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맥 사진첩/금북정맥

제7구간(학당고개~물편고개)

 

  더웠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다. 숨을 쉴 수 없으리만큼 더운 날씨였다. 오늘도 찌는 듯한

무더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2015년 8월 16일, 그렇게 무덥고 무더웠던 날에 우리는 정맥 마루

금을 걷고 있었다.

 

 지난 달 정맥 산행 이후 꼭 1개월 만에 산행을 했던 터라 몸이 무척 무겁고 힘이 들었을 테지만

단순히 몸이 무겁다거나 다소 힘이 부친다는 정도의 느낌 따위는 성하의 무더운 날씨에 쉽게 묻

혀져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기나 긴 능선을 오르내려야 하는 산길에서 오늘 처럼 무더운

날씨와 한바탕 치열한 혈투를 벌여야 하는 산행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다고 해도 절대로 중도에 포기할 수 없는 길이었다.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마루금을 걸어야만 하는 우리 정맥팀에게 그 길은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삼복더위에 무리하게 산행일정을 잡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독하디 독한 인간들, 산길만 만나면 거칠고 지독해지는 사람들, 그것은 우리 정맥팀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착하디 착한 몇몇은 그들과 결별하기로 하였다. 산길만 만나면

피도 눈물도 없을 것같은 그들과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신체의 최상층부인 머리에서부터 발원된 땀은 신체 각 부위에서 솟아나는 또 다른 땀들과 합

해지면서 거대한 땀줄기를 형성하며 보다 낮은 곳을 향해 흘러내렸다. 그 물줄기가 치명적으로

사타구니를 강타하면서 나는 더 이상 산길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기에 발길을 옮길 때마다 사타구니가 쓰라려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비정한 정맥팀에 강

제로 편입됐던 우린 가혹한 비난을 무릎쓰고 중도포기라는 혁명적인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산행 일시 : 2015. 8. 16(일)

산행 코스 : 학당고개~ 오류고개~ 천마봉~ 오봉산~ 공덕재~ 백월산~ 스무재~ 은고개~ 물편고개

산행 시간 : 약 9시간

 

 

 

 

 

 

오늘 산행 들머리이다. 이른 아침부터 장례식장을 보게 되니 우째 기분이 음산해지는 느낌이다.▼

 

 

오늘 산행의 제1차 목표는 여주고개이다.▼

 

 

 

 

해발 334미터의 일산봉 정상이다.▼

 

 

드디어 제1차 목표인 여주고개 정상에 이르렀다.▼

 

 

 

 

 

다시 오늘의 2차 관문인 오봉산 정상에 이르렀다.▼

 

 

 

 

어렵사리 공덕고개에 이르렀다. 이곳이 문제의 공덕고개였다. 현재까지 산행시간 5시간 여..

날머리인 물편마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줄잡아 서너 시간을 더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맥이 풀렸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사타구니의 쓰라린 상처가 더 이상 진행을 못하도록 발목

붙잡는다. 백월산을 3km 앞에 두고서 일어난 일이었다.ㅠㅠ

 

 

 

해발 570미터의 백월산 정상이다. 그러나 이곳은 내 눈으로 직접 본 곳이 아니었다.

다른 회원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느껴야 하는 풍경이었다.▼

 

 

 

 

 

 

 

 

 물편고개 밑에는 물편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유래는 애초에는 물이 땅속에 용솟게 해서

이 흔한 마을이라고 하여 ‘물퍼니’라고 했는데 후에 변음이 되어 물편이라고 부르게 되었

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뭄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이 마을엔 물이 많아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