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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사진첩/금남정맥

제2구간(피암묵재~성봉~장군봉~성재봉~신성봉~백암산~백령고개)



 오늘은 금남정맥 제2구간을 걷는 날이다. 예고된대로 오늘부터 4구간까지는 무박산행으로 

이어진다. 내게 무박산행은 지금으로부터 꼭 6년전인 2010년 6월 백두대간 종주 마지막날

이후 처음이다.


 백두대간 마루금 이어걷기 당시 나는 백두대간 종주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무박산행을 하

지 않겠노라고 몇 번씩이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곤 했었다. 그만큼 무박산행은 힘들다. 특히

나이깨나 먹은 사람에겐 그 피로도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또 다시 무박산행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왔다. 바로 금남정맥 마루금의 제2구

간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 비정한 정맥팀의 대오에서 이탈하여 홀로 걷는 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다행히도 금남정맥은 총 10구간 중에서 3개구간 정도만 무박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참아 낼

수밖에 도리가 없다. 물론 내년부터 시작되는 호남정맥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오늘

은 금남정맥 이어걷기에 충실하기로 한다. 


 내가 지금껏 산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은퇴 후에는 최소 2억원 쯤은 있어야 궁색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경제신문의 협박이 무색하게도 내게 은행잔고는 점점 고갈돼 간다. 그래서 

나는 산을 갈 수 밖에 없다. 산행을 하면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한 잔하고 즐겁기만 하다. 


술이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하지 않으면 그냥 물일 뿐이라고 하잖은가?^^





산행 일시 : 2016. 6.18~19(토요무박)

산행 코스 : 피암묵재~성봉~장군봉~성재봉~신성봉~백암산~백령고개

산행 시간 : 10시간 30분




거의 뜬 눈 상태로 차를 타고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피암목재까지 왔다. 그리고 아침 요기를 하고

새벽 4시 30분경에 칠흑같은 어둠을 해드랜턴으로 밝혀가면서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산길을 걷는 동안 내 몸은 땀으로 뒤범벅되고 비를 맞은 것처럼 옷가지도 완전 적셔졌다.


 확실히 무박상태에서 산길을 걷기엔 내 나이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았다. 파릇파릇했던 삶이 어느 

덧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테지만 그러나 차마 버리지 

못하고 한 번 더 갖어보고 싶은 희망이 곳곳에 있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그것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라고 믿게 된다. 그 희망을 찾아 나는 오늘도 산길을 걷는다.

험한 밤길도 마다하지 않고 걷는다. 한 참을 걷다보니 "전기없는 마을 밤목리"라는 간판이 눈에 띄

였다.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라는 뜻인지, 아니면 친환경적인 마을이라는 의미인지..▼




해골바위는 정맥 마루금에서 빗겨나 있었다. 이름이 기이해서 잠시 다녀오고도 싶었지만 

그곳을 다녀올 만큼 나의 체력은 여유가 없었다.▼



 장군봉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산 정상근처에 다다르니 솔바람이 불어왔다. 산비탈을 

스쳐지나가는 솔바람 소리에도 가슴이 메어오고 내 영혼은 위태위태 흔들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바람은 더 없이 시원하고 고맙기만 했다.▼



거대하게 이어지는 금남정맥 산줄기의 모습에 나는 신음했다. 그 산은 나를 사정없이 끌어

당겼고 나는 그 산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그 산에 체포되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해발 738미터의 장군봉에 이르렀다.▼



패잔병의 무리처럼 모두들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물론 내 상태가 제일 안 좋았다.▼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인 해발 750미터의 금만봉이다. ▼








태평 봉수대 위에서의 나의 모습이다.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모습에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산길이

얼마나 처절했었는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해발 790미터의 신성봉 정상이다. 신성봉, 그 신성스런 이름과는 달리 

정상목의 모습이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해발 713미터의 왕사봉 정상이다.▼



새벽 4시 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해서 13시 46분이 됐으니 산행시간은 무려 9시간을

넘고 있었다. 그러니 저 늙은이의 몸 상태가 오죽하겠는가? ▼





해발 654미터의 백암산 정상이다. 백암산은 오늘 넘는 굵직굵직한 산 중에서 

맨 마지막에 넘게되는 산이다. 그러나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하다.▼



산행 시간 10시간째 우리는 독수리봉에 이르렀다.▼




우리가 백령산성에 도착했을 때에는 총 산행시간이 10시간을 넘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산행 날머리에 도착했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입도 탔다.

어디가서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한 옷부터 갈아입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씻을 곳이라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