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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영남권 산행

종지봉~성주봉~운달산~김룡사

 

 

오늘 산행 들머리인 문경시 당포리이다. ▼

 

 

터벅 터벅 종지봉을 향하여 시골길을 걷는다. 시골길이라지만 콘크리트

길이라서 옛 고샅길을 걷던 정취를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

 

 

길가 어느 집 화단에 할미꽃이 소담스레 피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할미꽃은 어느 새 내 마음을 고향길로 떠밀곤 하였다. "뒷동산에 할미꽃.

호호백발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그러나 고향의 봄은 할미꽃만으로 한정될 수는 없었다. 뒷산 발치에는 노란

물감을 뿌린듯 산수유가 피어있고 분홍빛 꽃물결 찰랑대던 진달래와 노란

솜털을 사르르 날리며 삐약거리던 햇병아리의 종걸음마는 황급히 산길로

향하는 내 마음을 여지없이 향수에 사로잡히게 하고 말았다.

 

여전히 허리를 땅으로 굽은 연약한 할미꽃에서  착하디 착한 작은 손녀의

통곡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마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술인 노거수 그늘을 따라

터벅터벅 길을 걸어 나갔다.▼

 

 

등로 입구에는 "성주사" 라는 절을 창건하는 현장이 있었다.

뒤에 보이는 산이 종지봉이다.  ▼

 

 

한참 단장 중인 성주사 대웅전의 모습이다. ▼

 

 

종지봉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길로 시작된다. 그리고 곧바로 네발을 이용해야

하는 대슬랩 구간이 이어진다. 그 다음에는 험란한 로프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종지봉은 이렇듯 쉽사리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의 인내를 시험하는 했다. 그렇게 몇 차례를 거듭하고 나서야

비로소 산은 정상에 오르는 길을 허락하여 주었다. ▼

 

 

 

 

봄기운도 따스한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내 마음도 푸르렀다.

힘겹게 해발 565m의 종지봉에 올랐다. 종지를 엎어놓은

형태라서 이름 붙여진 종지봉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듯 치솟아

그 당당한 위세에 주눅이라도 드는 줄 알았다. ▼

 

 

종지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초록에 들러싸인 주위를 관망한다.

온통 주위가 초록, 연초록 빛이었다. 초록 빛~! 그것은 분명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다. 그러면서도 초록은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 어떤 색채에도 뒤지지

않는다. 나 또한 그 초록을 좋아하고 초록빛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스라이 포함산이 보였다.▼

 

 

그리고 조령산도 보였다. ▼

 

 

죽은 소나무를 산길에서 만났다. 무슨 이유로 죽었을까?

처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소나무는 죽어서도 아름다웠다. ▼

 

 

저 험란한 봉우리를 넘어오다니...

종지봉을 넘어왔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후미의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아찔해 보였다. ▼

 

 

오늘 산길은 크고 작은 암릉들을 몇 번씩 오르고 내려와야 했다. 그러나 산길은

신록의 상쾌함과 정갈함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해맑은 햇빛을 등지고

능선을 오르는 맛의 즐거움이란 자연이 내게 준 봄철 산행의 최대의 축복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전망대에서 문경뜰을 뒤로 하고 한 컷 땡겼다.▼

 

 

해발 961m의 성주봉이었다. 성주봉은 기세 등등한 장군이 자리를 버티고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이곳 당포리 일대 주민들은 성주봉을 장군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

 

 

전체가 거대한 바위산으로 안정감을 갖춘 빼어난 산세로 기세 당당한

성주봉은 예로부터 고을 사람들이 신주처럼 받들어 신성시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갈림길이었다. 운달산은 3.5km를 남겨두고 있었다. ▼

 

 

날씨는 무더웠지만 해발 1000 고지가 넘는 산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정상부에는 잔설이 남아있었다. 하얀 눈을 한 줌 쥐어서

얼굴에 문질러 보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흐르는 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산인 해발 1097m의 운달산에 올랐다.

