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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세계/자작 글 모음

책의 향기(야생초 편지..)

 

 

 #  야생초 편지 #


 사실 내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전인
10여 년 전 만해도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래야

그저 꽃은 예쁘고 향기롭다느니, 새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느니 정도로 밖에 별다

른 특별한 느낌을 갖지 못했었다.

 

 하지만, 산행의 연륜이 점점 쌓여지고 덩달아 내 나이도 늘어감에 따라 비로소 산과 바다와

들 등 온갖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장엄한 대자연의 행위예술에 대하여 하나하나 느낌표가 붙

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늘 역시 자연과 더불어 우뚝 솟아있는 모락의 정상을 정복하고 뿌듯한 성취감에 빠

졌었으며 동시에 자연이 내게 전해주는 양질의 자양분을 마음껏 섭취한 하루였다. 한결 정갈

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책 속을 거닐었다.

 

 단숨에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아쉬워했을 소중한 책, 그래서 간밤에 아껴 접어 두었던

"야생초 편지"를 마저 읽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들풀향기 가득한 생명의 지침서, 이 해인 수녀님의 추천의 글제가 말해주 듯 암울했던
한 시대

에 10여 년의 억울한 감옥살이를 마다하지 않고 야생초와 더불어 보내야했던 양심수 '황대권'이

누이동생에게 보내는 옥중서신이다.

 이른바 국가기관에 의해 조작된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꿈 많은

30대를 감옥에서 보내고 그가 세상에 다시 돌아올 때는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무려

13년 2개월 동안이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해야했지만 이 책 속에서 그는 그저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그 긴 세월동안 야생초를 만나게 해줘 고맙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념적 편린

을 떠나서 우리를 한없이, 한없이 미안스럽게 하고 있다. 이 편지에서 그는 처음엔 자신의 만성

기관지염과 요통, 치통을 고쳐 보려고 풀을 뜯어먹다가 이내 야생초에 반해서 야생초 연구가가 되

었다고 한다.

"풀은 내 자신의 일부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35만 여의 식물종 중에서 우리 인간이
먹는 것은 불과 3천여 종으로 나머지 34만

여 종은 잡초로 불리어 몹시 안타깝다는 그는 그것은 엄격히 말해서 잡초가 아니라 야초일 뿐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식물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의 시각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켜 준 야생초 편지, 자신이 직접 그린

생생한 그림과 함께 소개된 이 편지는 오롯이 체험을 통해서 나온 말이지 결코 머리에서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편지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내가 야생초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 속의 교만을
다스리고자 함이다.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야생초

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할 수가 없다. 자연 속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

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 그것은 언제나 화려하고 유치찬란한 것만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자기 색

깔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값진 목소림에 틀림없었으며 매우 사소한 풀 한 포기라도 제대로 바라보는 일

을 통해 온전한 자기 성찰과 함께 전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책의 말미 부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담에 사회에 나가면 공터를 몇 백 평 마련하여 봄에서 가을까지 계속하여 야채와 식용 야생초

씨앗을 뒤섞어서 마구 뿌려 농사를 짓되, 내다 팔 것이 아니라 자급자족용으로서의 농사를 지을 것이다".

 절묘하게도 이 부분에서만은 모처럼 나의 생각과
맞아떨어졌다. 어차피 정년퇴직 후에는 나 자신도

자급자족용 농사를 짓는 꿈을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야생초를 재배할 생각은 꿈도 못 꾸었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읽는 동안 내내 끝까지 각별한 슬픔을 뛰어넘어 아릿한 감동이 가슴속 깊이

저미는 듯했다. 이 자리를 빌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