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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강원권 산행

구봉대산

 

 6월 26일 무박산행으로 진행된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인 미시령~진부령 구간을

다녀온 후 7월말에 금정산을 다녀왔고 그 뒤로 내 산행 시계는 그것으로 멈춰버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왜냐하면 그 동안은 세속의 생활에 너무나 깊숙이 개입돼 있었

기에 산행 다운 산행을 단 한차례도 못했기 때문이다.

 

"뜻이 있으면 길은 있다."고 했던가, 벼르고 별렀던 구봉대산의 산길은 어느 순간

내게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것도 만 3개월 여만에 떠나는 첫 지방

나들이에서 말이다. 이 얼마만에 떠나 보는 여행인가? 이 얼만만에 느껴 보는

산맛인가?

 

산들산들 가을 바람만 불어오면 나는 예외없이 가을 산에 마음이 끌리어 들뜨게

되고 소위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바람이 아닌  내 마음의 바람끼가 동했었다.

보고싶고 그리워 했던 것들과의 만남은 더 없는 청량제나 다름없다. 바로 가을산이

그랬었다.

 

보고 또 보아도 신물이 나지않고 산과 산들이 구름 속에 몸을 숨긴 채 건네는 무언의

말을 들으며 잡힐 듯이 다가오다 달아나는 그 구름 속에 내 마음을 맡기면서

나는 가을산에 대한 예찬의 노래를 쉼 없이 부르곤 했었다. 퍽이나 오랜만에

떠나보는 그러나 아직은 다소 때가 이른듯한 가을산, 그럼 이제부터 구봉대산의

베일을 하나하나 벗겨보기로 하자. 

 

     산행 일시 : 2010. 10. 2(토)

     산 행 지  : 구봉대산(강원 영월 소재)

     산행 코스 : 법흥사~1봉~9봉~법흥사

     산행시간 : 약 3시간 30분

    

 

사자산 법흥사 일주문이다.▼

 

 

법흥사는 통일신라 말기 선문 9산 중 사자산문의 중심도량인 흥령선원지의

옛터이다. 자장율사가 이 절을 창건했으며 도윤국사와 정효국사때 크게

산문이 번성하였다고 한다. ▼

 

 

법흥사의 금강문이다. 여유가 있었다면 경내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오후에 비소식도  있고해서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구봉대산은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의

천하 복지 명당터를 보호하는 우백호의 역할을 하는 산으로 아홉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구봉대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 산은 각 봉우리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의 과정을 봉우리 명칭으로 사용하여 이색적인 감흥을 주고 있다. ▼

 

 

나무의 마음을 차분히 읽어보았다. 평범한 글이었지만 자칫 지나치기 쉬운

글귀였다. ▼

 

 

1봉 정상은 2.0km를 남겨두고 있었다. 1봉만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다소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리라. ▼

 

 

이곳이 마지막 계곡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였다. 수통에 물을 채우라는 친절한

안내 멘트도 있었다. 고마웠다. 이 조그만 정성과 배려에 산꾼들은 눈물이 나도록

고마워 하는 것이다. ▼

 

 

정상은 아직 1.3km를 남겨두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오르는 산이었기에 다소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 ▼

 

 

드디어 제1봉인 양이봉이었다.

아기를 잉태한 어머니의 마음은 오로지 뱃속의 아기가 건강하기만을 바랍니다.

삿된 것을 보지 않고 선한 것만 들으며, 오직 아기의 기운 찬 미래만을 꿈꾸지요.

돌아보면 누구든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꿈이라는 소중한 씨앗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꿈이라는 씨앗 또한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은 꿈을 위해 무엇을 주고 있습니까?

 

 

 

1봉을 조금 지나니 곧바로 제2봉인 아이봉이었다.

자식 키우는 어버이 맘을 어디에 비길까요? 어린 시절이란 늘 어버이의 뜻에

어긋나기 일쑤입니다. 앞으로 가라하면 돌아서기 바쁘고, 오른 쪽으로 가라하면

왼쪽만을 기웃거리던 시절, 그때를 돌이킬 때면 사람되기 위한 한때였다고 웃어

넘기고 말지요. 하면 지금 나의 어리석음은 어떻게 할까요. 미래의 나도 한때의

어리석음였다고 웃어 넘길 수 있을까요? 오늘의 한 생각은 내일의 삶을 결정하는

근원이 됩니다.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제3봉인 장생봉이다.

어른이 되면 부모의 품을 떠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날개 짓을 배운 새는

어미를 떠나고 사냥법을 익힌 동물은 초원으로 향합니다.홀로서기의 시작은 외롭

습니다. 어버이 품을 떠나서야 비로소 부모 맘을 알게 되지요. 모든 걸 이룰 줄

알았던 확신도 시간이 지나면 빈틈을 보입니다. 부딪쳐 깨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당신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극복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당신의 두려움은 무엇입니까?

 

 

 

제4봉인 관대봉이다.

