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겨울날씨답게 추웠다. 아침 7시에 여느 때처럼 한성병원에서 산악회버스를 탔다. 추운 날씨탓에 산우들의 숨결은
금세 김이 되어 차창에 뽀얗게 서려졌다. 오늘은 강화의 마니산 산행이다. 마니산은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에 위치한 산이다.그 동안 여러차례 마니산을 찾았지만 소위 말하는 종주산행은 오늘이 처음이다.
산행 들머리는 분오리돈대이고 날머리는 후포항이라고 한다. 분오리고, 후포항이고 모두 생경스러운 이름들이지만 추운 겨울날 낯선 땅
의 이름을 외며 산길을 헤쳐나가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을 걷다보면 이처럼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이
그립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렇게 많은 산우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도 생뚱맞게 사람이 그립다니 언뜻 이해하기 힘들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고독 속에서도 더욱 찬연하게 빛날 수 있는 사색과 그 낭만을 즐길 줄 안
다는 것 일게고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 그리움도 당연히 행복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다.나는 오늘
철저하게 고독에 빠지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리운 고향집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마니산의 능선들을 걸어나갈 것이다.
산행 일시 : 2014. 1. 19(일)
산행 코스 : 분오리돈대~ 마니산 정상~ 참성단~ 하늘재~ 상봉~ 선수리(후포항)
산행 시간 : 5시간 21분
안내 산악회 : 안양 산죽회
평균 시속 2.6km, 바위능선을 거닐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오리돈대에서 바라 본 강화도의 아침이었다.▼
돈대(墩臺)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평지보다 조금 높직하면서 두드러진 평평한 땅"이라고 한다.
돈대는 옛 군사시설의 하나이며, 안내판에 표기된 설명으로 미뤄보아 포대인 듯싶다.▼
돈대 내부의 모습이다.▼
아침해는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밀어 그 빛살로 사랑하는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져주었다.▼
마니산, 30여 년 전 어느 소녀와의 첫 만남이라는 소중한 인연을 맺어 준 내 마음의 산, 그 마니산은 내겐 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산이었다. 하지만, 뒤돌아보기엔 너무 먹어버린 나이 탓일까? 그때 그 소녀의 미소를 생각하며 나
도 덩달아 멋쩍은 미소를 보내보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아주 작게나마 이렇게 엷은 미소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오
히려 슬픔으로 다가오고 만다.▼
우린 참성단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을 거닐면서 다시 바다를 쳐다본다. 그리고 그 소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정ㅇㅇ..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소녀의 이름만이 빈 귓전을 맴돌고 바다의 출렁임마저 보이지 않는다. 아~!
이제 나의 그리움도 그렇게, 그렇게 사라 질 것이다.▼
해발 472m의 마니산 정상이다.▼
참성단이다. 참성단은 단군께서 바로 이곳에(마니산 서쪽 제일 높은 곳) 돌을 쌓아 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전해진다. 아직도 개천절이면 제사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의 성화를 채화하고 있다.▼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 이 나무는 높이 4.8m, 뿌리부근둘레 2.74m, 수령 150년으로 추정되어진다. 전형적인 관목 모습에 나무깃이
단정하고 균형 잡혀있으며 참성단의 돌단위에 단독으로 서 있어 한층 돋보이며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우리나라 소사나무를 대표한다.
소사나무는 잎이 작고 줄기가 고목의 모습을 가져 옛부터 분재소재로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전통나무이나 문화재 지정사례는(2009
년 9월 16일 천연기념물 제502호) 최초이다.▼
바로 이곳에서 한 참을 햇갈려했다. 다행히 바른 길을 찾았지만 자칫 대형 알바를 할뻔 했다.▼
하늘재였다. 하늘재는 백두대간 마루금상에도 있었는데 그 이름이 정감있었다. 이곳 하늘재는 좁은 도로였지만 아직 산행은
끝나지 않았다. 이 하늘재를 바로 횡단하여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만이 비로소 오늘 산행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우린 선수선착장으로 향해야 한다.▼
드디어 산행날머리인 후포항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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