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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일반 사진첩

묘제를 다녀와서...

 

저수지에서 생긴 일

 

 하루하루 일상의 고달픈 일에 파묻혀 허둥대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간간이

낯익은 고향의 정경(情景)을 떠올리는 순간은  하루 중에서 가장 즐거운 시

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명절 때나, 한식날이나 돼야 찾아 나서는 한적한 고향, 자치기, 연

날리기, 땅따먹기, 술래잡기 등 유년 적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지금 다

시 재연(再演)하기엔 어느 새, 희끗희끗 들어버린 나이가 밉기만 합니다.

 논과 밭, 산과 내(川).... 어느 것 하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만의

낙원이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저수지에 관한 음산한 추억의 한 토막을 꺼내볼

까 합니다.

 

 내 고향 모퉁이엔 산과 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배고픔의

대물림을 극복하는 것이 소원이었으며 풍족한 물이 끊임없이 출렁이는 저수지

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늘만 쳐다보고 비가 내려주길 기다리는 고질적인 천

수답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드디어 산과 산 사이에 둑을 막아 하나의 저수지를 완성시켰습니다.이렇게 해

서 축조된 저수지는 척박한 천수답을 옥토로 바꿔놓고 말았으며 덕분에 사람들

의 삶도 제법 풍요로워졌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이들에겐 맘껏 수영도 할 수 있는 훌륭한 물놀이 터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만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저수지에서는 실로 이상한 일

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병마에 시달려온 집안의 아주머니뻘 되시는 분이 식구들에 대한 죄스러움

과 육신을 파고드는 고통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이곳 저수지에서 자살이라는 극

단적인 방법을 택해 삶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억울하게 먼저 죽은 이의 원혼이 누군가를 초대했던 것일까요?

그 뒤, 이곳 저수지에서는 매년 한사람씩 귀중한 생명들이 맥없이 수장됐습니다.

환한 저승길의 꽃 빛깔 앞에서는 누구나 정갈해지는 것인지 그들은 한결같이 하얀

고무신을 곱게 벗어두고 삶을 마감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얼마 전에 또다시 저와 동갑네기인 한 친구가 생을 마

감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 이승에서의 서러운 이유는 다 어디론가 속속들이

잊고 그처럼 쉽게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 도대체 저수지에는 무슨 비밀이 있었을까?

저수지의 비밀은 어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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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토) 큰 아이 결혼식을 올리고서도 아직까지 조상님을 알현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드디어 오늘 묘제 겸해서 우리 부부와 자식 내외가 함께 다녀오기로 했

었는데 또 뜻하지 않게 며늘 아이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셋이서 다녀오기로 하였다. 물론 다른 분들은 각자 따로 와서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토욜, 성묘차량이 많아서인지 도로는 온통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11시 30분경에 도착하니 동생도 오고 하나 둘씩 가족들이 오기 시작했다.

 

  지난 6월초에 제초작업을 하였지만 잡초가 또 무성하게 주변을 덮치고 있었다.

암튼 잡초의 생명력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다른 말이 필요없었다. 작년 "평장"이

라는 큰 일도 따지고 보면 잡초가 무서워 시행했던 것이고 또 그것도 모자라 얼마

전엔 묘지 주변을 콘크리트로 봉쇄를 하였는데도 여전히 잡초는 나타나고 있었다.

 

 아직은 폭염이 상존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주변 정리 작업을

마무리 하고 묘제를 올렸다. 마침 이번에는 미리 확보해 둔 함평의 지인 별장에서

1박을 하고 귀경하기로 하였기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작년 평장 작업이전의 산소 모습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평장후의 산소 모습이다.▼

 

 

시간에 여유로워서 함평 자연생태공원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생각보다 시설이

매우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는 동생의 별장이다. 깨끗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휴식처 같았다. 이 자리를 빌려 

또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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