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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사진첩/한남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제4구간(쌍암재~현암삼거리)

 

 

 

평상시 같으면 아침 7시가 정상적인 나의 기상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한남금북정맥 마루금 걷는 날,

푸석푸석한 얼굴로 이른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다. 정맥길을 걷기 위해서 무려 두 시간이나 빨리 이부

리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던 것이다.

 

 나와 같은 또래, 아니 나 보다 한참 나이가 덜든 사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아침 기상시간은 한결같이

5시 내외였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아침 잠이 없어진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 분명할진데 나는 왜

그럴까? 어떤 유전자가 체내에 박혀 작동하고 있기에 유별나게 이 나이에도 잠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어릴적 어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라는 말씀을 되새겨본다.그때

나 지금이나 그 뜻을 모를리 없지만 그걸 지키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인 것만 같다. 암튼 오늘은 산행이라

이름으로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충실하는 것 같아 아침부터 기분이 개운했다.

 

 한편, 아침 기상시간의 빠름과 늦음과는 상관없이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지병은 깊이를 더해가

고 새롭게 치료받아야 할 부위도 늘어만 간다고들 한다. 또한 요즘 부쩍 듣는 얘기는 누구 어머니가 암

으로 돌아가셨다더라, 어떤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더라, 누가 대수술을 받았다더라, 퇴직공무원은 3년

이 고비라더라 등으로 한결같이 우울한 얘기들 일색이다.

 

 건강이 최대의 화두로 등장한지도 오래된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내 체중은 83kg으로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갖게 됐다.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 출근시에 마주보는 거울 저편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한다. 2년

전 공로연수기간 중 사교댄스를 배울 때 76kg까지 내려갔었던 몸무게가 불과 2년만에 무려 7kg 증량에 성

공한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뭘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그 동안 나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곰곰이 되돌아보면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엄연히 가해자인 동시에 현행범이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삶이 버거워서, 외로워서, 

즐거워서 등 갖은 이유를 대서 만들어진 술자리가 문제였다. 그리고 빈번해진 술자리와는 반비례적으로

운동량은 없이 부족하기만 했던 것이다.

 

  물론 말라야 폼 나고, 말라야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다는 도무지 맥락이라고는 없는 논리가 수 많은

성을 뛰어넘어 이젠 남성들에게도 하나의 진리가 되고 있음이 쓸쓸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한편으

살이 찌면 배부터 나오고, 살이 빠지면 얼굴먼저 빠진다는 그래서 나이 든 사람은 얼굴이 빠지면 볼

없어진다는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된다.

 

 그래서 나의 고민은 그 깊이를 더해만 간다. 과연 내게 반드시 살을 빼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알 것만 같다. 그러나, 설령 그 정답이 애매모호할지라도

오늘도 나는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 누구"가 되지않기 위해 정맥산행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산행 일시 : 2014. 6. 15(일)

산행 코스 : 쌍암재~ 단군지맥분기점~ 국사봉~ 추정재~ 대항산~ 선두산~ 선도산~ 현암삼거리

산행 시간 : 약 8시간 30분

안내 산악회 : 안양산죽회

 

 

 

 

이동거리 23km, 소요시간 8시간 28분 24초, 소모칼로리 5,972, 트랭글 GPS 의 지표가 말해주듯

오늘 산행은 처절했다. 여름 산행으로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리한 산행이었다.▼

 

 

지난 회 산행날머리였던 쌍암재, 물론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기도 했다.▼

 

 

숲이 우거져 진입로를 찾지못해 약간 헤매다가 다시 논두렁을 건너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 한 참을 걷다보니 단군지맥 표지석이 나타났다.▼

 

 

 

 

 

 

해발 586m의 국사봉 정상에 올랐다. 아직까지는 해가 구름에 가려 어느 정도 땡볕 무더위로 부터는

해방될 수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산길에서 만난 아담한 주택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길가엔 비운의 꽃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계란꽃 또는 넓은잎잔꽃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으면서도 일본지배에 들어간 1910년도에 유독 많이 피어나 사람들은 나라가 망할 때 눈치도

없이 여기저기 많이 핀 것이 미워서 망할 망자를 넣어 개망초라 불렀다고 한다. ▼

 

 

 

 

오늘 산행의 중간지점인 추정재에서 점심을 먹었다. 땡볕이 쏟아지는 무더위를 뚫고 남은 코스를

강행할 것인가 한참동안을 고뇌하다가 어느 산우로부터 배반(?)이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걷기로

정하였다. 어느 집 담벼락에 곱게 피어난 붉은 찔레꽃이 힘들고 지친 내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정상표지석은 없지만 이곳이 해발 483m의 대항산 정상이다.▼

 

 

 

 

 

해발 526m의 선두산 정상이다. 나는 이곳 선두산까지 오는 동안 무더위와 처절한 혈투를 벌이며

어렵게 어렵게 이곳까지 왔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기만 했었다.

 

 

 

 

 

 

선두산을 지나 이번에는 선도산(해발547m)이었다.두산은 발음이 비슷하여 약간 혼돈스러웠지만

염연히 독립된 산이었다. 정맥의 마루금 상에 있는 산들이 대부분 이름을 못얻어 외롭고 초라해

보이지만 이 두 산은 당당히 자기 고유의 이름을 확보하여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선도산의 유래에 관한 내용의 글이다.▼

 

행날머리인 현암삼거리이다. 8시간 30만에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절로 한 숨이

나왔다. 해냈다는 의연함에 마음 흐뭇했다.▼

 

 

현암묵집에서 묵사발로 뒤풀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