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둘레길 제3코스를 걷는 날이다. 이 구간은 작년 11월에 이르러서야 정비가 완료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이 코스만 남겨둔 채 제1~ 2코스에 이어, 제4코스에서 6코스까지 먼저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서울둘레길 제3코스인 고덕·일자산코스는 광나루역에서 출발하여 한강, 고덕산, 일자산, 성내천,
문정근린공원, 탄천을 경유해 수서역에 도착하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강길, 숲길, 하천길이 모두
포함되어 서울시의 자연경관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코스라고 한다.
또한 숲길은 높지 않은 고도로 수월한 트레킹이 가능하며, 주변의 역사문화관광지가 다양하게 분
포하고 있어 볼거리 또한 풍부하다. 그러나 코스의 길이가 무려 26.1km에 이르며, 9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여 많은 분들께서 이 코스는 2~3 구간으로 세분하여 걷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오늘 이 구간을 반드시 마무리 하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섰
다. 마침 오늘 날씨는 춥지고 덥지도 않은 트레킹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우리의 굳은 의지에
날씨마저도 기꺼이 힘이 되어준 것이다.
이제 오늘 제3구간의 트레킹이 끝나면 남은 구간은 제7코스인 가양역~ 불광역 구간과 마지막 제
8코스인 북한산 구간만 남겨놓게 된다. 마지막 북한산 구간은 그 길이가 무려 34.8km 로 당일 완
주는 어려운 구간이다.
물론 오늘처럼 독기를 품고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다면 꼭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겠지만 그 둘레길
이 당장 어디로 사라져버리는 것도 아닐테고 해서 급히 서두르진 않기로 했다. 암튼 남은 구간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제3구간의 둘레길에만 전념코자 한다.
트레킹 일시 : 2015. 2. 9토)
트레킹 코스 : 광나루역~고덕산~일자산~성내천~탄천~수서역
소 요 시 간 : 약 6시간 30분
누 구 랑 : 만나면 좋은 사람
아침 9시 30분, 서울둘레길 제3구간은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1차 목표지점은 광나루역에서 10km 떨어진 고덕역이었다.▼
시내를 가로질러 광진교에 이른다.▼
광진교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모습이다.▼
날씨가 희뿌옇지만 그런대로 운치있는 정경이었다.▼
광진교에는 뮤직 벤치가 있었다.▼
뮤직벤치에 앉아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광진교가 끝나기 직전에 우측 한강시민공원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우린 한강시민공원 산책로를 따라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드디어 암사유적지에 이르렀다. ▼
마음같아서는 유적지에 들러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살펴도 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너무 멀어
그 숙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다.▼
지금 시각 10시 27분, 광나루역을 출발하여 이곳까지 5.76km를 걸어오는데 소요시간은 1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보행속도가 무려 시속 5.8 km에 이른 것이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속도를 유지한다면 오후 4시 안에 충분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1차 목표지점인 고덕역을 통과하여 우린 다시 제2차 목표지점인 성내천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가 고덕역을 약 1km 정도 앞두고 그 역을 찾기까지
는 상당한 불편이 있었으므로 후답자를 위해서라도 그 이유를 밝혀두고자 한다.
광나루역에서 시작한 서울둘레길 제3코스는 고덕역 1km 전방까지는 그런대로 길 안내가 잘되어 있었
다. 그런데 고덕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인 아파트 공사장 모퉁이를 돌아 삼거리가 나타나면서
서울둘레길의 길 안내 시그널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통상 길라잡이는 특히 갈림길에서 필수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저버리고 만 것이다. 난감했다. 도로를
건너 직진할 것인지, 아님 우측으로 걸어나갈 것인지..길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물어봤지만 서울둘레길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은 듯했다. 서울시 홍보의 난맥상을 보는 것같았다.
우린 동물적 직감으로 우측길을 택했다. 한 참을 지나도 고덕역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길가는 행
인을 만나 고덕역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로소 안도의 숨은 쉴 수 있었으나 우물쭈물 이 근처에서 배회하
느라 상당한 시간이 허비되고 말았기에 안타까웠다.
