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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100대 명산

33. 명지산

 

 

명지산.연인산 연계산행,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산행이었다.

지난 주 혹독한 한파속에 감행한 오대산 산행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은 추위속에 또 산길을 걸어야만 했었다.

그만큼 오늘 산행이 가져다 주는 의미가 각별했으리라.

 

그랬었다. 명지산은 가장 최근에 다녀 온 것이 10년 가까이 됐고 지금까지

모두 세차례 다녀 온적이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변변한 기록사진

하나 촬영하지 못했었다. 때문에 오래전 부터 "꼭 다시 걸어야지" 하고 마음

먹었던 산이었다.

 

헌데, 명지산 하나만 오르기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왕이면 연인산과 함께 연계산행을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때맞춰

수원권에 있는 어느 산악회에서 명지산.연인산 연계산행공지를 하였기에

눈여겨 봤더니 지난 해 12월 11일 만차(滿車)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별한 사전 설명도 없이 산행을 취소한 바로 그 산악회였다.

 

그 당시 이른 아침에 추위에 떨며 집결장소에서 한 참을 기다렸지만 차가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산행취소 사실을 알려준

바로 그 산악회였다. 하지만, 명지산에 대한 산행욕구가 너무 강했던 탓

이었는지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일랑 뇌리에서 빨리 지워버리기로 하고

설사 또 한번 실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그 산악회에 몸을 맡기기로 하였다.

 

제발이지 오늘 만큼은 "참 나쁜 산악회"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산행 일시 : 2011. 1. 22(토)

산행 코스 : 익근리~승천사~명지산~명지2.3봉~아재비고개~연인산~

소망능선~백둔리

산행 시간 : 약 7시간

안내 산악회 : 무지개 산악회

 

 

우리 집에서 바로 오면 두시간쯤 소요되는 거리인데도 수원. 신갈 등지의 산객들을

태워오는 관계로 무려 3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진은 산행 들머리인 익근리 주차장이다.▼

 

명지산은 해발 1,267m로 경기도내에서 화악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산이며 산세가

웅장하고 정상의 조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등산로와 병행하여 흐르는 익근리계곡은

명지산에서 발원하여 가평천에 이르고 있다.▼

 

익근리 계곡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혹독한 한파 속에 걸었던 지난 주의

오대산 산길과는 달리 오늘 날씨는 겨울날씨치고는 대체로 포근한 날씨

였다. ▼

 

명지산 승천사 일주문이었다.▼

 

명지산의 승천사는 이름과는 달리 그리 유서깊은 사찰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산길 옆에 있는 사찰이라서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불상의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는지 자세히 보면 불상의 입술이 빨간게

특징이다.▼

 

계곡을 따라 약 1시간 20분 거리에는 삼단폭포를 형성하여

물보라에 의한 영롱한 무지개빛을 이루는 일명 무지개폭포라고도

불리우는 명지폭포가 있다.

 

비교적 러쎌이 잘된 계곡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명지산은 4.7km를 남겨두고 있었다.▼

 

능선에 접어드니 하얀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깔딱고개를 한걸음 한걸음 걸어올랐다.명지산은 경기도의 최고봉답게 그 정상에

오르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힘이 들었다. 마음도 급했다. 왜냐하면 연인산과

연계산행을 하려면 아재비 고개에는 늦어도 1시 30분 안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

이다. 별로 신청자가 없는 듯 했다. 명지산만 편안하고 여유롭게 산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드디어 해발 1,267m의 명지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의 주변 조망이 좋았다.

매서운 북서풍이 힘들고 지친 육신을 할퀴고 지나갔지만 정상에 오른 뿌듯한

성취감은 산행의 의미를 배가시켜 주었다.▼

 

좁디 좁은 공간에 아스라히 자리하고 있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터트렸다. 디카가 없던 시절에는 이처럼 기록사진 하나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정상에 설치돼 있는 길라잡이다. 나는 명지2봉을 향하여 걸어나가야 한다.▼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기온이 상승하여 나무의 줄기가 녹기 시작

하면서 거무잡잡한 나뭇줄기에 백색의 조화가 겉잡을 수 없이 황홀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

 

거뭇거뭇한 나목들이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음울하게 서 있는 풍경은

한폭의 동양화, 그 자체였다. 그것은 회색껍질의 나무위에 하얀 순백의

물감을 곱게 곱게 뿌려놓은 것만 같았다. 나는 명지2봉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나갔다.▼

 

명지2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눈이 많이 쌓여 있었으며 러쎌이 안된 구간이 많았다.

따라서 그만큼 힘이 들었다. 배도 고파왔다. 명지산만 오르는 사람들은 비교적 여유

롭게 행동간식으로 요기를 하였지만 정해진 시간내에 아재비 고개에 도달해야 하는

나는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실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내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길을 따라, 황홀하게 펼쳐지는 상고대의 물결을 따라

능선 길을 걷다보니 어느 새 해발 1,250m의 명지2봉이었다. 눈속에 박혀

있는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홀로 외롭게 걸어야 하는 산길이었기에

인증샷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홀로 걷게 되는 산길이었지만 오늘처럼 힘들게 힘들게 깊은 산길을

걷다보면 이상할 만큼 가슴 절절한 외로움도 저절로 사라지고 바깥세상의 온갖

어려움도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사진은 명지3봉이

었다. 정상석을 찾아 주위를 둘러봤지만 정상석은 보이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느낀 것이지만 산은 참으로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 만큼 내려가야

했고 내려간 만큼 올라가야 했다. 산은 언제나 걸은 만큼 다가왔다. 2km를 걸어왔으면

목적지는 2km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드디어 아제비고개에 이르렀다. 시간은

정해진 시간 보다 20분이 초과한 후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연인산은 이미 물건너

간 꼴이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우리 산악회의 산행지가 깔려있었다.

