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금남정맥 제2구간을 무박 종주할 때의 그 피로도의 여진이 너무 길어서 지난달의 제3구간
은 건너 뛰었다. 아니 앞으로도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무박산행은 단념할 계획이다. 그 이유는 자명하
다. 무박산행으로 얻는 이득보다는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이와같은 무박기피증이 먹혀들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 산악회에서는 통제구간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무박산행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이번 산행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아울러 또 한
가지 희소식은 당일산행이라 할지라도 8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무리한 산행은 가급적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같은 산악회의 긍적적인 산행방침에 따라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길에 나설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무더위 속의 산행이었다. 금년 같은 폭염속에 산길을 걷는 다는 것은 마치 용
광로 주변을 비무장 상태로 걷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기왕 폭염 얘기가 나왔으니 날씨와 일기예보에 대하여 잠시 언급해 볼까 한다. 원래 예보(豫報)란 미리
예상해서 알려주는 것이며, 확실한 사항을 통보해주는 것을 확보(確報)라고 한다. 따라서 일기에 관한
사항은 당연히 예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기예보를 얘기하다 보니 이미 기성세대는 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일기예보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걸쭉한 목소리의 김 동완 통보관이 떠오른다. 그런데 김 동완 통보관은 외출시에 항상 우산을 지참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만의 하나 비가 내렸을 경우, 기상청 예보관이 비오는 날씨도 모르고 비 맞
고 다닌다는 야유를 들을 까봐서 그랬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 말이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했다고 하더
라도 자연현상에는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기에 일기예보가 만능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폭염예보는 "구라청의 청개구리 예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무더위가 절정
에 이르렀을 때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더위 종료선언을 하는 기상청의 예보는 어쩌면 폭염보다도 더 덥고
답답한 또 다른 폭염이었다.
많은 국민들로 부터 지탄의 소리를 들으니 언제부터인가 기상청에서는 일기예보시에 "때에 따라서는...또는
곳에 따라서는..."이라는 면피성 전제조건이 붙는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스런 구라청의 태도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고가의 슈퍼컴퓨터까지 확보하고서도 언제까지 변명과 변칙스런 날씨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자, 그럼 이제부터는 짜증나는 날씨와 기상청의 답답한 모습을 멀리하고 금남정맥 본연의 산행에 빠져 보기
로 한다. 결과부터 말하면 오늘 산행 역시 당초 예상했던 소요시간 5시간 30분에서 7시간이 소요되는 퍽이나
힘들었던 산행이었음을 밝혀둔다. 물론 그 이유는 폭염 때문이었다.
'정맥 사진첩 > 금남정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남정맥 제6구간(무상사~관음봉~만학골재) (0) | 2016.10.16 |
---|---|
제5구간(황령재~천호산~천마산~양정고개~향적산(국사봉)~무상사 (0) | 2016.09.21 |
제3구간(백령고개~인대산~배티재~대둔산~새리봉~수락재 (0) | 2016.08.23 |
제2구간(피암묵재~성봉~장군봉~성재봉~신성봉~백암산~백령고개) (0) | 2016.06.20 |
제1구간(모래공원~조화봉~입봉~연석산~운장산~피암목재) (0) | 2016.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