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산 트레킹은 일정상 새벽 4시에 기상해야 했다. 다섯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1일 산행치고는 산죽회 산행보다 더 빨리 시작한 셈이다. 국내에
서도 이처럼 빨리 기상한 적이 없는데....우리들의 이 모든 고생과 불편이 청도행 선박의
지연 출발에 있다고만 한다. 그야말로 책임질 사람은 하나도 없고 선박타령만 일삼는다.
노산은 태산과는 확연히 달랐다. 노산은 태산에 비하여 덜 오염된 듯 싶었고, 인간의
때가 훨씬 덜 묻은 듯싶었다.
편편한 바위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한컷 땡겼다. 그 동안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눈만 감으면 금새라도 잠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지만 병풍처럼
이어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있어 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어제의 태산에 이어 오늘 노산 역시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지난 며칠간의 불편하고 짜증스러웠던 일들이 맑은 하
늘을 바라보는 순간 일거에 사라져버린 듯싶었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노산의 암릉은 호방한 조망과 회화적인 풍광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릉경관이라 하여도 전혀 무리가 아닐 듯 싶었다. 자연이 빚어 낸 작품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아~! 이 아름다움을 어찌 한 편의 시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 이 황홀함을 어떻게
노랫말로 담아 불러낼 수 있을까, 아~! 이 멋진 광경을 어떤 물감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노산의 정상 주변이다. 노산 트레킹은 다소 힘들었지만 적어도 저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안했다. 인생이란 여정도 잠시 쉬며 느끼는 이 흐뭇함이나 편안함 때문에 그 힘든
시절을 참고 견디는 것이 분명할게다.
아~! 장쾌하게 펼쳐지는 노산의 능선을 보라.그 모습을 보노라니 오늘 밤엔 문득 그리움의
등에 고요히 타던 불꽃이 치솟을 것만 같다. 마음 속 깊이깊이 흐르던 사랑의 용암이 무섭
게 분출하여 위태로운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황홀했던 노산 트레킹은 끝났다. 멋지고 꿈결 같았던 트레킹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허망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솟구쳤다."나는 지금까지 꿈을 먹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
금부터는 꿈을 만들면서 살아가도록 하자.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내 진심
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내면서 살아가도록 하자. 저승사자가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사랑
하고,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좋은 글도 많이 쓰도록 하자."
몇 년전 장가계의 화장실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청결해지긴 하였으나
아직도 비위생적인 면에서는 여전하다.
드디어 귀국선을 타기위해 위해항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우리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韓國 商品城"이란 간판도 눈에 띄였다.
(에필로그)
이제 가벼운 흥분을 가라앉히고 4박 5일간의 태산.노산 트레킹을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흔히들 여행은 자랑거리나 이야깃거리가 되어선 안된다고 한다. 또한 여행의 미학을 말함
에 있어서 여행은 눈으로 보려, 귀로 들으려 하지 말고 몸으로 느끼라고 말한다.
여행의 전 과정을 눈으로 보기만 하고, 귀로 듣기만 한다면 그 감흥은 그리 오래갈 수 없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받아들이고, 귀로 듣고 몸으로 온전하게 느껴져야만이 여행의 잔잔한 울림
과 그 여운이 오래토록 몸과 마음 속에 침잠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얼마나 이번
여행의 감흥을 온 몸으로 느꼈을까? 이제 그 속내를 드러내 본다.
중화민국, 중국인들은 중화(中華)를 가리켜 세계의 중심을 상징한다고 떠들어댄다.
그래서일까? 21세기로 들어오면서 중국은 공산국가로 대표되는 구시대적 이미지를 말끔히
벗어버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그들은 세계 최대의 인적자원과 광대한 국토,
그리고 그 땅에서 나오는 물질적 자원들을 등에 업고서 세계 최강의 국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 같은 웅대한 꿈을 실현하기까지에는 너무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것이
중국을 네 번씩이나 방문한 이방인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 인간의 발자국 하나 없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무릉도원에 왜 서양인들이 외면하고 있을까? 아니 서양인뿐이 아
니고 중국의 유명한 관광지에 자국인과 한국인을 빼고 외국인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중국은 이 물음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다. 그것은 한마디로 중국의 후진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곳곳에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형편없는 수준
이라는 것이다. 처음 중국을 방문할 때와는 달리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여관
보다 못한 호텔, 우리의 60년대 수준인 화장실, 낙후된 편익시설과 무질서는 중국이라는 땅을
다시는 밟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또 중국땅을 밟았다. 중국의 관광 인프라의 후진성을 탈피하는 것은 오직 그들
만의 몫일테이고, 온전한 나의 몫은 사람과 생활, 문화와 정서, 미래와 전망 등 그들을 이해
하려는 마음을 갖고 다양한 관찰을 통해 문제의식을 연마해 나가는 것만이 여행자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번 트레킹에 함께 해준 우리 안양산죽회 회원님들과의 소중한 인연,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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