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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사진첩/천왕봉~추풍령

안성리-동엽령-백암봉-횡경재-지봉-대봉-빼재

 

 

당일 당일의 구간별 "백두대간 마루금 걷기계획"이나 일반 "산행계획"이 세워지면 나는

본능적으로 자료를 검색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자료 검색은 주로 몇 권의 백두대간에 관한 서적과  

일반 산행안내 책자 등에 의존하며 부수적으로 이미 다녀 온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서 생생한 산행

경험을 덧붙이면 거의 완벽한 자료가 된다.

 

내가 산행에 앞서 자료검색이다 뭐다해서 이렇게 부산을 떠는 이유는 이렇다. 우리가 몇 사람이서

차를 몰고 어느 특정의 목적지에 간다고 가정해 보자. 몇 사람 중의 누군가는 운전을 직접 하면서

갈테고 또 한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 갈테고 그 나머지는 뒷좌석에 앉아 무심결에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이다. 처음 출발할 때 부터 목적지까지 도달했을 때의 이동

경로에 대하여 운전자는 상세히 알 수 밖에 없고 그 다음은 조수석에 탄 사람일테고, 나머지

뒷좌석에 탄 사람들은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와는 상대적으로 이동 경로에 대해서 무지할 수 밖

에 없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목적지까지 안착하기 위해서 다른

탑승자들 보다는 미리 관심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산길도 마찬가지이다. 산꾼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그 산에 대해 미리 알고 산길을 걸었을

때와 아무런 준비나 생각없이 무작정 산길을 걸었을 때의 그 감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마치 별자리의 이름을 알고 밤하늘을 우러를 때와 전혀 백지상태에서 별밤을 대했을 때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리라.

 

산행 일자 : 2010. 1. 16(토)

산행 코스 : 안성리-동엽령-백암봉-횡경재-지봉-대봉-빼재

산행 시간 : 약 7시간

안내 산악회 : 경기우리 산악회

 

 

오늘 산행 들머리인 빼재(920m)에서 내렸다. 자료검색을 해보니 빼재는 사람들이나 동물들의

뼈가 많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해서 뼈재라는 이름을 지녔던 곳이라고 하였다. ▼

 

 

그런데 막상 표지석을 보니 수령(秀嶺)이었다. 수령(秀嶺)이라면 빼어난 고개라는 뜻이 아닌가?

어느 것이 맞는지 당최 헷갈리기만 하였다. ▼

 

 

빼재는 신풍령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갖었다. 이곳에서 부터 온전하게 덕유산 국립공원구역이다.▼

 

 

본격적으로 산길에 접어들었다. 산길엔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러셀이 돼있지 않았다. 오늘 산행이

얼마나 험란할지를 미리 짐작해 볼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신풍령에서 이제 겨우

1.0km를 걸어왔을 뿐이다. ▼

 

 

갈미봉(1,210m)에 이르렀다. 그런데 온 천지가 하얀 눈천지라서 하얀 정상석을 놓치고 말았다.

나중에 산악카페에서 다른 분의 사진을 보니 정상석이 있었다. 그거라도 훔쳐와야 했다. ▼

 

 

산은 참으로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 만큼 내려가야 했고 내려간 만큼 올라가야 했다. 산은

언제나 걸은 만큼 다가왔다. 2km를 걸어왔으면 목적지는 2km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

 

 

지나 온 능선을 뒤돌아 보았다. 사진으로만 보면 나무들 사이에 가려 눈이 그다지 많이 쌓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며칠 사이에 덕유산 자락에는 엄청난 눈이 내렸었다. ▼

 

 

눈 속에 빠져 산길을 걷는 막내이의 뒷모습이다. ▼

 

 

선두가 러셀을 하고 지나갔다고는 하지만, 워낙 많은 눈이 쌓여 큰 효과는 없었다. ▼

 

 

해발 1,342m의 못봉에 올랐다. 지봉(池峰)이라고도 불리우는 것을 보면 옛날에 이곳에 못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

 

 

 

 

산길 중에 어느 곳은 엄청난 눈이 쌓여있었다. 때로는 조난사고도 우려되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만

할 길이었다. 안내판의 받힘목이 거의 눈속에 파묻혀 있었다. ▼

 

 

백두대간의 마루금에는 저처럼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저 눈길을 뚫고 걷기에는 너무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린 회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마루금을 무시하고 약간씩 우회하여 걷기도

했었다. ▼

 

 

대봉을 넘어 횡경재(1,342.7m)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나와 막내이는 배낭을 매고 서있는 자세에서

행동식으로 떡과 빵을 먹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송계사 삼거리까지는

아직 3.2km를 남겨두고 있었다. ▼

 

 

오늘처럼 힘들게 힘들게 깊은 산길을 걷다보면  가슴 절절한 외로움도 저절로 사라지고 바깥세상의

온갖 어려움도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우리 막내이에게도 오늘 같은

힘들고 어려운 산행을 통해 험란한 세상을 헤쳐 나갈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생겨나기를 바랬다. ▼

 

 

우리 막내이에게 있어서 오늘 산길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보였다. 무려 서너 차례를 내가 먼저

앞으로 나가 일정한 장소에서 기다려야 했었다. 눈탓도 있었지만 산행컨디션이 최악인듯 싶었다.

