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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호남권 산행

주작.덕룡산..

 

 

산행 일시 : 2013. 4. 6~7(토요무박)

산행 코스 : 소석문=>동봉=>서봉=>주작산=>작천소령=>바위재=>오소재

산행시간 : 약 8시간

안내 산악회 : 안양 산죽회

 

 

<천국에 계시는 내 어머니께..>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건데...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어됴 땅 한 평

남겨줄 형편은 되었는데...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가난만 물러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좋겠다.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이 있는 여기가 그래도

족하다.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며 살았거늘 말라비틀어진 젖꼭지 파고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

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사

잘하거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잘사는걸 볼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행복하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어머니, 이 편지는 어느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에게 보낸 실제 편지이며, 이 편지를 끝으로 그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는 다시는 만남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이 편지를 읽고 몹시 슬펐습니다. 슬픔에 복

받쳐 혼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영락없이 당신이 내게 보냈던 편지처럼 느껴져 슬펐고, 그래서 하염없는 눈

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다름아닌 당신이 떠나신지 꼭 2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 당신께서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알리는 소식입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어머니께서는 제게 두 가지 말씀을 남기셨고, 저 역시 흔쾌히 그 뜻을 따르겠노라고 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 첫째, 모든 조상분들의 기제사는 추석 전에 온 가족이 선영을 찾아 묘제로 대신하고 일체 집에

서는 제를 지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말씀이셨으며, 그리고 또 하나는 당신이 눈을 감게 되면 그 이후로는 집에서

기제사를 일체 지내지 않는 대신, 주일에는 꼬박꼬박 교회를 찾아 신앙생활에 매진해 달라는 말씀이었지요..

 

헌데, 저는 지금까지 첫번째 말씀에는 성실하면서도 아주 효성스럽게 어머니의 숭고한 그 뜻을 따르고 있답니다.

해서, 당신의 기일인 오늘도 이렇게 남도의 산하를 찾아 산행을 하게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들, 두번째

말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아~! 당신의 아들, 그 말씀에 대해서는 불경스럽기 그지없는 행태를 보여오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유감스럽게도 자신에게 편하고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뜻은 효심이라는 이름으로 금세 잘 받들

면서도 조금이라도 성가시며 귀찮다고 느껴지는 일에는 갖은 이유를 대서 회피하고 말았습니다. 기실 따지고 보면 오늘

산행도 당신의 기일을 맞아 기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뜻에는 온전히 부응한 꼴이지만, 두번째 말씀인 주일 예배는

그르치고 말았으니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당신의 서운함이 사라질수 있단 말입니까?

 

늘 인자하기만 하셨던 내 어머니, 그나마 어머님의 뜻 중 절반은 따른 셈이니 제가 저지른 과오를 어느 정도는 사

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당신의 아들 정중히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교회에

잘 나가겠다는 다짐을 또 한번 해봅니다. 어머니,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한 것이 분명한가 봅니다. 바로 이태

전, 어머니께서 저희 곁을 떠나때는 말이지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잃은 듯 허전했고 슬퍼했습니다만,

 

월은 고작 이태가 흘렀을 인데벌써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그 그리움 또한 많이 사라져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머니,제 얘기를 들으니 많이 서운하시죠? 당연히 서운하실거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들, 당신의 기일인 오늘만큼은 특별히 산행이 계속되는 동안 내내 당신을 생각하면서 단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신과 함께 하겠으며, 내 몸이 당신의 옥체를 기억하도록 하고, 내 텅빈 눈동자에는 의연하셨던 당신의 모습

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당초 1박2일 일정으로 비교적 여유있는 산행을 계획했었습니다만, 우천으로 인하여 부득이 무박산행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문득 백두대간 마루금을 한창 걸을 때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산행을 하더라도

면 잠을 설치게 되는 무박산행은 삼가했으면 좋겠다는 말씀 말입니다. 어머니 말씀이 전적으로 수긍이 갔기에 저는 백

대간 종주, 그 뒤로는 단 한차례도 무박산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오늘은 사정상 어쩔수가 없었답니다.