3층 누각을 지으려면 1층부터 굳건히 세워야 하지요. 때론 1층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름다운 3층만 지으려는 어리석은 이들도 많습니다. 누구나 꿈을 이루려 하지만 1층의

중요함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목표인 3층 누각의 꽃만 바라보기 일쑤이지요.

마침내 삶의 목표인 아름다운 꽃이 눈 앞에 다가왔을때 3층 누각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기둥조차 못 세운 사람, 2층을 짓는 사람, 3층에 오른 사람.

당신은 누구입니까?

 

 

 

멀리 아스라이 고즈넉한 분위기의 법흥사가 보인다. ▼

 

 

제5봉인 대왕봉이다.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온갖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안겨주는

기다림의 선물이지요.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지난날을 망각의 늪으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영광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망각의 늪은 더욱 깊어지지요. 발뒤꿈치를

되돌아보라 -照顧脚下(조고각하)-

그럴수록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진지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뒤꿈치는

어디쯤 서 있나요?

 

 

 

전망대로 향했다.지금까지 거쳐 온 봉우리 중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바로 6봉인 관상봉이었다. 구봉대산의 최고봉인 것

같았다. ▼

 

 

 

관상봉으로 향하려는데 길가에 회괴한 모양의 물체가 눈에 띄였다. 이름하여 남근목이었다.

어느 분이 나무 가지를 잘 깎고 다듬어서 멋진 작품을 완성시켜 놓은 것이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얼마나 만졌던지 매끈매끈하였다. 특히 이 남근목은  여성분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

 

 

제6봉으로 향하는 길은 목재테크로 잘 다듬어진 계단도 있었다. ▼

 

 

드디어 제6봉인 관상봉이었다.

삶이란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만든 약으로

감기를 치료하며, 어느 작곡가의 음악에 취해 밤을 밝히기도 하지요. 이렇듯 직.간접으로

관계된 모든 인연들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줍니다. 오늘의 내 발자국은 뒷날 다른 이의

이정표가 되지요. 모든 선은 받들어 행하고, 모든 악은 짓지 마라. -衆善奉行 諸惡莫作-

당신은 그 누구의 삶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을까요.

 

 

구봉대산의 찬가이다. ▼

 

 

구봉대산의 유래이다. ▼

 

 

관망봉은 역시 그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

 

 

해발 870m의 구봉대산 정상이다. 깔끔하고 아담한 정상석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산의 정상석들이 저렇게 설치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

 

 

정상에 있는 멋진 고사목이다. 물론 뒤로는 천길 낭떨어지이다. ▼

 

 

제7봉인 쇠봉이었다.

태어난 것은 소멸하는 게 자연의 법칙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우주조차도

생성하는 순간부터 소멸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오로지 지구라는 조그만 위성에

기대어 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만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려 하지요. 욕망과

집착이라는 마음지음때문이지요. 그 순간이 지나면 이슬처럼 사라질 마음이건만

욕망과 집착은 마음 속에 둥지를 틀고 떠나려 하질 않습니다. 당신은 어떠합니까?

 

 

 

제8봉인 북망봉이다.

죽음이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삶을 완성시키는 거룩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죽음의 시간이란 늘 두려움을 앞세웁니다. 욕망이 남은 탓이지요.

욕망이 떠난 자리엔 평온과 안락만이 남습니다. 육신은 삶이라는 거센

강물을 건네 준 땟목과 다름 없습니다. 강을 건네 준 땟목이라하여 지고

갈 수야 없겠지요. 땟목을 버리는 연습 해보셨습니까?

 

 

9봉으로 향하는 길목에 구봉대산 정상석이 또 있었다. 공교롭게도 높이도 해발 870m로

6봉 전망대에 있는 깔끔한 정상석과 똑 같았다. ▼

 

 

 

오늘 구봉대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제9봉 윤회봉이었다.

좋은 업을 심으면 좋은 과보를 맺고, 나쁜 업을 심으면 나쁜 과보를 맺는다.

-善因善果 惡因惡果(선인선과 악인악과)-

지난 날의 삶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따라 달라집니다. 삶을 다하고 맞이 할 또 다른 세상에서의 당신 모습.

생각해 보았나요?

 

 

 

멀리 겨울산으로 유명한 백덕산이 보였다. ▼

 

 

하산길에서는 억새가 피어났다. 아직 철 이른 감은 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보였다.▼

 

 

드디어 도로로 내려섰다. 이곳은 백덕산, 구봉대산, 사자산의 산행 들머리이기도 했다. ▼

 

 

어느 가게집의 뜰에 봉숭화꽃이 만발해 있었다. ▼

 

 

길가에는 가녀린 꽃대의 코스모스도 만발해 있었다. ▼

 

 

천사 나팔꽃이라고 한다. 이꽃은 꺾꽂이로도 아주 잘 살아난다고 한다.▼

 

 

귀경길에 덕평리 휴게소에 들렀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중 이만큼 잘 단장된

휴게소도 그리 흔하지 않으리라.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휴게소 뒷편 쌈지공원에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호수나 시냇물도 가을이 되면 드높게 개인 하늘을 닮아서인지

맑고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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