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산행 사진첩/강원권 산행

청춘의 도시, 춘천을 찾아서..드름산

 

 

산행 일시 : 2013. 6. 5(수)

산행 코스 : 대우 아파트~ 전망대~드름산 정상~ 의암댐 입구~

산행시간 : 약 4시간

누 구 랑 :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지난 5월에 이어 한 달 여만에 다시 춘천을 찾았다. 그때도 더운 날씨였었지만 오늘은 완연한 여름 날씨이다.

물론 이번 여행에도 청춘열차를 택했다. 생각같아서는 경춘선 전철을 타고 별처럼 총총 박힌 옛추억들을 반추

해 보고, 새로운 추억 만들기의 무대로 활용할까도 싶었으나 역시 "시간은 금이다." 라는 달콤한 말의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다.

 

여기에서 잠시 경춘가도를 달리는 경춘선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1939년 개통된 경춘선은 비록 구불

구불 산과 강을 끼고 돌던 철길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었다. 봄,

가을이면 이 열차는 대성리, 가평, 강촌 등으로 젊은 청춘들을 잔뜩 싣고 달렸다. 경춘선 열차는 그래서 우리들

뇌리속에 "추억과 낭만의 기차"로 기억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서 구불구불한 철길은 산을 직접 관통하는 터널을

만들어서 직선으로 변신했고, 더불어서 경춘선 열차에 담긴 수많은 얘기들은 영원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만

이다. 다시 2012년 2월 28일에는 느긋한 추억거리나 낭만보다 우선시되는 빠름문화의 선호 덕에 최대 시속 180

km의 준고속열차인 이른바 ITX-청춘열차가 출현하게 되었다.

 

어쨌든 오늘 우린 ITX-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옛 경춘선에서의 설레임과 애틋한 낭만은 없었지만

춘천은 역시 평화롭고 사랑스런 도시임에 틀림 없었다. 봄 춘(春), 내 천(川). 글자 그대로 '봄이 오는 시내" 라는

예쁜 이름의 춘천은 단순한 행정구역상의 지역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청춘의 고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져다 준다.

안개 가득한 호수와 푸근히 도시를 감싸주는 산들.. 춘천은 분명 오늘 우리에게도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추억들을

선물하고 말 것이다.

 

청춘.. 푸를 청(靑), 춘(春) . 아~! 오늘 문득 왜 춘천이 청춘의 도시인지를 알았다. 춘천은 청춘의 도시, 청춘은

봄이다. 봄날은 푸르다. 푸른 봄날, 봄볕이 따사롭고 밝아 항상 봄날, 그래서 춘천은 맑고 건강한 도시이다. 그런

도시를 찾아 오늘 우린 춘천에 왔다. 누구나 춘천에 오면 청춘이다. 그러기에 우리도 나이와는 상관없이 청춘인 것

이다. 그럼 이제부터 온전히 청춘을 즐기도록 하자.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껏 청춘을 즐겨보자.

 

 

 

 

 

아침 일찍 용산역에 왔다. 용산역 Itx청춘열차 승차지점이다.

 

 

Itx청춘열차 객실내부의 모습이다. 깨끗한 실내 분위기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고 만다.

 

 

용산역을 출발한지 정확히 1시간 10분만에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남춘천역에 내려 미리 연락을 취해 둔 음식점의 차량을 이용하여 산행 들머리인

대우아파트 입구에 왔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등산관리 운동, 이런 운동들이 전국 각지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타 올랐으면 좋겠다.

 

 

 

 

 

 

 

이처럼 좋은 글귀들도 산길에서는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모셔두면 보고 또 보게 된다.

 

 

 

 

 

참나무의 종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참나무는 역시 진짜나무였다.

 

 

 

 

 

해발 357m의 드름산 정상이었다. 드름산은 원래 몹시 추워 어름이 많다하여 드름산이라 하였다고

하며,  또 바위에 고드름이 많다 하여 드름이라 하였다고도 한다.

 

 

인도에서는 50세의 나이를 "바나프라스타(vanaprastha)"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이 말은

"산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의 나이 50이 되서야 비로소 산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라고 하니 산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가 산을 찾는 것도 아마

산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함이 아닐까?

 

 

 

돌무덤이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염을 토하는 돌무덤 앞에서 내가 내게 말했다.

"저는 이제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도록 노력하

렵니다." 또 다른 내가 내게 이렇게 화답했다. "좋습니다. 우리 한번 열심히 살아봅

시다.".. ^^*

 

 

 

 

 

인생의 속도는 ktx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생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마감돼 가는데

한 해 한 해, 곶감 빼 먹듯 세월을 빼먹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몸과 마음도 앙상한

꼬쟁이만 남고 말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평생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먹고 놀기만 하라!" 고 한다면 그것은

진정 축복이 아니라 큰 벌이 되고 말 것이다. 말 할것도 없이 건강한 몸으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 삶에 탄력을 주고 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 일을 열심히 해내기 위해서는 오늘 처럼  이렇게 충전의 시간도 필요한 것이고...  

