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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사진첩/천왕봉~추풍령

괘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

 

오늘로서 내 나름대로 분류한 소위 백두대간 제1단계 구간(천왕봉~추풍령)도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게 된다. 따라서, 그 동안 경기우리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함께

걸어왔던 분들과도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맞게 된 것이다. 사람의 관계란 원래 만났다가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이라 하지만 막상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산행이라는 것이 동시에 출발하여 결국 똑 같은 코스를 걷게 되지만

개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고 산행의 속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진행하여 날머리에

동시에 도착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런 연유 등으로 인해서 지리산에서 이곳 괘발령

까지 마루금을 걸어오는 동안 어떤 분하고는 단 한마디의 말도 나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는다.

 

흔히들 산길을 걸을 때는 사람들로부터 해방되어 침묵의 상태에서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일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산행도 엄연한 인간관계의 한 축이라고 볼때는 산행 질서의

엄격한 잣대에서 다소 벗어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난 몇개월 동안

함께 산길을 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사람,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산이 늘 때 묻고 지친 사람들을 맑혀주고 그 품안에 안기게 하여주듯이 나 또한 함께 하였던

어느 님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같이 상큼한 미소를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백두대간 제2기팀 여러분들의 소중한 아이디들을 하나하나 기억코자 한다. 다시 또

산길에서 반갑고도 환한 미소로 만나길 기대한다.

 

 

산행 일시 : 2010. 4. 3(토)

산행 코스 : 괘방령~가성산~장군봉~눌의산~추풍령

산행 시간 : 약 4시간

안내 산악회 : 경기우리 산악회

 

 

황간 휴게소이다. 이곳에서 30여분 달리면 오늘 산행 들머리인 괘방령에 이른다. ▼

 

 

휴게소 건너 편에 우뚝 선 산은 백화산이다. ▼

 

 

오늘 산행 들머리인 괘방령이다. 괘방령 표지석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나는

괘방령은 비록 해발 300미터의 낮은 고개이지만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다. 빗줄기 떨어져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과 더불어 흐르고 남쪽으로 흘러드는 물은 낙동강과 하나 되어 흐른다.

 

 

경상북도 김천시 방향의 괘방령 도로이다. ▼

 

 

백두대간 괘방령에서 추풍령으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

 

 

산길에 접어들었다. 어느 방향에선가 꽃 향기를 싣고 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갔다. 부드러운 바람을

만나니 내 가슴은 한 없이 부풀어 올랐다. 봄은 이렇듯 한 줄기 바람에도 부푼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게

한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제 마음대로 자란 소나무가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

 

 

산 능선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내가 오늘도 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하는 얘기로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은 푸른 젊음을 지닌 그 산이 나를 편히 받아주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을 따라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경부고속도로이다. ▼

 

 

신갈나무 군락을 따라 한 참을 걸으니 가성산(716m)이었다. ▼

 

 

가성산 정상은 봄 기운이 완연했다. 봄 기운에 기대고 하늘에 떠 있는 듯 했다. 하늘을 걷는 듯

했다. 가성산은 백두대간의 길이었고 백두대간은 하늘 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백두대간을

하늘 길로 생각했던 옛사람들이 문득 그리웠다. ▼

 

 

가성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장군봉(長君峰, 627m)이 있었다. 이름은 그럴듯 했지만 변변한

표시석 하나 없었다. 그나마 백두대간 마루금 곳곳에 조그만 현수막을 걸어놓고 위치를 알려주는

늘 고마운 부산 낙동산악회가 있어  다행이었다. ▼

 

 

 표지석 조차 없는 장군봉을 지나며 느꼈던 아쉬움과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몸이 더욱 더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분명 앞서가는 사람도 쫓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모두들 서둘러 걸었다. 가야할 길이있다는 생각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는 사이에 어느 듯 눌의산(訥誼山, 743.3m)에 올랐다. ▼

 

 

 

눌의산 바로 밑에 있는 스템프 보관함이다. 산 정상에 왠 스템프? 이곳을 백두대간 종주대회의

반환점으로 정하고 선수들에게 반환의 증표료 스템프를 찍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경부고속도로,경부선 철도, 4번국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

 

 

눌의산을 내려섰다.

 

 

눌의산 등산 안내도이다. ▼

 

 

 매화꽃이 그 꽃망울을 하나하나 터트리고 있는 장면이다. ▼

 

 

백두대간은 눌의산에서 해발 200m의 낮은 고개인 추풍령으로 이어져 있었다. 고속도로가 대간

길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우리는 고속도로 아래로 난 지하통로로 들어섰다. 지하통로를 벗어나자

포도밭이 이어졌다. 백두대간의 분수령이 으레 그러듯이 추풍령은 물이 적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 곡식보다는과수가 잘 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논농사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온통 포도밭이었다. 대간 길은 포도밭으로 가로 막혀 있었다.

포도밭 가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추풍령 삼거리였다. ▼

 

 

추풍령이었다. 해발 200m의 낮은 고개여서 조선시대에는 부산과 한양을 잇는 작은 사잇길에

불과했던 고개이다. 그렇게 주목 받지 못하던 고개가 경부고속도로와 추풍령이라는 노래로 다른

높은 고개들보다 분주하고 주목 받는 큰 고개로 변화되었다. 경부고속도로가 백두대간을 지나는

유일한 곳이 바로 추풍령이다.

 

백두대간을 지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남상규라는 가수는 '추풍령' 을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가는' 고개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눌의산에서 내려선 추풍령은 고개라고

하기에는 좀 멋쩍은 느낌이 들 정도로 평지에 가까웠다. ▼

 

 

추풍령 표지석 앞에서 촌스럽게 기념사진을 찍은 후, 구름 머물고 바람 쉬어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보이는 낮은 고개 추풍령에 잠시 머물렀다. 바람과 구름 대신 머물렀다. 중년의 나이에

이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반드시 흥얼거리게 되는 유명한 노래 추풍령을 불러보았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이 노래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노래도 좋기도 했지만 추풍령을 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풍령은 분명 구름도 자고 갈 정도로 구절양장은 아니었다.▼

 

 

당초 계획했던 산행 시간은 후미 기준으로 다섯시간이었으나 산행 컨디션이 좋았던지 실제

산행시간은 네시간 남짓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간단히 추풍령에서 뒤풀이를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귀경하는 것 보다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월류봉을

다녀가자는 센스, 그것은 이 은학 대장님만이 가질 수 있는 탁월한 센스였다.

 

월류봉은 원촌마을 유래비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

 

 

원촌 마을의 소개 글이다.

 

 

달도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 표석이다. ▼

 

 

 

월류봉 관광안내도이다. ▼

 

 

이곳 월류봉은 드라마 "해신"의 촬영세트장이기도 하다.

 

 

월류봉의 멋진 비경들을 하나 하나 만난다.

 

 

 

 

 

 

 

 

<추가로 남기는 말>

백두대간 마루금, 어찌 어찌 하다보니 이제 딱 두간만 남았다. 그 동안 지리산 천왕봉에서 

이곳 추풍령까지 함께 걸어주셨던 여러 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여러분들과의 인연...

아름다운 인연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