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출 산행에 이어서 오늘은 새해들어서 첫번째 대간 산행이었다. 어제 밤 늦게 귀가
하였던 터라 다소 피로가 누적돼 있었고, 연말의 송년모임에 참석하느라 술병으로 인한 후유증이
잔존하고 있었기에 산행 컨디션이 최악의 상황이었다. 더구나 오늘 산행은 남진산행을 취하는
바람에 안성 탐방소에서 긴 긴 산길을 걸어 올라야 했다.
우리 막내이 역시 지난 번 대간산행을 감기로 빠졌었기에 실로 오랜만에 참여하는 산행인지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피하지
말고 마음 편히 걷기로 했다. 오늘 산행 들머리인 안성 탐방소는 덕유산 일반 산행을 할때 그간
몇 차례 거쳤던 곳이라 낯이 익어 있었다.
산행 일시 : 2010. 1. 2(토)
산행 코스 : 안성탐방소~동엽령~무룡산~삿갓봉~황점
산행 시간 : 약 6시간
안내 산악회 : 경기우리 산악회
산행 들머리인 안성 탐방소이다.
동엽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두 나무의 절절하고 생생한 사랑이야기가 있었다.
"솔 도령과 서어 낭자의 사랑이야기"
우리는 이렇게 백년을 같이 했습니다. 우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진 않았지만 그래도
모자람이 많아 앞으로도 이렇게 백년을 같이 하렵니다. 이제 우린 함께 있는 설레임 보다 포근
하고 편안한 마음이 먼저랍니다. 첫눈 내린 추운 겨울 날에도 천둥 번개 치는 소나기 내리는
날에도 항상 우린 서로 감싸 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지만 우린 아직도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습니다. 당신에게 난 너무 부족하지만 내 사랑을
받아 준 당신께 항상 감사하며 순간의 감동보다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당신을 나는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일시적인 사랑의 감정보다 진실에 믿음이 더 하여진
영원한 동반자인 그런 사람이 바로 당신이기에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랬었다. 그것은 연리지나 연리목의 사랑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종이 다른 나무가 서로
엉켜 저토록 절절히 감싸 안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각기 자기 색깔은 유지한 채로..
동엽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지루했다. 날씨도 영상의 기온인듯 엄청나게 더웠다. 땀이 많이 나서
산행속도가 무척 더딜 수 밖에 없었다. 막내이를 아무리 쫓아가려 해도 도무지 체력이 딸려 어렵다.
해발 1,320m 의 동엽령(冬葉嶺)에 이르렀다. 동업령은 덕유산을 사이에 두고 영호남 보부상들이
지방토산품을 사고팔기 위해 왕래하였던 고개라고 한다. 그렇게 포근했던 날씨도 동엽령에 올라
서니 눈과 강풍을 동반한 추위로 돌변하고 말았다. ▼
추위도 피하고 간식도 먹을 겸해서 비교적 바람이 약한 곳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건너 방향은
향적봉으로 향하는 구간이다. ▼
우리가 진행해야 할 삿갓재 방향이다. 막내이의 뒷 모습이 보인다. ▼
해발 1000 고지가 넘는 산이라서 그런지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어두운 잿빛 날씨에 산행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막내이의 모습도 그리 밝지 못했다. ▼
동엽령을 출발하여 2km를 걸어왔다. 무룡산까지는 2.1km를 더 진행해야 한다. ▼
해발 1433m의 돌탑봉이다. 훤히 트인 정상에 돌탑이 있다고 해서 그냥 돌탑봉이라고 부르게 되었
다고 한다. 날씨는 춥고 컨디션이 최악이라서 얼굴이 초췌하기 이를데 없다. ▼
무룡산으로 가는 길에 커다란 주목 한 그루가 눈폭탄에 맞은 듯 시름거리고 있었다. 눈의 무게에
짓눌려 금새라도 육중한 나무 줄기가 무너져 내릴 것말 같았다. ▼
해발 1491.9m의 무룡산에 이르렀다. 무룡산은 용이 춤을 추는 형상을 가진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였을까. 용을 숭상하는 동양의 가치관 때문이었을까. 무룡산은 '봉'이 아니라
'산'이라는 이름을 드물게 가졌다. 대체적으로 큰 산의 줄기에 속한 산들은 '봉'이란 이름을 갖는데
말이다. 1500m에 육박하는 무룡은 덕유산의 고유한 미덕인 부드러움이 돋보이면서도 정상부엔
제법 옹골찬 바위까지 보듬고 있다. ▼
무룡산 정상에는 어찌나 강풍이 몰아치는지 오래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간단히 기념사진만 촬영하고
황급히 내려왔다. 눈 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 몸의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기가 느껴
지면 필연적으로 배고픔이 뒤를 따르는 법이다. 마땅히 요기장소를 찾지 못해 산길에서 그냥 배낭을 맨채로
막내이와 빵 한 개씩을 먹고 삿갓재 대피소까지 줄달음질 쳤다. ▼
대피소 안으로 들어 가 간식을 먹었다. 피로가 극에 달했던지 막내이는 따뜻한 커피 한 잔만 시켜
먹고는 간식거리는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앞으로도 가야 할 산길은 요원한데 걱정이었다.▼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삿갓봉을 향해 걸어나갔다. 삿갓봉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었다.
그 길 위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었고 그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진행 속도가 느리다 보니 그 만큼
힘이 더 들게 마련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해발 1418m의 삿갓봉에 올랐다. ▼
강풍을 동반한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안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추웠다. 눈이 눈 속에 들어가니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나왔다. 눈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 만큼 아프기도
했고 견디기 어려운 추위였다. 막내이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부지런히 뒤를 따라 달렸다.
한 참을 달리니 막내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뛰었으리라.. 드디어 월성재에 이르렀다. 이제부턴 하산 길이었다. ▼
그러나, 산행 날머리인 황점마을까지는 무려 3.8km를 더 걸어야 한다. ▼
오늘 산행의 최종 날머리인 황점 마을이다. 원칙은 황점마을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여야 하는데
남진 형태의 산행을 취하는 바람에 졸지에 날머리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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