 

 

햇살이 밝게 내리쬐는 여름날, 푸르른 의암호의 아름다움 앞에서 우린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현대인들에게 불행은 감탄사를 잃어버린데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신록의

나뭇잎을 대해도.... 파란 하늘을 보고도.... 아름다운 꽃을 보고도.... 그리고 저토록 아름다운

절경을 보고도...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

 

내일 도살장으로 끌려 갈 황소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오늘 한가로이 풀을 뜻듯 그렇게

무감각하게 우리의 일상을 맞이한다면 우린 우려했던 불행이 현실이 되고 만다.

감히 말하건데, 상실돼가는 감탄사를 찾는데는 여행만한 것도 없다. 그러나 여행은 단순

한 취미 일수만은 없다.

 

그것은 자기 정리의 엄숙한 과정이요,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그런 계기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일 수도 있어야 한다. 의암호의 한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섬은

붕어섬이다.

 

 

자연은 순환의 질서를 지킨다. 사람들에게 그토록 허물리고 더럽히며 상처받으면서도

계절의 질서를 묵묵히 이행한다. 오늘따라 이런 자연이 그지없이 고맙고 미덥고 기특

하기만 하였다.

 

 

뒤에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산이 삼악산이다.

 

 

 

 

 

 

산행을 마치고 우린 의암호의 인어상을 찾았다. 종래에는 콘크리트로 제작되었던 것을 불과

두어 달 전에 청동으로 다시 제작했다고 한다.

 

 

 

 

 

인어상을 관람하고 우린 식당 차량을 이용하여 "소양강 처녀"상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식당 사장님으로부터 국민 애창곡 '소양강 처녀"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기순씨에 관한 흥미

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얘기가 진지하여 고마움의 뜻으로 그 식당을 내 블로그에

다시 홍보해 주기로 하였다.)

* 아래 글은 식당 사장님의 말씀을 참고로 어느 신문기사를 간추려 편집한 것임을 밝혀둔다.

 

주인공은 노랫말처럼 '열여덟 딸기 같던' 나이에 고향을 떠나 '슬피울던 두견새처럼' 밤무

대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36년간의 한많은 타향살이를 끝내고 숱한 고생끝에 몇년

전, 고향 근처인 사북면에 '풍전가든'이란 음식점을 차렸다고 한다. 


'소양강 처녀'란 노래는 우연히 만들어졌다. 소양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돌봐주는 '음악가님'에게 매운탕이라도 대접하겠다며 고향으로 초청

했다고 한다. 반야월 선생을 비롯, 원로가수 몇명이 소양강을 찾았고, 아버지와 함께 솥단

지와 장작을 배에 싣고 상중도에 들어갔다.

상중도에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먹으며 섬에서 한나절을 보낸 뒤 천렵을 마

치고 돌아올 무렵에 옅은 물안개가 끼고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한다. 아마 이때 펼쳐진 인상

적인 풍경을 보고 시상이 떠올라 '소양강 처녀' 노랫말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반야월 선생이 만든 '소양강 처녀'는 가수 김태희씨가 불러 히트를 쳤고 이후 한서경씨가

리메이크하면서 국민 애창곡으로 자리잡았는데 정작 노랫말의 모델이 됐던 윤씨는 20여년간

 '소양강 처녀'의 탄생 유래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90년대 중반 반야월 선생이 TV의 '전국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나와 소양강 천렵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뒤늦게 노랫말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번 춘천여행에도 우리와 함께 했던 "춘천 왕 닭갈비", 산행 들머리에서 날머리로...

그리고 춘천 소양강처녀상까지 기꺼이 우리를 실어나르셨다. 닭갈비집 사장님이 아니

셨다면 우린 교통비는 물론이고,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했을 것이다. 그 보답으로 이렇게

광고를 또... 사장님~! 저, 너무 고분고분하면서도 엄청 착하죵..^^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한다고 한다. 또한 청춘이란 장미빛 불, 붉은 입술 등

강인한 육신을 뜻하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감수성, 그리고 굳은 의지력과 함께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

나는 침신함을 뜻한다고 한다.

 

때로는 20살의 청년보다 60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의 뜻은 말할 것도 없이 상상력, 감성,

신함 등이 20대보다 60대가 더 탁월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어가는 것이다.

 

세월은 살결에 주름을 만들지만, 우리가 열정을 상실할 때는 영혼이 주름지고 근심, 두려움, 자신감 상실은 기백을 죽

이고 정신을 타락시킨다고 한다. 우리가 젊어있는 한 60살이건 16살이건 모든 인간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 대한 

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미래의 탐구심과 인생이라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우리의 가슴, 한가운데는 이심전심의 오고감이 있어 인간과 신, 그 모든 것으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

지만, 우리가 기개를 잃고 우리의 정신이 냉소주의와 비관주의, 패배주의에 덮여 있는 한 우리는 20살이라도 늙은이 일수

밖에 없는 것이며, 우리가 낙관주의의 파도를 힘차게 뛰어넘고 있는 한 우리는 80살이라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살수 있

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