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서울둘레길 제5코스인 사당역에서 석수역까지 걷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사람좋기로
정평이 난 어느 동생이 모처럼 서울둘레길에 동참하겠다고 나서면서 서울둘레길 중 가장 편하고 가장 거리가 짧
은 코스를 선택해 줄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제5코스는 잠시 뒤로 하고 제6코스를 택
해서 걷기로 하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날씨는 이번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한다. 추운 날씨에 안양천을 따라 이어지는
서울 둘레길을 걷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약속을 해버리는 마당에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행히도 추운 날일수록 하늘은 투명하고 쾌청하다는 겨울날씨의 속성은 오늘도 예외없
이 맞아떨어졌다. 즐겁고 상쾌한 마음으로 석수역으로 향했다.
트레킹 일시 : 2014. 12. 6(토)
트레킹 코스 : 석수역~ 목동교~ 양화교~ 염창교~ 가양역
소 요 시 간 : 약 5시간
제6코스 출발지점인 석수역이다. 사람은 태어나 평생 16만 킬로미터를 걷는다고 한다. 그 길이가 무려 지구의
네바퀴이다. 이 16만 킬로미터보다 더 넓은 가슴을 가진 한 사람이 석수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게 가슴터지게
좋다.▼
서울둘레길은 석수역을 뒤로 하고 안양천으로 접어들게 된다.▼
추운 날씨로 얼어붙은 안양천에는 두루미들이 떼지어 웅크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안양천이 맑아지고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물새들이 몰려들고 물고기들이 유영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을 것
인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시애틀 추장의 150년 전 연설이 SF같은 믿어지지 않은 현실을 사는
지금의 나에게 환청처럼 크고 가까이 들리는 것만 같다.▼
안양천에는 청둥오리도 떼지어 몰려있었다.▼
서울둘레길은 벚꽃나무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벚꽃나무들은 단 한 오라기의 나뭇잎이 붙어있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듯 앙상한 가지들만 늘어트린 채 벌거숭이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렇다.어찌
보면 한해동안 나무에 매달려있던 나뭇잎들이 나무를 떠나는 것은 필시 더 많은 잎들이 나무에
매달리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린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 안양천 주변은 어찌보면 개발과 자연환경이 공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개발,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지어낸 말장난일 뿐 개발 앞에 환경보존은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명심할 일은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개발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우리들 삶의 배경으로 삼을 때만이 개
발로 인해 얻어진 온갖 현대문명의 질환으로 멍든 오늘의 우리가 본래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
보통 늪지대에는 억새보다는 갈대가 무성한 법인데 이곳엔 억새밭이 있었다. 모처럼 억새의 품안에
잠겨봤다.▼
벌써 인공폭포가 위치하고 있는 양화교에 이르렀다. 추위탓이었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지난 여름내내
그토록 나를 괴롭혀 왔던 땀방울이 단 한방울도 나지 않았다. ▼
한강이 가까워지면서 안양천의 수심도 깊어지는 듯했다. 수심이 깊다보니 당연히 물의 색깔은 하늘색깔을
닮아가고 있었다. 투명하고도 곱기만한 하늘 색, 그리고 쪽빛 강물.. 그것은 아마도 지금 내 마음의 색깔이
아닐런지.▼
오늘 둘레길도 서서히 그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석수역으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15.3km이고
가양역까지 앞으로 더 걸어야 할 길은 2.8km이니 오늘도 무려 18.1km의 길을 걷게되는 셈이다.▼
쪽빛 바다처럼 아름다운 한강, 그리고 그 뒤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하늘공원..더 멀리는 서울둘레길 제8코스에서
만나게 될 북한산의 웅장함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아, 해는 지고있고 하늘이 시리게 시리게 파란데 당신
이 내 마음 속에 있는데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바보같은 사람,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멀리 있는 사람, 그러나 당신에
게 말하지 않은 한가지... 당신에게 있어 나는 어쩔수 없이 불가능한 사람."
줌으로 당겨 본 가양대교의 모습이다.▼
드디어 오늘 둘레길의 종착지인 가양역에 이르렀다. 불과 5시간의 트레킹이었지만 8시간의 산행 못지않게
힘들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산행은 오르락 내리락 그나마 전신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오늘같
은 트레킹은 종일 주로 하체를 이용해서 평지만을 걸었던 탓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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