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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첫눈에 희망을 싣고...바라산, 백운산, 모락산

 

 

송년모임이다 뭐다해서 요새 부쩍 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다. 물론 요즘은 연말이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술을 마시기

위한 명분만들기는 참으로 식은 죽먹기이다. 비오는 날이라고 마시고, 눈오는 날이라고 마시고, 바람부는 날이라고 마

시고, 밤이라고 마시고, 친구만난다고 마시고, 밥먹는다고 마시고, 혼자라고 마시고, 둘이라고 마시고, 어제 마셨다고

마시고, 어제 안마셨다고 마시고, 피곤하다고 마시고, 피곤하지 않다고 마시고.. 뭐든지 갖다붙이면 다 술마시는 명

분이 된다.

 

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엄청나고, 그 부작용 또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술 마신 사람에 대

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술이 나쁘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곱씹어보면 실로 웃기는 말이다. 대체

술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 사고 칠 거 뻔히 알면서 술마시는 사람이 나쁜게지.. 나는 애초에 내가 술을 마시는 건

순전히 사람이 좋아서라고 생각했었지만 요즘에 와서는 사실 사람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것이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은 착하며, 솔직한 편이다. 술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랑 같이 하지 않으면 그냥 물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술만큼

인간적인 물질도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들 술을 마시면서 마음에도 없는 오직 취기만으로  "자기마음을 주겠다

고 한다."  아, 술에 취한 자들이여~ 원하지도 않는 마음을 주겠다고 하지말라. 제발 마음은 됐고, 술잔만 감사히

받겠노라. 언젠가 술자리에서 유쾌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나는 그날을 소주맛으로 기억한다. 목을 따라 내려가던

화학주의 그 쓰라린 냄새로 그날을 기억한다.

 

새로운 계절이 기다리는 산을 향해 가는 일은 설램과 함께 한다. 겨울이다. 눈이 내렸다. 사실 나는 계절의 변화에

둔감한 탓인지 첫눈이 내린줄도 모르고 있다가 오늘 산행 들머리인 백운호수 끝자락에서야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첫눈, 첫눈은 언제 내린 눈을 말하는 것일까? 금년들어 처음으로 내린 눈? 아닐 것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에도

눈은 얼마든지 내릴 수 있으며, 1월에 내린 눈을 첫눈이라고 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략 그 의미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학사전을 뒤져보았다. "그해 겨울이 온 뒤에 처음으로 내리는 눈"이라고 명

쾌하게 정의되어 있었다. 지금 내 앞에 내 눈으로 선명히 보이는, 며칠 전에 내렸을 것 같은 그 눈, 바로 첫 눈이었다.

등산화끈을 단단히 조이고 먼 눈으로 오늘 헤쳐갈 눈덮인 산길을 어루더듬어 본다. 절로 가슴이 뛰고 입가에 미소가 번

진다.

 

 

평균속도 2.2km/h, 어지간히 여유로운 산행을 했다. 이름하여, 경노당 등반.▼

 

 

청계산 방향과 갈라지는 사거리이다. 나뭇잎들은 거의 다 떨어져 바람에 쓸리느라고

메마른 소리들을 내고 있었고, 계곡을 울리는 물소리도 추위를 품고 있었다.▼

 

 

바라산은 가파른 계단길로부터 시작된다.▼

 

 

 

365희망계단, 일단 마음에 들었다. 희망, 그것은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이기에...▼

 

절기의 변화는 하늘에서 오되, 땅이 먼저 깨닫고, 살아있는 것들 중에서는 지심에 목숨줄을 대고있는

나무들이 제일먼저 깨달음을 다시 깨닫는 것인지 모른다.▼

 

오늘은 작정하고 24절기 해설판들을 촬영해왔다. 마음에 담아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보기 위해서다.▼

 

 

 

 

 

 

 

 

 

 

 

 

 

 

 

 

 

 

 

 

 

 

 

벌써 1년 24절기가 지나고 바라산 정상이었다.▼

 

 

 

해발 567m 백운산 정상이었다.▼

 

 

 

백운산 정상에서 모락산 방향으로 하산하는 가파른 길을 목재테크로 단장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덕분에 아이젠 없이도 쉽게 하산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빌려 의왕시 당국에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의 마지막 산인 해발 385m의 모락산 정상이다.▼

 

 

하산후에, 하산하고 나서 바로 이 집에서 술을 마셨다. 모두에서 그렇게나 술타령을 하고서도..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