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루하다고 느꼈던 어린 날에는 "세월 참 빠르다."며 탄식하던 어른들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내가 바로 그 어른이 되어 삐쭉삐쭉한 머릿칼을 애써 다듬으며 한 숨 짓는다. 어떤 경제학자는 자신의
나이에 2km를 곱하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 정년을 향한 시간당 속도(km/H)라고 한다.
124km, 이 숫자 앞에 나는 너무 초라하고 왜소하기 그지없다. 등골이 오싹해서 기분이 나쁘다. 몹시 기분
나쁜 시나리오이다. 어쩐지 섬뜩한 느낌마저 들고 무섭다. 그러나 부정할수 없는 현실이고 숙명적인 숫자이
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한참동안 머물다 가는 새가 있었다. 그 새는 좋은 풍경을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살다가 짝을 만나면 그곳으로 데리고 와서 일생을 살다가 살다가 죽어갈 것이다. 아름답지만 조금은 슬픈
얘기이다.
오늘로 한남금북정맥 마루금도 팔부능선을 넘게 된다. 이제 두 구간만 걸으면 대단원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끝은 우리의 목표였다. 끝에 이르면 목표가 달성됐음을 뜻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최종 목표도 죽음, 바로
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생의 끝이 가까워졌다고 너무 서글퍼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인지도 모
른다. 끝은 바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떨어져서 그 자리에 새 싹이 움트듯이
죽음이 있기에 또다른 새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산행 일자 : 2014. 10. 19(일)
산행 코스 : 돌고개~마당산~ 보현산~ 애기봉 갈림길~ 백야고개~ 소속리산~ 바리고개
산행 시간 : 약 4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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