 

무박산행,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기왕 산행을 하기로 맘 먹었으니 즐겁게 시작하렵니다. 새벽 4시쯤이나 됐을까요?

우린 조식을 해결하기 위하여 강진의 어느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큰 사단이 생겼습니다. 아직 사위엔

짙은 어둠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한겨울을 방불할 정도로 강풍이 불고,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포근한 꽃철만

생각하고 집을 나섰던 우리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 먼길을 밤새 달려왔는데 어쩌겠습니까?

 

 

추위와 어둠을 고스란히 안고 산행은 시작됐습니다. 오르락 내리락 정신없이 앞사람의 발꿈치만 처다보며 산행을 한지

1시간 여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듯 여명이 밝아 온듯 어둠이 서서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헤드랜턴을 벗기

에는 이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웠습니다. 지난 주의 위도 섬산행을 생각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던 저는 혹독한 추위를 견딜 요량으로 할 수 없이 우의를 걸쳐 입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나타 난 길라잡이입니다. 한 참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걸어 온 길은

겨우 1.57킬로미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동봉도 이제 0.86킬로미터 밖에 남지 않았습

니다.▼

 

 

 

드디어 해발 420m의 동봉에 이르렀습니다. 한 참을 오르락 내리락했던 터라 몸에 열기가 솟아나고

어느 정도 추위에 적응된 듯 거추장스럽기만 했던 우의를 벗어버렸습니다.

 

 

 

 

지나 온 동봉의 모습입니다.

 

 

 

 

동봉을 통과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해발 432.9m의 서봉이 나타납니다. 어머니, 이곳 땅끝 해남의

산야에는 봄기운을 받은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있는 그 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이곳의 봄꽃들은 너울너울 바람에 흔들릴때마다 되살아나는 그리움이었습니다.

 

오늘따라 예견치 못했던 추위 탓에 봄이라는 시절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이 봄, 얼마나 많은

설렘으로 우린 또 한 시절을 뒤척여야 할지 모릅니다. 아,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머니, 길섶의 모든 작은 생명들이 간밤에 내렸던 진눈깨비 속에서도 그리고 지금 억세게 불어대는

강풍을 맞으면서도 어쩜 저리도 환하게 일어나는지...문득 그동안 계절의 변화에 무감각했던 내 무

관심이 진정 부끄러워 오늘은 작정하고 그 작은 것들에게 다정한 눈길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 이젠 우린 날카로운 바위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모처럼만에 험란한 덕룡의 암봉을

벗어나 저렇게 평화스런 길을 걷게 됩니다.▼

 

 

 

방금 지나 온 서봉의 웅장한 모습입니다. 무서우시죠? 창끝처럼 날카로운 바위로 형성된

봉우리랍니다. 그러나 무서울 정도로 위험하면서도 짜릿했습니다. 이런 암봉들을 40여개

를 넘어야 비로소 오늘 산행이 끝이 난다고 합니다.▼

 

 

 

 

 

 

 

 

 

 

 

표지석을 보니 "주작산475m"라고 돼있습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길라잡이에는 "덕룡봉 정상 475m"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쩌란 말입니까? 이곳이 주작산의 정상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덕룡산 덕룡봉의 정상이라는

뜻인지 햇갈리기만 합니다. 문구상으로만 보면 주작산 덕룡봉의 정상으로 이해될 듯 싶은데 그렇다면 덕룡봉

은 덕룡산의 한 줄기가 아니고 주작산의 한 봉우리라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힘든 산길을 거닐면서도 타오르는 붉은 빛의 동백 앞에서는 절로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흔히들 동백은

세 번 핀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나무 위에서 한 번 피고, 낙화하여 땅위에서 또 한 번 피고, 마지막으

로는 여인의 마음 속에서 한 번 더 핀다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동백은 참으로 아름다운 꽃입니다.