그리고 산행지에는 1시 50분 안에 도착한 사람에 한해서 연인산을 오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당초 계획보다 20분의 시간을 더 준 것이다. 그만큼 오늘 산행 조건이 어려웠

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려 4시간을 강행군했는데 남은 체력으로

과연 연인산을 무탈하게 오를 수 있을 것인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재비 고개에 이르기 전에 시간상으로 연인산에 오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요기를

해뒀기에 배고픔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연인산의 능선에 접어들었다. 바람이 무척 매섭게

불고 있었다. 명지산과는 판이하게 다른 날씨였다. 러쎌상태도 매우

엉망이었다. 짐작컨데 연계산행에 동참한 사람은 산행리더를 포함

해서 고작 대 여섯 분 정도밖에 되지 않을 듯 싶었다.

 

산행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많다. 그러나 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산을 아는 사람들은 산행이란 한번 가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한번 가보고 그만두고 만다면

어찌 그것을 산행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두는 산이라면 가 보고, 또 가는 것이다. 오늘 연인산도 마찬

가지였다. 줄잡아 10 여 차례는 올랐을 터임에도 우정과 사랑과

소망을 가져다 주는 아주 특별한 산이라기에 또 오게 된것이다.▼

 

 

"연인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연인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보지 못한다.

철쭉이 터널을 이룬 산 등성이와

들꽃이 수줍은 듯 맞이하는 풍경을....

 

연인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한다.

정상에 오르느라 힘겹던 목마름과

땀과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달다는 것을..

 

연인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깨닫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산에 오를 수 있도록

건강하고 대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여유롭다는 것을...

 

연인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이루지 못한다.

너와 나를 하나로 맺여주는 사랑과

우리 모두의 마음이 늘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해발 1,068m의 연인산 정상이다. 연인산은 명지산의 우목봉으로

불리어 오던 것을 가평군에서 1999년 연인산으로 고쳐 부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연인산의 모산은 명지산인 것이다. ▼

 

아직도 누군가를 향한 초록빛 그리움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우정능선, 연인능선, 소망능선, 장수능선, 청풍능선....

연인산은 능선의 하나 하나가 친근감 있는 언어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린 가슴을 여미며 연인산에 올라 자연만이

간직한 푸근한 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리 길고도 아득한 산줄기들을 걸어왔다니... 마음이 뿌듯했다.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속세에서 그 어떤 역경이 있어도 잘 이겨낼

것 같았다. 참으로 사람의 발은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연인산 정상에서 바라 본 명지산의 전경이다.▼

 

정상에서 소망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가파르기가 이를데 없었다.

스틱을 잘 활용했지만 워낙 먼 거리이고 거친 산길이었기에 다리가

아파왔다.▼

 

드디어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산행 경력 수십년인 내게 처음으로

오른쪽 허벅지에 쥐가 난 것이다. 앞으로도 갈길은 먼데 큰 일이었다. 더구나

일행도 없는 나혼자만이 걷는 산길이었으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도 없었다. 고통을 참아가며 두 스틱에 의존,

안간힘을 쓰며 절룩절룩 걸어나갔다. 다행스럽게도 조금 지나니 통증이 가시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기회에 건강하게 날 낳아 쑥쑥 자라게 해주신 우리

어머님께 거듭거듭 감사드린다.▼

 

드디어 백둔리 계곡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뒤풀이 장소까지는 무려

1시간 가까이 더 진행해야 했었다. 춥고 배고프고...설상가상으로 다리도 아프고..

손이 몹시 시려왔지만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허겁지겁 식사도 하고 막걸리도

마셨다.

 

당연히 명지산만 오른 사람들은 연인산과 연계산행을 했던 다섯 분들 보다

1시간 이상 일찍 하산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명지산만 오른 분들 중에서 두분이 아직도 못 오셨다는 것이다.

결국 그 분들은 우리가 도착한 시간 보다 무려 2시간이나 더 늦게 도착하였다.

 

결과적으로 그 분들로 인해서 우린 껌껌한 밤에야 그곳을 출발하여 늦은 시각에

귀가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시도한 가까운 수도권 산행에서 늦은 시간에

도착하게 되니 답답하고 황당했다. 우리 모두가 다시한번 산행예절에 대해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체력도 고려함이 없이 전혀 준비 안된 상태로 원정산행에 동참해도

되는 것일까? 과연 산악회 측에서는 미안하다는 아무런 의사표시도 없이

무려 두어 시간씩이나 두분을 위해서 많은 분들을 기다리게 해도 되는 것일까?

 

특히나 가평군 일대는 경춘선 전철개통 등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여 개별적

으로도 얼마든지 귀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번에 이어, 오늘역시 산행을

마무리 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끝내 나를 실망시켜버린 산악회가 미웠다.

 

<100대 명산 선정사유>

경기도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1,468m)과 가평천을 사이에 하고 있으며,

강씨봉, 귀목봉, 청계산, 우목봉 등 산세가 웅장하고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점 등을 감안하여 선정되었다.

20여km를 흐르는 산 동쪽의 가평천 계곡과 익근리계곡의 명지폭포가 유명하고, 명지산 일대의 산과 계곡

들은 경기도내에서는 첫째가는 심산유곡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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