고지대라서 그럴까? 운달산 정상 주변의 나무들은 아직 잎을

틔우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새 봄을 잉태하기 위해 저 나무들은 지난 가을엔

무성했던 잎새들의 영광을 떨쳐버리고 겨우내내 허허로움을

견디다가 이제 얼마 안있으면  푸르른 잎을 틔우게 될 것이다.▼

 

 

운달산 정상 주변의 편편한 바위 위에서 땀을 씻고 잠시 숨을 돌렸다.

그 동안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인생이란 여정도 잠시 쉬며 느끼는 이 흐뭇함이나 편안함

때문에 그 힘든 시절을 참고 견디는 것이 분명할게다. ▼


 

 

이제 우리는 김용사 방향으로 하산하여야 한다. ▼

 

 

바로 이것이 문화 산악인. ▼

 

 

운달산에서 내려다 본 문경뜰의 모습이다.

 

 

김용사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급경사 길이었다. 다행히 하산 길이

급경사 길이어서 망정이지 오르는 길이었다면 고생깨나 할 것 같았다. ▼

 

 

김룡사 근처, 논바닥이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물이 있고 그 위에

동물 형상의  크고 작은 돌들이 새워져 있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주위에 안내판이  없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었다. ▼

 

 

김용사 입구에 이르니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때 맞춰 하얀 눈이

내렸다. 꽃비가 내린 것이다. 벚꽃, 아~! 그것은 피어날 때도 아름

다웠고 흩날릴 때도 아름다웠다. 날개도 없는 꽃들이 지금 막 그리움의

물살이 되어 허공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

 

 

아, 사랑도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났다가 저토록

아름답게 질수는 없는 것일까?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벚꽃

들의 향연에 마음을 맡기고 속세를 향한 수만 마디의 하고

싶은 말들을 참는다.▼

 

 

김룡사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김룡사는

신라 진평왕10년에 (588년) 운달조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사진은 봉명루였다.▼

 

 

아래 사진은 김룡사 천왕문이다. ▼

 

 

김룡사 경내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운달산 김룡사의 일주문이었다. ▼

 

 

웅장하고 아늑한 운달산을 끼고 있는 운달계곡, 원시림으로 뒤덮인

운달계곡은 문경 팔경의 하나로 계곡의 맑은 물은 얼음같이 차서

냉골이라고도 부른다. ▼


 

 

운달계곡의 맑은 수액을 받고 계곡수 흘러내리는 청아한 소리를

들으며 산벚나무의 꽃들은 싱그럽게 피어났다. 온갖 신록의 무리들

중에서도 마치 자기 존재를 과시라도 하듯 산벚꽃들은 그렇게

화려하게 피어 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 힘 없는 산벚꽃들은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쓸쓸히

흩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오늘 밤엔 문득 그리움의 등에

고요히 타던 불꽃이 치솟을 것만 같다. 마음 속 깊이깊이 흐르던

사랑의 용암이 무섭게 분출하여 위태로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뒤풀이를 마치고 귀경 길에 올랐다. 어느 휴게소에 이르니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화사하게 피어 난 핑크 빛 복사꽃이

그리움에 지친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았다.

 

눈이 시리도록 꽃들을 바라 보았다. 봄마다 황홀하게 불태우는

사랑법을 새로이 가르쳐 주는 봄꽃들,  그 폭발적인 열정의

원천은 과연 어디일까? 그것은 필시 삼동을 얼렸던 핏줄이

한꺼번에 풀렸기 때문일 것이다.

 

꽃 피우는 일 하나로 목숨을 불사르듯 가지마다 줄기마다 온통

꽃을 피우고 선 복사꽃들의 격정이 내 마음에 드리운 현을 아프게

아프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산행 개요>

산행 일시 : 2010. 5. 2(일)

산행 코스 : 당포리~종지봉~성주봉~운달산~김룡사

산행 시간 : 약 5시간 30분

안내 산악회 : 안양 산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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