은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라도 함부로 대함이 없이 아름다운 자연
을 더럽히거나 파괴하지 않는 그러한 청결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고 산을 닮아가며 더없이 좋
은 사람이 되고자하나이다. 신령님께 거듭 바라옵건대, 저희들 회원과 그 가족이 더욱 건강한
가운데 모든 소망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성취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길 바라오며 간절한 마음
을 담아 이곳 흑성산에서 감사와 더불어 축원의 시산제를 올리는 바입니다.
이제 여기에 우리가 정성을 모아 술과 음식을 준비했사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
두어 주옵소서.^^
단기 4348년 정월 열 여드렛날 안양산죽 산악회 회원일동
■ 지금까지 가정의 기제사를 비롯하여 시산제 축문 등에는 일반적으로 틀에 박힌 문구와 단군
기원을 많이 사용하여 왔으나 일반국민들께서 이해하기 쉽고 보다 편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최
근에는 어려운 한자어 대신 가급적 알기쉬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연호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단군기원 대신, 서력기원을 사용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저희 안양산죽산악회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고 “연호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충실하고자
가능한 한 알기쉬운 우리말과 서력기원을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서력기원 사용은 아직은 시기상
조라는 의견도 있어, 금년 시산제는 딱딱하고 정형화된 문구는 탈피하되, 부득이 단군기원을 사
용하였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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