눈 속에서도 푸른  기상을 저버리지 않고 의연하게 서 있는 저 산죽들처럼 막내이도 꼭 그렇게 성장

했으면 좋겠다. ▼

 

 

드디어 송계삼거리에 이르렀다. 이곳을 중심으로 소위 덕유평전이 펼쳐진다. 덕유평전은 지리산의

세석평전과 쌍벽을 이루는 산상고원이다. 세석이 분홍 철쭉꽃으로 유명하다면 이곳은 붉은 털진달래

꽃과 노란 원추리 꽃이다.  막내이 보다 먼저 도착한 나는 이곳에서도 막내이를 무려 20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었다. ▼

 

 

향적봉은 불과 2.1km를 남겨두고 있었다. 마음이 설레였다. 비록 백두대간의 마루금에서는 비껴

있었지만 덕유산의 최고봉인 1,614m의 향적봉(香積峰)을 바로 지척에 두고 갈등이 생긴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막내이 생각에 아무런 결단도 못내리고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었다. ▼

 

 

비록 백두대간의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긴 하여도 덕유의 맹주인 향적봉을 알현지 않고 어찌 덕유의

품을 벗어날 수 있으랴. 그러나 오늘은 향적봉에 대한 그리움만 남겨둔 채 동엽령으로로 향해야만

했다. 그 대신 먼발치에서 가벼운 손짓으로 안부만 전하고 몇년전 이맘때 사진으로 대체코자 한다.▼

 

 

 

 

동엽령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 있는 소나무이다. 눈에 파묻혀 힘들어 하는 소나무 잎을 타고 고드름이

주저리 주저리 열려있다. ▼

 

 

 드디어 덕유산의 큰 고개인 동엽령이다. 막내이가 다른 산악회 팀들과 뒤엉켜 따라오질 못했다.

답답했다. 추월하는 테크닉이 아쉬웠다. 바로 직진하면 지난 번에 걸었던 무룡산으로 가는 길이다. 

하는 수 없이 추위를 무릎쓰고 또 막내이를 기다려야만 했었다.▼ 

 

 

시간은 벌써 다섯시를 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필시 어둠이 내릴텐데 걱정이었다.

아직도 막내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우린 이곳에서 안성탐방소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안성까지도 무려 4.5klm의 거리이다.

드디어 막내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으로 내려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내가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 ▼

 

 

동엽령에서 하산하면서 솔도령과 서어낭자의 사랑이 여전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두 나무의

사랑은 변치않고 있었다. 죽도록 사랑하는 듯 싶었다. 나도 저렇게 절절한 사랑 앞에서는 저 나무들

처럼 삶과 죽음을 초월할 수 있을까. 아마도 못 다한 사랑이 많은 탓이리라. 미처 거두지 못한 그리움이

가슴에 가득한 탓이리라. 젊은 날, 제대로사랑을 택하지 못한 탓이리라. ▼

 

 

 

막내이가 다른 산악회 팀들과 엉켜져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쏜살같이 나 홀로 뛰어내려왔다. 막내이가 이곳에 도착할 시간은 언제일지 나도 모른다. 무작정

기다릴수도  없어서 300m 거리에 있는 칠연폭포를 다녀오기로 했다. ▼

 

 

 

 

울창한 수림사이의 비단결 같은 암사면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에 패인 일곱개의 못이 한줄로 늘어

서서 칠연을 만들었고 옥같이 맑은 물이 일곱개의 물에 담겨 잠시 맴돌다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쏟아

지기도 하면서 일곱 폭의 아름다운 폭포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눈에 쌓여 확인할 길이

없었다. ▼ 

 

 

 

칠연폭포를 구경하고 안성탐방소에 최종적으로 도착한 시간은 늦은 6시였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있었다. 날씨도 추워졌고 덩달아 배도 고파오기 시작했다. ▼

 

 

칠연폭포를 다녀 온 사이에 막내이도 탐방소에 도착하였다. 손이 곱고 추위가 엄습해 왔지만 허기를

달래야 했기에 간단히 뒤풀이에 합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