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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못가본 길이 아름답다..청계산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이다. 1991년부터 한글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다고 하니 꼭 23년만에 법정공휴일을

되찾은 셈이다. 계절상으로는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의 엇갈림 길목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산행하기에 그만인 날씨이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혼자 산길을 걷고 싶었다. 살다보면 왜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것이 비탓이라고,

혹은 눈탓이라고..마음이 조금만 울적하고 뒤숭숭하면 그저 무슨 탓을 하고 싶은 날,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그런

날은 웬만하면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혼자 행동해야 한다.

 

책을 읽든, 취미생활을 하든.. 뭐든 끝까지 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 무엇, 이런 존재를 만나고 싶어하는 나이 지긋한

"마음만 청춘"들과 깔깔 웃으며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거, 오늘따라 이런 것이 몹시 싫었던 모양이다. 이제 자지러지

게 울던 매미의 울음소리도 그쳤다. 하늘이 활짝 열렸다. 오늘도 나는 산행이라는 고통의 바다, 외로운 사막을 헤쳐

나가야 한다.

 

"못가본 길이 아름답다."는 말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오늘은 청계산의 무수한 코스 중에서 유일하게 오른 적이 없는

화물터미널을 들머리로 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역시 아름다운 길이었다. 첫길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방해꾼 없는

나 혼자만의 호젓한 산행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집 앞에서 441번 버스를 타고 화물터미널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추모공원 방향으로 향했다.▼

 

 

바로 등로가 보였다.▼

 

 

 

길라잡이를 보니 "입맞춤길"이 있었다. 은근히 끌려 한 번 다녀오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다음을 기약해두고 옥녀봉으로 향했다.▼

 

산행시작 한 시간 여만에 해발 375m의 옥녀봉에 이르렀다.▼

 

 

옥녀봉에서 바라 본 관악산의 모습이다. 손만 내밀면 금세 잡힐 듯가까워 보였다. 청명한 가을날씨 탓이리라.

내 몸은 금방이라도 날 것처럼 등등해졌고, 눈은 가장 멀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씻겨져 있었으며, 심장은 모든

풍경위로 미끄러져 들어갈 정도로 이완되어 있었다.▼

 

옥녀봉을 떠나 이젠 매봉으로 향해야 한다.▼

 

관악산을 진산으로 하여 청계산은 좌청룡의 청룡산, 수리산은 우백호의 백호산..그럴 듯하였다.▼

 

매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을 만난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자세히 보면 계단 좌편에 하얀 바탕에 까만 숫자가

보인다. 바로 계단의 수만큼 그 숫자를 표시한 것이다. 일일이 힘이 들었겠지만 그 정성으로 인하여 수 많은 산객들이 힘

든 계단길의 지루함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계산의 정기를 받기위하여 돌문바위를 열심히 돌고있다.▼

 

청계산 충혼비, 왠지 한 번 들러보고 싶었다. 못가본 길이었기에...

 

해발 578m의 매바위다.▼

 

매바위에서 내려다 본 시가지의 모습이다.▼

 

곧이어 매봉에 이르렀다.▼

 

 

다시 혈읍재로 향한다.▼

 

 

정상인 망경대로 향한다.▼

 

 

해발 618m의 망경대이다. 물론 아쉽게도 정상석은 없다.▼

 

망경대에서 내려다 본 시가지의 모습이다. 우리가 사는 저 마을에도 싸울 일이 없는 사람들만 모여사는 마을,

어린이가 태어나고 늙은이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계절의 순환처럼 균형있게 이루어지는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높은 산에서 그런 풍경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싶다.▼

 

 

 

 

갈림길로 나왔다. 다음 방향은 과천 매봉이었다.▼

 

 

 

해발 369m의 매봉에 이르렀다. 청계산에는 두개의 매봉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조금 전에 들렀던 서초 매봉이고,

또 하나는 지금 보는 과천 매봉이다. 청계산에 올라서 두 개의 매봉을 보고 어러둥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

다. 나도 그랬었다.▼

 

 

 

 

 

날머리인 이미마을로 내려와서 다시 인덕원까지 걸었다. 인덕원에서 버스를 타고 모락산입구에서 내렸더니

아름다운 코스모스 꽃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코스모스 꽃길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나의 졸시 하나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코 스 모 스"

 

생생히 저려오는 그리움을 견디다 못해 소금바다로

뛰어들고 말았던 소녀의 영혼.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던

외롭고 척박한 땅위에 한 송이 꽃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이유 없는 슬픔이 가슴을 짓눌러 오는

가을의 길목에서 가는 허리로 아픈 사랑을 받혀주고
작은 잎사귀로  저녁노을의 울음을 달래주던 꽃

향기도 털도 없는 것이 그저 청순한 미소 하나로
이 계절의 연인들을 향하여 사랑은 왜 하느냐는 듯이
쓸쓸히 웃음 짓던 그리움이란 이름의 꽃

낮은 산등성이로부터
간지럽게 불어오는 실바람에도

연분홍색 소녀의 그리움은 그렇게 흔들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