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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강원권 산행

오대산(비로봉,상왕봉)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두렵고 살인적인 기상 요소는 추위라고 한다. 오늘 오대산 산행은

한마디로 이 같은 혹독하고 살인적인 한파를 몸소 체험하면서 산길을 걷는 고행, 그 자체

였다.물론 이번 추위가 갑자기 찾아온 한파가 아닌 예고된 추위라고는 하지만 이런 한파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몇 번 있을까 말까하는 그리 흔한 추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재앙이었다. 산행하는 시간 내내 추위와 싸워야 했으며, 무모하게 산행을 감행한

철부지같은 행위에 대하여 후회하고 또 후회한 하루였었다. 한편으론 세상에서 추위를 가장

잘 극복한다는 에스키모 인디언인 이누이트 사람들이 한 없이 존경스러워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였었다.

 

최근 오대산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백두대간 마루금 걷기의 일환으로 재작년 10월24일

진고개에서 약수산을 넘기 전에 동대산을 거쳐 두로봉을 걸었던 적이 있고, 그 보다 멀리는

7년 전에 직원들을 대동하고 오늘 바로 이 코스를 다녀 간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도 추웠긴

하였지만 오늘 같은 한파는 아니었다.

 

실로 바보스럽고 우매한 선택이었지만 기왕지사 산길을 걷기로 마음 먹은 거, 모든 걸

잊고 의미있게 걷기로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였다. 오늘 오대산 산행은 상원사에서  비로봉에

오른 다음, 다시 상원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인 B코스 산행과 비로봉에서 상왕봉을

경유, 두로봉 갈림길을 거쳐 상원사로 돌아오는 A크스 산행의 두가지 형태로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물론 나는 A코스 산행을 선택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기왕 산길을 걷기로 마음 먹은

바에야 불심 가득한 오대산의 속살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느껴보고자 하는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산행 일시  : 2011. 1. 15(토)

산행 코스  :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두로봉갈림길~북대암갈림길~상원사

산행 시간 : 3시간 50분

안내 산악회 : 모락산 산악회

 

 

오대산 산행들머리인 상원사 주차장이다. 스페치는 차안에서 이미 끝냈었지만

아이젠은 차안에서 하면 안되기에 차에서 내려 착용하였다. 아이젠을 착옹하는

데에도 손이 곱아서 애를 태워야 했었다. 오늘 산행이 얼마나 힘드는 지를 미리

예고해주는 듯 싶었다.▼

 

 

 

안내 길라잡이이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었지만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겨울철 날씨는 투명한 날이 추운 법이기 때문

이다. 비로봉은 3.3km의 거리에 있다.▼

 

 

 

 

비교적 걷기 순탄한 임도길을 따라 걸었다. 두터운 장갑으로 무장한 손이라고는

하지만 그 장갑을 낀 손이 몹시 시려서 스틱을 올바로 쥘 수가 없었다. 장갑에서

손가락을 뺀채, 장갑 안에서 손가락끼리 서로 마찰을 일으켜가며 손시러움을

달래주었다.

 

어느 산우님께서 겨울철 산행시에는 요리용 비닐수갑을 착용하고 다시 그 위에

두터운 장갑을 끼우라고 하셨는데 그걸 깜빡 잊고 만 것이다. 나는 그만큼 준비에

소홀한 사람이었다. 사진은 오대산 상원사 표석이다.

 

 

오대산은 산 자체가 신앙이다. 오대산 곳곳에는 부처의 숭고한 뜻이

깃들어있다.오대산은 또 일찍이 일연이 나라 안의 명산 중에서도 불법

(佛法)이 가장 번창할 곳이라고 칭송한 산이다.

 

상원사 표석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적멸보궁 표석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다.▼

 

 

비로봉 길라잡이다. 비로봉은 2.1km를 남겨두고 있었다.▼

 

 

중대 사자암이다. 신라 진골출신인 자장율사(590경~658경)는 당나라에서

공부할때 문수보살로부터 부처의 머리뼈 한 조각을 받았다고 한다. 부푼 꿈을

안고 귀국한 자장율사는 부처의 정골사리를 바로 이 중대암 적멸보궁에 모시고

이를 중심으로 북대. 남대.서대.동대에 오류성중이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기도를 했다고

한다.