 

 

 

 

꽃이 집니다. 동백이 집니다. 뼈속까지 파고드는 삭풍에 더는 어쩌지 못하고 봉오리째 툭툭 떨어집

니다. 그러나 동백은 "자의식"이 강한 꽃이 분명합니다. 가지끝에서 하루 하루 시들바에는 차라리

땅위에 떨어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남겠다는 그 결기를 품고 낙화합니다. 동백, 그가 떠나는 모습이

처연하면서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

 

 

 

 

 

오늘 산길은 크고 작은 암릉들을 무려 40여 차례씩이나 오르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것도 거의 태풍 수준의

바람을 맞으며 말입니다. 어머니, 제 육신은 이제 힘들게 힘들게 수 많은 암봉을 넘고 넘어 지칠대로 지쳐

갑니다만, 이렇게 멋진 장면들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 오늘 산행은 몇 번을 곱씹어 봐도 질리지 않을 보석 같은 풍경들로 두눈 가득 답깁니다. 덕룡과

주작을 거쳐 두륜산으로 이어지는 산군(山群)들의 위용 또한 몇 마디 말로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창날

처럼 솟은 희디 힌 암릉들은 꿈틀대는 백룡을 보는 듯 했습니다.

 

 

어머니, 저는 마땅한 이름이 없는 이곳을 저 표지판처럼 427.7봉이라 명명할까 합니다. 주작산은

웅장한 산세, 험한 암봉....아니 "돌병풍"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렵사리 덕룡

산을 지나 이제 조금 편할테지 하고 주작산으로 향했습니다만, 산길은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주작산은 주작이 머리를 서쪽으로 돌린 듯한 형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힘들다는 느낌만

받았지 그런 형상을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산행이 끝나고 산행기를 정리하는 이 시간에도 어제의

처절했던 산행이 말해주듯 어깨쭉지가 아파오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온몸이 쑤셔옵니다.

 

 

 

끝 없이 펼쳐지는 암봉들!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머니, 바람은 속절없이 불어대고 다리는 아파왔지만 산길에 찬란히 피어 난 꽃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

니다. 눈이 시리도록 꽃들을 바라 보았습니다. 아, 봄마다 황홀하게 불태우는 사랑법을 새로이 가르쳐 주는

봄꽃들, 그 폭발적인 열정의 원천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것은 필시 삼동을 얼렸던 핏줄이 한꺼번에 풀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리땁게 피어나는 꽃들을 그냥 보아줄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요? 오늘 하루 내내 강풍을 동반한 채

그렇게나 맵고도 시리게  시샘을 부리던 꽃샘추위, 이름만 들으면 꽃처럼 향기로울 것만 같은데도 옷섶을

파고드는 그 추위 덕에 이미 피어 난 꽃들은 물론이고, 망울 터트릴 날만 기다렸던 꽃들마저 미처 활짝 피어

나기도 전에 맥 없이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단 며칠밖에 살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버려야 했던 진달래꽃, 하지만 꽃들은 당당했습니다.

진달래꽃들은 그의 일생을 다하면 그뿐, 절대 철쭉이나 다른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저 하찮은 꽃들도 저리 당당한데 우리네 사람들은 어떠할까요? 오직 부귀와 영화를 위해서는 자기

고유의 색깔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몸의 무늬만을 바꾸고 있는 것이 이 세상 사람들의 본

모습이랍니다.

 

정말이지 정신은 황폐하기만 한데 겉 모습만 바꾼다고 그 욕망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상식과 순리를 무시하고 몇 단계씩 뛰어오르며 심지어는 날기까지하려는 인간군상들. 그들을

생각하며 새삼 꽃 피우는 일 하나로 목숨을 불사르듯 가지마다 줄기마다 온통 꽃을 피우고 선 진달래꽃

들의 격정이 내 마음에 드리운 현을 아프게 아프게 흔들어대고 맙니다.

