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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짧은 시 모음




1. 가을 /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 놓은채 잠이들었습니다


 

2.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3.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4.-1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적이 있었느냐



4-2 바지랑대 끝

, 잠자리야  잠자리야 

  여기가 바로 너의 잠자리였구나


 

5. 낙엽 / 유치환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6. 호수 /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7. 짤막한 노래 / 박경원

정직하고 부드러운 빵

아름다운 푸른곰팡이를 피어내는군

자신이 썩었음을 알려주는군


 

8. ‘木星’ / 박용하

확실히, 영혼도 중력을 느낀다.

쏟아지는 중력의 대양에서

삶과 죽음을 희롱하는 시를 그대는 썼는가.

삶이 시에 빚지는 그런 시를 말이다


 

9. 지평선 / 쟈콥

그 소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모두였다


 

10. 後記 / 천양희

시는 내 自作나무

네가 내 全集이다.

그러니 시여, 제발 날 좀 덮어다오


   

11. 마른 나뭇잎 / 정현종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12. 그리고 삶 / 이상희

입술을 깨물어도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재채기 삼창


 

13. 시멘트 / 윤용주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부셔져본 사람만이 안다.


 

14. 서시 /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15. 사이 / 박덕규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정신은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


 

16. 후회 / 황인숙

깊고 깊어라

행동 뒤 나의생각

내 혀는 마음보다

정직 했느니

   


17. / 곽재구

여기 어이할 수 없는 황홀!

아아 끝끝내 아침이슬 한방울로 돌아가야 할

내 욕망이여


 

18. / 장석주

누군가 이 육체의 삶,

더 이상 뜯어먹을 것이 없을 때 까지

아귀아귀 뜯어먹고 있다

이스트로 한없이 부풀어 오른 내몸을

뜯어먹고 있다!

   


19. /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20.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를


 

21. () / 함성호

천불 천탑 세우기

쓰기는 그런 것이다.


 

22. 첫사랑 / 이윤학

그대가 꺽어 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 까지


 

23. 일기 / 김형영

잘 익은 똥을 누고 난 다음

, 가련한 육체여

살 것 같으니 술생각 나냐?


 

24. 사랑 / 정호승

무너지는

폭포 속에

탑 하나 서 있네

그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탑이 되어

무너지네

 

 

25. 사랑 /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26. 눈물 / 정희성

초식동물 같이 착한 눈을 가진

아침 풀섶 이슬 같은 그녀

눈가에 언뜻 비친

   


27. 不倫 / 윤금초

가을날 몰래 핀 두어 송이 장미

그래도 꽃들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위험한

이데올로기

저 반역의

開花


 

28. 행복 / 박세현

오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라는 말을 적어 넣는다


 

29. 자화상 /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작은 창문일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낚는다.


 

30. 전집 / 최승호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긴다.

 

 

31. 내 청춘의 영원한 /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 앵글

 

 

32.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 최하림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寒山 같은 시인도

길위에서 비오면걸음을 멈추고 오던

길을 돌아본다지난시간 들이 축축이

젖은 채로 길바닥에 깔려있다


 

33. /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저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34. 간 봄 / 천상병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음으로

고통을 말하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35. 하늘 냄새 /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36. 도토리 모자 / 문삼석

도토리모자는

벗기면

안돼

까까머리

까까머리

놀릴테니까


 

37.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38. 낙엽 한 장 /

나릿물 떠내려 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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