 

중대암은 언덕의 지형지물을 잘 이용한 특색있는 건축물이다. 마치 휴양시설을

방불케 한다.▼

 

 

 

 

비로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 종무소 앞마당을 통과해야 한다.▼

 

 

눈이 내린 산길이었지만 깨끗했다.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길을

스님께서 말끔히 비질을 해놓으셨기 때문이다. 참으로 산길은

정갈했다. 그 어떤 티끌이라도 그 길위에 놓이는 것을 조금치도

허락하지 않은 듯 했다.▼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주위의 적을 멸하고 나라를 보호할 활을 말하는

것으로 신라시대때 통일 군주인 문무왕은 이런 취지로 사천왕사라는 절을

건립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적멸보궁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라를 보호할 활이라는 뜻이지만

그것은 사물이 아니라 나라를 부흥하게 할 사찰 즉, 절을 의미하는것으로 이를

달리 말하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을 말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므로 불단(수미단)은 있지만 불상이나 후불탱화를 모시지 않은 것이 특징

이고,

 

다만 이 법당의 바깥이나 뒤쪽에는 사리탑을 봉안했거나 계단(戒壇)을 설치한

경우가 많다. 흔히 적멸보궁하면 양산의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등 자장율사의 5대보궁을 주로 열거하나, 그 외에

금강산 건봉사, 대둔산 안심사, 지리산 법계사, 선산 도리사 등 많은 적멸보궁이

있다고 한다. ▼

 

 

비로봉은 이제 700m만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드디어 해발 1563m의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 오대산의 유래는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오대산이라 불리기도 하며,

 

또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에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 당시 공부했던

중국 산서성 청량산의 다른 이름인 오대산과 매우 흡사하다하여 명명했다고도 

한다. 지장율사가 지은 작은 띳집은 후에 월정사가 되었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 사진이고 뭐고 다 싫었다.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

나고만 싶었다. 그래도 자연이 부리는 교태는 너무 자연스러웠고 너무 아름

다웠다. 한떨기 눈꽃으로 피어 난 나무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기도 하였지만

온 몸이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때문에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

 

 

 

 

오대산은 1975년 2월 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오대산은 비로봉,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들어서 있으며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 아래로는 천혜의 비경 소금강이 자리잡고 있다.

 

소금강의 유래는 노인봉을 시작으로 동쪽으로 펼쳐진 기암들의 모습이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음 차례는 상왕봉이었다. 상왕봉은 2.3km

거리에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한파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길가 숲에는 아름다운 눈꽃이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이 있었기에 어느정도 위로가 되었다.

그 황홀함이 있었기에 다소나마 쌓인 피로가 잊혀지는 듯 했다.

 

주목 위에 피어 난 눈꽃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랴. 할 말이 없었다. 입이

닫혀져 버렸다. 일단 추위 때문에 닫혀진 입은 백색 절경앞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못하고 말았다. 한 줄기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기가 느껴졌다.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어서 빨리 이곳을 피하고 싶었다. ▼

 

 

 

 

해발 1491m의 상왕봉이었다. 상왕봉은 비교적 넓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강원도 여느 산과는 달리 조망 또한 일품이었다. 다만, 맹추위 덕에 그 조망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것이 유감일 따름이었다.▼

 

 

 

혹독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산악회에서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리본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 나의 몸도 바람에 흔들렸다. 손끝이 시리다 못해

아려왔다. 손가락이 떨어져나가는 듯 아팠다.

 

 두로봉까지는 3.5km였다. 두로봉은 백두대간 마루금상에 위치하고 있다.▼

 

 

 

배가 고파왔다. 그러나 마땅히 먹을 장소도 없었지만 설령 그럴만한 장소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이 추운 날씨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냥 걸어나갈 수도 없었다. "춥고 배고프다."는 말처럼 추위와 배고픔은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없을 듯한 장소를 잡아 요기를 달래기로 하였다. 준비해 간 과매기

요리를 펼쳐 놓으려는데 도저히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금새 노란 배추가 얼어

버렸다. 장갑을 벗고는 젓가락을 잡을 수도 없었다. 손이 곱아버리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애꿎은 고량주만 마시고 과매기 요리는 철수하기로 하였다.

 

사진은 두로봉(북대사)갈림길이었다.▼

 

 

다시 산행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상원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당초 산행예정 시간 6시간 보다 무려 2시간 10분이나 단축한

3시간 50분만에 왔다. 날씨가 너무 추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한 채, 마구 마구 달려왔기 때문이다.

아직 B 코스를 선택한 산우님들 중 후미는 당도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산행기를 정리하는 이 시간, 두 귀가 거북스러워 만져보았다.

빨간 귀가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무겁게 아팠다. 참으로 혹독한

한파 속에 힘든 산행을 한 것이다.

 

만용과 오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명확히 알게

해주었으며, 특톡이 그 값을 치루게 해주는 듯 싶었다.

동상인 것이다. 가벼운 동상이었으면 좋겠다. 며칠만 고생하고

말끔히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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