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시 : 2013. 5. 11(토)
산행 코스 : 구봉산 전망대 휴게소~ 구봉산~ 순정마루~ 명봉~ 대룡산~ 고은리주차장
산행 시간 : 약 6시간(알바 포함)
근자들어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같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기라도 하면
행여 산행에 지장을 초래할까 봐 "제발 이번 일기예보 만큼은 빗나가 줬으면.." 하고 마음 속으로 바래
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희망사항일 뿐, 비는 어김없이 오고 말았다.
다행히 이번 주말 일기예보는 전국적으로 맑음이었으니 비 걱정일랑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마음 편히
산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날씨가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하니 그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호반의 도시, 춘천을 찾아 구봉산과 대룡산을 오르기로 했다. 난 생 처음 ITX 청춘열차를 타고
말이다. 용산발 아침 7시 열차였다. 물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말의 이른
아침이었지만 용산역은 수 많은 등산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남춘천역에서 하차하여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구봉산 춘천전망대까지 왔다. 그런데 택시요금이 석연치 않는 것 같았다.
분명 계기판에는 7천원 내외의 요금으로 찍힌 것 같고, 또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도 택시요금이 7천원인
것으로 돼있었는데 1만원권 지페를 내니 거스름돈으로 1,300원을 내 주는 것이었다. 기분은 약간 찝찝했지만 따질 수도
없었다. 차 안에서 내내 택시기사와 유쾌한 대화도 나눴고, 또 나의 착각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른 아침에 나오는 바람에 아침식사를 걸렀기에 편의점에 들러 라면을 시켜 먹었다. 물론 다른 식사
메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직 영업시간이 안됐다기에 통 사정을 해서 얻어낸 수확이었다.
산행은 전망대 휴게소 바로 길 건너편에서 시작되었다. 때마침 어느 산악회의 회원들과 함께 들머리를 통과하게
되었다. 50대 중년의 산객들로 보였다. 그들의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마치 인생의 50고개를 넘듯 힘들어보였지만
알고보면 그것이 인생을 아는 사람들의 발길인지 몰랐다.
나도 이제 20년 후면 80줄의 나이가 된다. 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건재하게 산을 오르고 있다. 그것은 아직도 청춘인
내 마음과 마찬가지로 육체도 늙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마음과 육체가 아직 늙지 않았다고 느끼듯이
지금껏 어른이 된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랬으면 좋겠다.
구봉산까지는 불과 600M의 짧은 거리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된비알 구간이어서
많은 땀을 흘러야 했다.
해발 441M의 구봉산 정상이다. 뜨거운 햇살이 마치 축복의 빛줄기처럼 나를 향해 쏟아졌다.
무더운 날씨를 미리 예감하고 금년들어 처음으로 반팔차림 산행을 시도했다.
구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춘천 시가지의 모습이다.
구봉산 정상을 통과하면서 부터는 산길이 비교적 평안했다. 산길이 편하다 보니 산행속도도 가속도가 붙었다.
지금까지 걷는데는 외길이었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외길을 통과한 이후 갈림길에 설치돼 있는 길라
잡이가 아래 사진처럼 먹통이었다. 첫번째 갈림길에서는 산의 지형에 따라 운 좋게도 바른 길로 걸어 올 수
있었지만 바로 이곳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무려 한 시간 가까이 길을 잃고 헤매어야 했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하는 ITX 청춘열차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서 오늘은 새벽 5시에 기상하여야 했다. 때문에 수면이
턱 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이른바 '알바'라는 것을 하고 말았으니 몸의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오늘따라 무더운 날씨까지 내 육신을 힘들게 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어느 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의 문장이 문득 생각 났기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신은 인간의 눈동자에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동시에 만들어 놓고, 눈동자의 검은자위로만 세상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즉, 고통과 시련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내 삶의 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으로 산행 역시
힘든 산행은 힘든 만큼 성숙해지고 그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의미이리라.
드디어 제 길을 찾았다. 우린 명봉. 대룡산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른바 순정마루였다. 애국의 일념으로 뭉친 호걸들이 이곳 순정마루에서 정든 향리를 보면서
그 고결한 마음으로 나라와 가족을 생각했으리라. 문득 이곳 순정마루에서 그때의 그들과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어느 청와대 공직자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낯부끄러운 행각과 자꾸
비교되어지는 것은 왜일까?
순정마루에서 내려다 본 시가지의 모습이다.
걸어 온 산길이 아득했다. 아득하다는 것은 때로는 외로움을 수반한다. 그런데 이 외로움의 본질은 누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내게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오고,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고 하는데...
사람인 내가 외로운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외롭기 때문에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 편했다.
해발 643M의 명봉 정상이다.
활공장 터이다.
드디어 해발 899M의 대룡산 정상에 이르렀다.
대룡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춘천시가지의 모습이다.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하산 길은 깊고도 지루한 길이었다. 오래토록 산길을 내려오니 갑자기 청각이 예민해진
듯싶었다. 바람소리, 개울 물소리, 새소리가 들려오고... 꽃이 피어나는 소리, 숲속을 지나가는 짐승의 발자국
소리까지 들려오는 듯싶었다. 마을에 가까워지니 마을의 개가 짖는 소리, 경운기 딸딸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마지막 고갯길을 나올 때는 느닷없이 전투기의 굉음이 울려퍼졌다. 아~ 이곳 춘천도 정녕 전방이련가..
산행 날머리인 고은리 주차장으로 내려섰다. 고은리, 이름이 아주 정겹고 곱게 느껴진다.
고은리 주차장 인근에는 아담한 저수지도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알아 온 정보이다. 다시 말해, 산행이 끝나고 전화만 하면, 춘천 어느 곳이든지
바로 차량을 보내 식당으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춘천엔 아는 곳이 없는 터이라 연락을 취해봤다. 말 그대로였다.
온 가족이 영업에 종사한 듯 굉장히 친절하고 닭갈비 맛도 좋았다. 무엇보다 남춘천역 바로 앞에 있었다. 물론 춘천
시외버스터미널도 인근에 있다고 한다. 사장님~! 저, 이 정도면 약속 지킨거 맞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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