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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사진첩/한남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제3구간(구티재~쌍암재)

 

 

지난 주엔 대만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교회를 거른바 있고, 오늘은  집사람의 사전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교회를 빠지고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을 걷는 셋째 일요일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교회를 빠지게 되니 목님 뵙기도 민망스러울 것 같고 이러다가 혹여 사이비 신도라는 소리나

듣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하지만, 교회를 연속해서 두 번씩이나 빠진 채 어렵사리 산을 택한 것이니 만큼 산행을 통하여

보다 의미있고 값진 자양분을 얻어오리라 마음 먹었다. 계절상 지금은 분명 5월의 중순 즈음인

봄이 분명할텐데도 한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온이 몹시 높아졌다. 때문에 오늘 산행도 무

더위와의 한 판 전쟁을 각오해야만 했었다.

 

무더위 속의 산행은 필연적으로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오늘은 3리터 정도의 물과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갈증으로 타들어가는 목젖을  시원스레 적셔주는 얼린 막걸리에 얼음까

지 배낭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다 보니 어깨가 축 처질 정도로 배낭이 무끈했다. 거기에다가 산

행 도면을 보니 오늘 걷게되는 제3구간도 20여 km에 달하는 거리인지라 한마디로 걱정이 앞

서는 산행일 수 밖에 없었다.

 

 

 

산행 일시 : 2014. 5. 18(일)

산행 코스 : 구티재~ 탁주봉갈림길~ 시루산~ 구봉산~ 쌍암재~ 구룡산 휴양림입구

산행 시간 : 약 7시간

 

 

 

오늘 산행 들머리는 지난 구간 산행의 날머리였던 구티재였다.▼

 

 

산길은 신록의 상쾌함과 정갈함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해맑은 햇빛을 등지고

산을 오르는 맛의 즐거움이란 자연이 내게 준 봄철 산행의 최대의 축복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탁주봉 갈림길이었다. 탁주봉은 정맥의 마루금에서 비껴 있었지만 체력이 특출한 몇 사람은

탁주봉을 다녀올 심산으로 그곳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었다.▼

 

 

 

 

430봉에서 잠시 쉴 겸해서 포즈를 취해보았다.▼

 

 

 

 

해발 484m의 시루산 정상이었다.▼

 

 

 

 

무더위와의 한 바탕 전쟁을 치루면서 산길을 계속 걸어나갔다. 해발 516m의 구봉산 정상이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산길, 차라리 오늘 산길의 끝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초록에 둘러싸인 주위를 관망했다. 온통 주위가 초록,

연초록 빛이었다.

 

초록 빛~! 그것은 분명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다. 그러면서도 초록은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 어떤 색

채에도 뒤지지 않았다. 나 또한 그 초록을 좋아했고 초록빛 사랑을 원했다. 물의 빛깔, 숲의 신록, 물

바위에 끼인 이끼의 푸르름도 모두 초록색이다. 그래서 초록은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색깔이었다.▼

 

 

 

 

 

 

 

 

드디어 오늘 산행 날머리인 구룡산 산림욕장 입구로 내려섰다. 우거져가는 신록의 생명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이 시대가 지나가는 동안 서 있거나 앉아서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나

는 묻고싶었다. 인생의 어느 계절에 이르면 나도 저 나무들처럼 무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