서울둘레길은 다시 도로를 건너게 되어있었다.▼
강동구 주민들의 해맞이 장소인 해발 134m의 일자산 정상에 이르렀다.▼
강동구 둔촌동의 유래는 바로 이곳 둔굴을 인연으로 해서 생겨났다.▼
이곳 둔굴 주변 역시 한때의 초록을 까맣게 잊고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고스란히 알몸뚱이로
서 있는 겨울나무들이 있었다. 마치 힘든 길을 걷고있는 우리들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삶에 찌들
어 허우적거리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서울둘레길엔 거대한 공동묘지도 지나야 했다.▼
다시 큰 도로로 내려섰다.▼
근사하고 멋진 대형음식점이 눈에 들어왔지만 갈길이 바쁜 우린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를 따라 한 참을 걸어 우측으로 꺾어 들어오다보니 방이생태학습관이 나타났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연 그대로의 존치, 바로 이것이 생태계를 보존하는 길이다.▼
드디어 오늘 제2의 목표지점인 성내천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에겐 최종 목표지점인 수서역이 남아있다.▼
성내천 구간은 물길을 따라 걷게되는 구간이라서 비교적 편안한 구간이었다. 늘어진 버드나무 위에는
평화스럽게 비둘기떼가 앉아있었다. 그것은 도회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정경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인물사진으로는 처음인 것 같다.▼
성내천 폭포의 모습이다. 뒤에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서울둘레길을 걷는 분들은 이 폭포를 보면 안된다.
이 폭포를 보게 되면 길을 잘 못 온 것이다. 쉽게 말해 이 곳은 서울둘레길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린
다시 되돌아가야만 한다.▼
물론 이곳도 서울둘레길의 코스가 아니다. 우리가 이곳을 지나려는 순간, 마침 이곳에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이 길을 막고 다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이정표가 잘못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까지 걸어
온다는 것이다. 헛수고, 속된 등산용어로 이른바 "알바"를 한셈이다.
그 할아버지 말씀대로 우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래 사진으로 보이는 바로 우측 나무계단으로
진출했어야 했다.▼
바로 이곳이 문제의 장소이다. 지금 보이는 길라잡이는 분명 하천변 위의 도로와 접해있는 뚝에
설치돼 있다. 그런데 우린 이 아래 하천을 따라 나 있는 둘레길을 걸었던 것이다. 물론 이 밑에는
이곳으로 올라오는 조그만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긴하다.
자 그럼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하천 산책로를 따라 연결돼 있는 둘레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우측의 나무 계단으로 올라 와 이정표를 볼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표시가 보이지 않으면 샛길 따위는 무시하고 바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게 되기 마련인 것이다.
샛길이거나 큰길이거나 어떤 경우라도 삼거리에선 진출로를 알리는 길라잡이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하다 못해 그 흔한 리본으로 만든 시그널이라도 하나 붙여놓아야 하는 것인데 이곳엔 쓸데
없이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를 바 없는 하천 뚝 위에 길라잡이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다시말해, 설치장소가 틀려먹은 것이다. 당연히 갈림길에 설치해 놓아야 한다는 것은 조금만 신
경을 쓰면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얼마나 무성의한 처사인가, 앞의 고덕역 근처에서의 문제점
과 더불어 이곳 역시 서울시 당국의 빠른 시정조치를 기대하는 바이다.▼
앞의 길라잡이를 도로 위에서 촬영한 것이다. 성내천 폭포를 다녀왔으니 왕복 1.2km 이상을
헛수고 한 셈이다. 그나마 폭포구경을 하였으니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기
로 했다.▼
지금부터 걷는 길은 송파구의 장지천 길이다. 장지천은 성내천 산책로 보다 더
품격있고 깔끔해 보였다.▼
탄천의 유래에 관한 설명이다.
이제 수서역은 2km 남짓 남겨두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표지점인 수서역에 이르렀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3분전, 총 소요시간 약 6시간 30분..
보통 사람들이 9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이 코스를 약 30분 여의 헛돌이 한 시간을 감안하면 우린 무려 3 시간
가까이 단축하여 걸어 온 것이다.
갑자기 고관절 등이 아프고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마 긴장이 풀렸던 탓이었을 게다. 그래도 튼튼한
내 다리는 말짱했다. 다행이었다. 다음 주 일요일엔 장장 8시간 여의 정맥산행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정도
로 몸에 지장이 있어선 절대로 안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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