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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기타 산행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을미년 새해 해돋이를 보기위해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오늘 해돋이 관람 장소는 수리산 관모봉이었다.

새해 첫날 새벽의 날씨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대로 참으로 혹독한 추위가 엄습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관

모봉 입구 육교 밑에서 하차하여 곧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날씨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추웠지만 다행

히도 새벽하늘엔 아직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근래 나는 허둥지둥이란 표현에 걸맞을 정도로 한 동안 별을 잊고 지냈었다. 바쁘게 살고 있

다는 이유로 밤하늘을 올려다 본지 이미 오래다. 하긴 밤하늘의 별들을 보려해도 볼 수 없는게 도시의 하

이겠지만 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변한 것은 공해로 뒤덮인 하늘처럼 온갖 탐욕

으로 가득한 우리들의 마음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성급한 마음에 너무 빨리 집을 나선게 아닌가 할 정도로 관모봉에 일찍 당도했다. 물론 관모봉의 이곳저

곳에는 새해를 맞이하려는 수 많은 인파들로 발딛을 틈이 없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해돋이

예정시간은 앞으로도 20 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한줄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수리산 관모봉에

서만 부는 것이 아니었다. 내 공허한 마음 속에도 불어닥쳤다.

 

 나는 한자리에 있지 못했다. 사람의 가슴속에 부는 바람은 분명 무엇인가를 찾는 갈망일 것이고 또 누군가

를 향한 그리움일 것이다. 무엇일까? 이토록 혼자서는 감당키 어려운 추위가 몰아치는 날 내안에서 이는 흔

들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오늘 불과 얼마 후에 떠오를 둥근 해를 맞이하면서 그 해답을 찾

게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벼슬아치들의 모자를 상징하는 이곳 관모봉에서 말이다.

 

 

 

 

  해돋이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손도 시리고 발도 얼얼했다.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내 생에 이런 추위는

열 손가락 안에 셀 정도로 흔치 않았을 것 같았다. 드디어 동녘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감돌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강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을미년 새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씩 사위가 밝아지고 천지에 붉은 기운이 진하게 감돌았다. 그렇지만 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의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듯싶었다. 아직 고요한 적막은 계속되고 있었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구름 속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민 태양이 눈에 잡힌다. 해가 돋는다.

"와아~!" 금세라도 관모봉이 무너져 내릴듯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것은 빨간 빛

의 찬람함이었다.▼

 

새해 태양은 장엄했다. 아름다웠다. 멋졌다. 겨울 태양은 여름에 비해 뿜어내는 열기가 적어서인지

비록 이글거림은 약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각별한 감흥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생빛이 살아서 뛰는 듯한 해는 붉은 기운을 일렁거리며 불길로 타고 출렁거리며 물결로 솟고 있었다.

그 선혈의 붉은 빛을 밀어올리며 황금빛 빛살이 뻗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붉은 빛은 황금빛과 섞이면

서  더욱 싱싱하게 살아오르고 있었다.▼

 

 

 

 

 해가 솟아오르면서 퍼져나온 햇살이 일시에 천지에 가득 차며 하늘이고, 땅이고 한덩어리로 붉게 물들었다.

그런 햇살은 나뭇잎에 풀잎에 샅샅이 스며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 같았다. 그것은 내가 여태껏 보았던 그 어떤

일출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아름다움이었다.

 

 일출,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지평선위로 해가 불쑥 솟아오를 때  나는 넋을 놓았다. 행복한 것 같았고, 슬픈 것

도 같았고, 두려운 것도 같았고 그 모두를 합쳐놓은 상태인 것도 같았다. 태양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펄펄 뛰

는 심장이라도 되는 양 구석구석 황금빛을 실어나르는 경이로움에 명치끝까지 파고들던 삭풍도 멈춰졌다.▼

 

 

 오늘처럼 수 많은 점처럼 이어지는 산들의 봉우리 너머로 솟는 해는 망망대해 속에 솟아나는 동해의 밋밋한

일출보다 가슴의 울림이 훨씬 큰 것 같았다. 그 진한 감동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새벽 바람을 가르며 관모봉

을 찾고 있는 것이다.

 

 힘차게 을미년 새해의 태양이 떠오르자, 그 붉은 기운에 매료되어 나는 소리 없이 외쳤다. 내 가슴은 쏟아질

것 같은 숨결만큼이나 벅차올랐다. 나는 거칠게 쏟아지는 숨결을 가라앉히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 곳에는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장엄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새해 일출의 뜨거운 환희는 맛볼 수 있었지만 일출에 맞춰 기도하겠다던 나의 작은 소망은 그

만 깜빡해버렸다. 날씨 탓이었을 게다. 너무 일출의 아름다움에만 기대고자 했던 속 좁은 마음 탓이었을 게

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미처 기도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게다. 기도는 관념의 산물 정도로 치부해버렸

기 때문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나의 기도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울리고 있었다. 하나님, 원하던

원치 않던 또 한 해가 시작되면서 나이테금 역시 보태지고 말았습니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남 보다 앞서 나가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별꼴일 것만 같습

다.

 

 째깍거리며 초침 돌아가는 소리는 왠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시곗바늘에 조롱당하면서, 시간의 노예노릇을

하면서 시계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자연적인 삶을 영위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잔잔한 삶의 여백을 음미해

가며 학처곱게 늙고 싶습니다. 제 뜻이 이러하오니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편하게 즐기게 하여주시

고, 한 가더 바라옵건데 제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게 하여주옵소서^^

 

 

관모봉 정상에서 힘차게 나부끼는 자랑스런 태극기의 모습이다.▼

 

 

 들머리와는 달리 날머리는 병목안이었다. 병목안 "두루터"라는 식당에서 새해 떡국을 먹기로

돼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린지가 깨나 오래되어 당연히 수리산 일대에는 눈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았던 나의 오판과 경솔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산 길은 빙판 길의 연속이었다.

 

고생고생, 조심조심 밧줄에 의존하며 천신만고 끝에 하산에 성공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겨울철 산행시에

배낭 속에는 아이젠 등 월동장비가 필수라는 평범한 상식을 외면했다가 큰 코 다칠뻔 했던 아찔한 순간

었다.

 

 퍽 오랜만에 병목 석탑을 통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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