 

 

 

어머니, 꽃은 하루 아침에 우연히 피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름철의 그 뜨거운 뙤악볕 아래에서

그리고 모진 겨울 추위속에서도 얼어 죽지않고 참고 견뎌 낸 그 인고의 세월을 꽃이라는 이름으로

활짝 열어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머니, 오늘 어려운 산길을 거닐다가 저 찬연한 진달래꽃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문득 청아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가 이렇게나 조화롭고 아름다운 것은

사람과는 달리 욕심이나 아집이 없이 무심히 울려나오기에 그토록 오묘한 소리를 낼수있는것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어릴 적 평화로운 고향 땅에서 곱게 피어나던 진달래꽃을 바라보면서 꿈꿨던 그때의

푸른 꿈이 아직 내게 남아있을까요?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혼탁해진 이 시대 어느 구석진 곳에

버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문득 수줍은 진달래의 꽃망울 앞에 나는 어쩔 수 없는 춘정으로
그만 치약 냄새 채 가시지 않은 내 입술을 가볍게 포개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저는 조금 전 바위를 오르면서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모자를 바람에 날려보내고 말았습니다.

모자를 찾으려 한 참을 헤맸지만 더 이상 집착한다는 것은 또 다른 화를 부를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만 두기로 하였답니다. 모자를 쓰지않고 까칠한 얼굴이 노출된채 사진을 찍으니 제가 봐도 이상

한 모양새인데 어머니가 보신다면 또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요?

 

 

어머니, 하늘을 향해 포효하듯 치솟아 있는 저 산이 바로 두륜산이라고 부르는 산이랍니다.

참, 제가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갔었던 해남의 대흥사가 바로 저 산의 밑자락에 있

는 절이랍니다. 당초에는 저 산까지 마저 오르기로 됐었으나 저는 오늘 너무 힘든 산행을

했었던 터라, 그리고  두륜산의 당당한 위세에 주눅이라도 들었는지 그만 포기하고 맙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 또 다시 밧줄을 타야 했습니다. 이제 저 밧줄을 끝으로 오늘 산행은

끝이 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 밧줄타는 일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설령 그 밧줄이 마지

막 밧줄일지라도 너무 힘들었던 탓에 우린 우회의 산길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드디어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오소재로 내려왔습니다. 참으로 지루한 산길이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이었습니다. 덕룡산. 주작산, 이것으로 8시간에 걸친 무박산행은

끝이 났습니다.

 

따뜻한 남도의 날씨하곤 상관없이 전혀 뜻하지 않게 진눈깨비가 내리고 거대한 폭풍이 몰아

치는 어려운 산길, 그러나 저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어 갈 수 있었

습니다. 물론 그 원천은 어머니이셨습니다.

 

어머니, 어찌보면 오늘 산행도 긴 능선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게이고, 우리는 그 무대를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 모두에서도

말씀드렸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해가 갈수록 희미해진다고 너무 서운하게 생각마시기 바

랍니다.

 

말씀은 그렇게 했지만 내 어머니를 어찌 감히 단 하루라도 뇌리 속에서 지울 수가 있겠습니까?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제게 어머니는 결코 잊어야 할 대상도 잊혀져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어머니, 지금 와서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작년 말로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직장에 취업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어머니 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머니, 제가 보기엔 직장에는 정년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인생에

정년이 있다면 탐구하고 창조하는 노력이 멈추는 바로 그 때 즉, 죽음을 맞이할 때가 그 정년이

아닐런지요..어머니,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내 인생의 정년까지 결코 이 세상을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드리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보기엔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철이 한참 덜든 사람이 꽃이 피어나는 봄철에 철

없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그때 그러셨던 것처럼 또 이해 바랍니다.^^

 

 

 

어머니, 덧붙이는 말씀입니다. 기왕 해남에 가는 김에 우린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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