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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호남권 산행

심방골~삼인산~투구봉~병풍산~천자봉~송정

 

금년부터는 소위 철밥통(당사자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이라고 불리우는 공직사회에서도 이른바

"의무연가"라는 이름으로 월 1회 이상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연가를 다녀오지 않으면 안된다. 외형적으로는

공직자의 여가선용 및 건강관리와 경기활성화가 주된 목적이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연가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기왕 연가제도가 바뀌었다면 과연 어떻게 연가를 보내야 가장 짜임새 있으면서도 그 목적에 온전하게 

부응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가고 싶은 산에 가는 것이다. 마침 평일(화요일과 목요일)에 출발하는 산악회도 

있고 하니 아주 잘 된 일이었다. 이렇듯 내게 있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2월의 의무 연가는 안내 산악회를

따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담양의 병풍산을 가는 것으로 그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산행 일시 : 2010. 2. 23(화)

산행 코스 : 심방골~삼인산~만남재~투구봉~병풍산~천자봉(옥녀봉)~송정(대방저수지)

산행 시간 : 약 5시간

안내 산악회 : 경기우리 산악회

 

 오늘 산행 들머리인 심방골 도로변에 위치한 등산 안내도이다. ▼

 

 

 

심방골의 평화스런 마을 정경이다. 마을 뒤로 아름다운 산들의 모습이 보인다. 투구봉에서 시작된 능선은

병풍산 정상인 깃대봉과 천자봉(옥녀봉)을 지나 용구산(왕벽산)까지 이어지며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

 

 

마을 귀퉁이 대나무밭을 지나 오늘 첫번째 오르게 될 삼인산으로 향했다.▼

 

 

삼인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처음부터 가파르게 시작되었다. 다행히 이곳이 따뜻한 남녘이라서 눈은 벌써 녹아

없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워 가벼운 티셔츠만 걸치고 걸어도 비지땀이 흘러내렸다. 산행리더의 말에 따르면

정상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라고 한다. 정상은 아직도 1km를 더 올라야 한다. ▼

 

 

드디어 힘겹게 해발 564m의 삼인산에 올랐다. 삼정승이 태어날 명당인 삼인산은 병풍산 남쪽에 삼각추처럼

솟아 있는 산으로 마치 사람인(人)자 세 개를 겹쳐 놓은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또한 기록에 의하면 삼인산은 태조 이성계가 국태민안과 자신의 등극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다가 삼인산을

찾으라는 성몽(聖夢)때문에 제를 올리고 임금으로 등극한 뒤부터 몽성산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삼인산을 통과하여 바윗길을 밧줄에 의지해서 엉금엉금 내려가면 울창한 송림과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만남재로 가는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임도를 따라 약 1.2km를 걸으면  바로 만남재가 나타나지만 나는 손쉬운

임도를 피해 힘들게 서쪽 산길로 올라섰다. ▼

 

 

산길은 미끄러웠다. 땅이 결빙되어 미끄러운게 아니고 결빙된 땅이 녹아내려 미끄러웠던 것이다. 어렵사리

소나무 능선에 올랐다. 능선은 아름답고 정겨웠다. 만남재는 1km를 남겨두고 있었다. ▼

 

 

만남재로 가는 길 역시 무성한 잡목길이 이어지고 급경사 길이었다. 한편으론 결빙된 흙길이 미끄러웠고 또 한편으론

결빙된 흙길이 녹아내려 미끄러웠다. 조금 전 임도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기만 했다. 만남재를 향하여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서 드디어 일을 내고 말았다. 약 2~3m를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미끄러져 내려와야만 했다.

당연히 바지는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ㅠ

 

바지가 흙물에 젖어 찜찜한 마음으로 만남재에 이르렀다. 배도 고파오고 갈증이 나서 마침 바람재에 설치된

간이 주점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시켜 마셨다. 그런데 문득 길라잡이를 보니 내고향 "장성"으로 가는 길이 안내돼

있었다. 그랬었다. 담양은 내 유년적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장성땅에서 바로 지척인 것이었다. 고향땅을

떠올리니 그리움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발걸음은 투구봉을 향하고 있었다. 투구봉 오르는 길 역시 가파른 길의 연속이었다. ▼

 

 

몇 그루의 소나무와 암릉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올라서면 해발 806m의 투구봉이다. ▼

 

 

투구봉을 찍고 내려 와 바로 밑 적당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였다. 무더운 봄날 산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이

일품이었다. ▼

 

 

지나 온 삼인산의 웅장한 모습이다. ▼

 

 

병풍산은 이제 단 500m만 남겨두고 있다. ▼

 

 

병풍산 정상이 다가올수록 뾰족하던 삼인산이 낮게 느껴졌다. 반면, 불태산과 병장산은 더욱 높게 보였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투구봉 너머의 두산이 불태산과 방장산인듯 싶다.▼

 

 

병풍산 정상인 깃대봉에 닿았다 정상 표지석이 앙증맞다. 병풍산은 글자 그대로 산세가 병풍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병풍산은 풍수지리상 좌우로 뻗어내린 능선들이 마치 지네 발을 닮아서 담양객사에 지네와 상극인 닭과 개를 돌로

만들어 세우고 재난을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없애버렸다고 한다. 고려 때는 몽고군이

침입해오자 부녀자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끊기도 했으며 또 영광 앞바다로 침투한 무장간첩들이 병풍산과

추월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루트로 이용하였으며, 1967년에는 병풍산에서 공비 2명이 사살되기도 했다. ▼

 

병풍산 정상은 해발 822m이다,

 

 

지나 온 능선을 뒤돌아 보았다. 삼인산, 투구봉, 깃대봉 등이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조금 전에 내려왔던 병풍산(깃대봉)의 모습이다. ▼

 

 

우린 다시 천자봉(옥녀봉)을 향하여 걸어나갔다. ▼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을 따라 올라서면 돌탑이 있는 천자봉(옥녀봉748m)이 반기고 있었다. ▼

 

 

천자봉은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무려 4개의 산을 오른 셈이었다. 내가 생각해 봐도

최근 며칠 사이에 참으로 많은 산을 올랐다. 그것도 임플란트 수술 이후 컨디션이 최악인 상태에서....

 

 

오늘 걸어 온 능선의 모습이다. ▼

 

 

산행 날머리인 대방저수지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은 숲이 울창하고 공기가 신선하였다. 가득 찬 저수지의 맑은 물을

보니 금년 한 해도 대풍(大豊)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송정마을에서 뒤풀이를 끝내고 바로 지척에 있는 광주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산행보고를 마쳤다. 아쉽지만 오늘은

목소리만 듣기로 하고 그 대신, 이번 주 일요일 산행 예정지인 내고향의 명산, 방장산에서 조우하기로 하였다.

송정 마을의 뒷산인 병풍산을 올려다 보았다. 참으로 멋지고 장쾌한 병풍 능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