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다스러운 계절이다. 너나 할 것없이 자연이 펼쳐놓은 황홀찬란한 잔칫상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고 모든 것이 풍성
하기만 한 가을,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말한 지극히 이기적인 정의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입장에서는 가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주저없이 "나눔의 계절"이라고 말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자연이 "열매"라는 이름의 그것을 보여주고 나눠주기 위해서는 숱한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거저라는 것이 없듯이 우주의 질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자연이 소위 "나눔의 계절"을 맞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는가를 한 편의 시를 통해서 보여
주고자 한다. 그리고 자연의 그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않게 되기를 바란다.
대추 한 알 /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대추 한 알이 익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황홀에 빠져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는 단풍도 마찬가지다.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떨켜"라는 이름의 세포를 이용해 벽을 만들
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업을 한다. 벽은 나무의 수분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봄.여름 내내 엽록소 동화작용으로 나무를 위해 희생하다가 그 마지막에도 나무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날리는
알록달록한 나뭇잎, 우린 그것을 단풍이라 부른다. 그리고 감탄하고 환호한다. 오늘 나도 어쩔 수 없이 하나
의 인간이기 때문에 그 단풍을 구경하러 나선다. 그리고 "울긋불긋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감탄
사를 자아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 것이다.
산행 일시 : 2013. 11. 7(목)
산행 코스 : 주차장~ 도솔암~ 천마봉~ 낙조대~ 용문굴~ 도솔암~ 선운사~ 주차장
산행 시간 : 약 4시간
선운산 생태 숲속으로 들어왔다.▼
도솔천을 향해 오르는 초입은 샛노란 은행잎이 마치 엘로카펫을 펼쳐놓은 것처럼 푹신푹신한 길이었다.▼
선운사 일주문이다.▼
도솔천을 따라 단풍숲을 걸었다. 눈이 시리도록 황홀했다. 오늘 나는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실감했고,
또 자연은 우리의 지친 영혼들을 위로해주는 안식처임과 동시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기에 우린 땀 흘리는 수고를 마다않고, 먼 길을 달려 자연의 품안으로 젖어드는
것이다.▼
이제 산꾼들에게 정상에서의 인증샷은 하나의 의전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선운산은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고
볼품도 없는 산이 주산(主山)대접을 받는 것은 순전히 선운사를 끼고 있는 프리미엄 때문이 아닐까도 싶었다.▼
해발 284m의 천마봉이다. ▼
배맨바위로 향하는 구름다리이다.▼
낙조대에 위치한 바위였다. 이곳 낙조대는 일찍이 "낙조대에 올라야 선운산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할 정도로 해넘이 풍경의 명소이다. 동해안에 일출과 관련된 장소가 많은 것처럼 서해안엔 일몰과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 말할 것도 없이 태양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기 때문이다. ▼
용문굴이다. 용문굴은 장방형의 긴 바위굴 안에 백여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
도솔암 장사송이다. 수령은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3m, 가슴높이의 둘레는 3.07m이며 높이 3m 정도
에서 줄기가 크게 세가지로 갈라져 있고, 그 위에 다시 여러갈래로 갈라져 부챗살처럼 퍼져있다. 이 나무의
명칭을 장사송, 또는 진흥송이라 불려지는데 장사송은 이 지역의 옛 지명인 장사현에서 유래된 것이며, 진흥
송은 옛날 진흥황이 수도했다는 진흥굴 앞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진흥왕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진흥굴의 모습이다.▼
그것은 어두운 숲에 불을 밝혀 놓은 것과 같았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숲속으로 스며드는 햇볕을 받아
오묘한 빛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샛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그럼에도 수량이 그
리 넉넉치 못하여 정지된 듯한 느낌을 주는 계곡수가 시커멓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을 찾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도립공원 측의 친절한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과 주변의 바위, 자갈 등이 검게 보이는 것은 하천 주변에 자생하고 있는 도토리와 상수리 등 참나
무류와 떡갈나무 등의 열매와 낙엽류 등에 포함되어 있는 "타닌성분"이 바닥에 침착되어 미관상 수질이
오염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도솔계곡을 흐르는 물은 절대로 오염된 것이 아닙니다.>▼
선운사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선운사 경내는 다음 기회에 둘러보기로 하였다.▼
저 황홀한 단풍들을 보라, 피어난지 제법 시간이 흘렀을 터이지만, 아직도 핏빛 선연한 그것들은
필시 숫탉의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보였다.▼
선운산 노래비이다.▼
허기 진 배를 채워 줄 맛집으로 향했다. 여행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고창하면 당연히
풍천장어와 복분자이다. 맛집은 이곳에 오기 전에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집이었다. 그런대
로 풍성한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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