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들어 나뭇잎의 흔들림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문득 "어디로 가야
하는가," 를 생각하게 된다. 계절의 어김없는 리듬, 무상한 생명의 윤회, 태양 아래서 차례로 변하
는 지구의 네가지 얼굴, 생자필멸, 이 모든 것이 다시한번 내 가슴을 조여왔다.
어느 새 가을이었다. 새로운 계절이 돌아올 때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옷장을 가진 사람같
이 느껴진다. 특히 등산복같은 아웃도어 의류가 그렇다. 작년에 산 옷이라도 한 두번 입으면 후줄
근해졌고, 언제 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그뿐 아니다. 몇 달만 지나면 수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패턴의 제품들을
내놓는 바람에 작년에 산 옷 정도는 가볍게 외면 당하고 만다. 그래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새
롭게 선 보인 퀼리티 높은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행복을 돈으로 살수 없는거라고 했나? 아무렴 한 물 간 옷을 제쳐놓고 새로운 트렌드의 등산
복 하나 입었다고 해서 어찌 그것을 "사치"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일이 이렇게 되고 보면 경제사정
쯤이야 어떻든 너,나 할 것없이 새로운 패턴의 등산복을 찾게 되고 결국은 아웃도어 메이커들의 얄
팍한 상술에 걸려들고 만다.
옷의 운명, 지금이나 나이가 어려서나 옷은 그 수명과 관계없이 교체되었다. 어려서는 신체가 성장
하기 때문에 몸에 맞는 옷을 입느라 교체되었고, 지금은 유행 따라 가느라 자꾸자꾸 교체된다. 그럼
에도 나는 이 가을을 좋아한다. 또 얼마나 많은 산객들이 만산홍엽의 가을 산을 원색의 복장으로 화
려하게 수 놓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내 눈은 호사를 누리는 듯 시리기만 하다.
오늘은 미륵산이었다. 미륵산, 한번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번 부르면 코끝이 뜨거워지는 이름이다.
미륵산, 아주 먼 옛날 그녀와 함께 올랐던 통영의 미륵산은 아니었지만 난생 올라보는 원주의 미륵
산도 좋다. 아, 나는 오늘 미륵산에 올라 내 몸을 온통 피로로 가득 채우고 싶다.
산행 일시 : 2014. 10. 9(목)
산행 코스 : 주차장~ 미륵불~ 미륵봉~ 미륵산~ 황룡사~ 주차장
산행 시간 : 약 5시간
안내 산악회 : 안양 산죽회 특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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