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가을에 서서...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 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반짝
윤이 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가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몰랐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소리도 들려옵니다.
목 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야 보이는
이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 이 해인 수녀님의 고은 글을 옮겼습니다.
일 시 : 2019. 10. 11(금)
여 행 지 : 포천 아트벨리
행사 주관 :시우회 동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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