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의 틈에 끼여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특별히 나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저 평범하고 수수한 한 여자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가고 그녀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약간은 어눌해 보이면서도
가끔씩 번뜩이는 재치와 깔끔한 매너가 그랬고,
상대를 편안하게 대해주는 잔잔한 마음이 그랬었다.
그렇게 만나면서
우린 어느 새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는 방법 또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 하고
내가 그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을 때,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있었다.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만 남겨주는 것일까?
그저 사랑이란 이름으로 함부로 덤벼들었던 나,
정작 사랑을 얻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리라...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있었지만
이별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마지막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을 정리코자 둘이서 자주
드나들었던 카페에 갔다.
우연히도 우리가 처음 만났었던 날처럼
그날 따라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순결의 하얀 눈과 함께 그녀를 향한 복받치는 그리움도
함께 쏟아져 내렸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카페의 창 쪽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그가 남기고 간 찻잔 위에는
그가 버리고 간 사랑과 커피 한잔의 웃음이 시들고 있었다.
아, 오늘 이 적막한 황혼의 숲에 이는 바람은 정녕 그대의
숨결이란 말인가?
늘 사이좋게 오더니만
오늘은 왜 혼자냐고 묻는 카페주인에게 나는 차마 헤어졌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신에 미리 준비해간 편지를 건네주고 돌아
와야 했다.
그녀와의 사랑의 때가 잔뜩 묻은
이제 언제 찾을지 모르는
정 들었던 카페를 두고서...
2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편지지에 담겨져 있던 내용은 아마 이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편지는 읽어보아도 괜찮습니다.
아니 꼭 읽으셔야만 합니다. 그리고 내가 떠난 뒤에
그가 찾아오거든 이 편지를 절대로 그에게 보여줘선 안됩니다.
그 대신 그녀가 나에 대해 물었을 때,
편지에 적힌 내용대로만 말해 주기 바랍니다.
내가 이곳에 몇 번이나 찾아왔느냐고 묻거든
딱 한번 뿐이라고 사실대로 말하되,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왔었다고 말해주기 바라며,
남긴 말이 없었느냐고 묻거든 고개만을 좌우로 흔들어
주기 바라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거든, 나도 또한 병자
처럼 쓸쓸히 웃더라고 전해주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거든 나 역시 울면서 떠났다고
말해주기 바라며, 그러나 우는 건 보았지만 미움같은 것은 일체
없는 듯했다고 덧붙여주기 바랍니다.
만약에 그녀가 "무척 사랑했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면 나 또한 여한이 없었노라고 말해주고,
혹여 아쉬워하고 무언가 미련이 있어 보이거든
단념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전해주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추억은 영원하지만
사랑은 이미 지나갔으니까 그렇습니다.
습작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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