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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사진첩/한남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제9구간(바리고개~수레티 고개)

 

 

 단풍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계절은 어느듯 늦가을이었다. 지구상에 모든 생명력 있는 것들은 이미

겨울나기의 조심스럼 몸짓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한남금북 정맥의 마루금을 걷는 우리들도 벌써 마

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금년 3월부터 시작한 정맥마루금, 이제 단 한 구간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른 초봄과 함께 시작한 한남금북정맥,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 개월 여의 세월과 용감하게 맞서 우

린 초록빛으로 발광하는 산야를 걷고 또 걸었다. 때로는 소리를 지르며 바보같이 흥청거려가며 뼈마디가

녹신녹신할 때 까지 걷고 또 걸어야 했다.

 

 물론 산길을 걷고 있는 동안에도 가슴 깊은 곳에서 분출하는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보다 깊고 막

한 그리움이 축축한 대지속에서 가끔씩 고개를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은

찬 환희가 밀려들어 내 가슴을 잊었던 노래와 지난 날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오늘 산행은 예정된 계획표에 의하면 산행시간이 6시간으로 돼 있었다. 목표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산행 코스가 대부분 산길이 아닌 평지의 공장지대를 관통하는 비교적 편안한

길 때문이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우린 계획된 시간보다 무려 1시간 40분 가량을 단축하여 목표지점에 인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쉬움도 컸다. 정맥 본래의 모습대로 이어진다면 오늘 코스 중엔 굴암산이 있어야 했고, 안산과

대야리산이 있어야 했었다.

 

 그러나 이런 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잇속에 밝은 인간군상들이 세워놓은 공장들 뿐이

었다. 때문에 우린 산길대신 도로만 걷고 또 걸었었다. 오죽하면 오늘 함께 한 일행 중 한분께서 오늘은

얼마를 걸어야 산을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암튼 오늘 산행은 차마 산행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산길대신 도로위주로 걸었던 산행 아닌 산행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마지막 지점에 마이산이 우뚝 서서 우릴 반겨주었기에 산길에 목말라 있던 우리에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수 있었다.

 

 

 

 

산행   일시 : 2014. 11. 16(일)

산행   코스 : 바리고개~ 굴암산~ 쌍봉초교~ 안산~ 대야리산~ 마이산~ 수레티고개

산행   시간 : 약 4시간 20분

안내산악회 : 안양 산죽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