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혹은 사람과 조직사회에서 지금까지 나의 존재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낸다거나
내세울것이 별로 없었으니 경쟁력으로 말하면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릴적
이나 지금이나 자타가 공인하는 나의 경쟁력은 튀거나 모나지 않은 성격에다가 다른 건 몰라도 최
소한 착한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바 "싫으면 관두든지,"라고 배부터 내밀고 나오는 "갑"들이 판치는 세계에서는 착한 성품이
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고, 가장 값진 경쟁력이 아닐까,"하고 스스로 자위
도 해보고 대견스럽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나이는 들었는데 철은 안들었고,
이게 나인 건 분명한데 내가 원하는 나는 분명 아니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서히 나를 떠나기 시작했고, 같이 있기도
난감한 사람들은 나를 만나고 싶어했었다. 어차피 그렇고 그런 세상이려니 생각하면 오히려 마
음이 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풍진 속세를 떠나 자연의 품에 안겨 자유
의 몸이 되길 원했다.
오늘은 육지 속의 섬,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오지 마을이라는 비수구미였다.내 어릴 적 고향마을도
세상에서 몇 번째 안가는 오지마을이 틀림없었을 터이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 오지마을이
내겐 무척 정감이 가는 것이 사실이었다.비수구미(秘水九美)는 글자 그대로 신비한 물이 만든 아홉
가지의 아름다움이란 뜻이라고 한다.
트레킹 일자 : 2014. 5. 24(토)
트레킹 코스 : 해산령~ 비수구미 계곡~ 오지마을~ 파로호(모터보트)~ 도립화목원.식물원안내 산악회 : 산노을 산악회
파라호의 절경 속에 감추어진 비수구미 오지마을, 춘천을 지나고 화천을 지나서
한참을 들어가면 그 입구가 나타난다.▼
드디어 비수구미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약 6km의 비포장도로를 걷는다.
도로길을 따라 사이좋게 계곡도 이어지고 있었다.▼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 마을로 손꼽히는 비수구미마을, 일제가 강제로 만든 화천댐은
이 일대의 마을을 모조리 수장해버리고 말았다. 댐이 세워지고 뭍이 물에 잠기자 사람들은
눈물로 호수를 채우며 고향을 등졌다고 한다.
비수구미는 거대한 평화의 댐 아랫자락에 소박 하게 숨겨져 있는 오직 세 가구만 사는 초미
니 마을이 돼버렸다.▼
마을 뒤편으로는 산세 험한 고산 준봉이 우뚝 솟아 있고 앞으로는 계곡이 흘러 강을
만난다. 파라호의 물이 집 앞까지 찰랑대기 때문에 비수구미는 험한 산세에 막히고
강물에 반쯤 잠긴 오지 중의 오지가 돼버렸다.이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당근,차
를 포기해야만 한다. ▼
오래전부터 이곳 사람들은 산등성이에 살며 산을 태워 밭을 일구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자연의 조화를 따라 까마득히 먼 세월부터 이곳 사람들은 삶의 터를 일구어왔을 것이다.
산에 불을 놓아 밭을 일궈 간신히 한 해를 넘기는 힘겨운 생계보다 그들에게 더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달랑 세가구만이 남아 민박집과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지만 내가 보기
엔 오리지날 이곳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외지 사람들이 이곳 마을 주민의 집터를 이용,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졌다. 소위 아는 사람들만 그 맛을 안다는 오지마을식
산채비빔밥 역시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보트를 타기위해 우린 파로호 임시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선착장주변엔 온통 나팔꽃 세상이었다.
지천에 널려있는 하얀 나팔꽃, 이른 아침에 누구보다도 먼저 활짝 피어나는 꽃답게 꽃말 역시
"기쁜 소식"이라고 한다. 어쩜 생김새와 꽃말이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 오늘은 필시 기쁜 소식이
있으리라 기대해보면서 가슴 한켠에 한 컷 담아보았다.▼
뭍으로 가는 모터보트틀 타기위해 간이선착장으로 왔다.비수구미에 들어가는 방법은
비수구미 계곡 임도길을 따라 6km정도 걸어가는 방법과 평화의 댐 근처 포장도로 끝에
서 비수구미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모터보트를 타고 들
어가는 방법이 있다.
파로호, 파로호의 원명은 화천호였다고 한다. 그런데 6.25전쟁때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
가 벌어져 중공군 30,000명을 수장하는 혁혁한 전과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승만 대
통령은 이 전승을 기념하기 위하여 "오랑캐를 격파(破)"했다는 의미로 "파로호"로 명명했
다고 한다.▼
귀경길에는 팁으로 강원도 도립화목원에 들렀다.▼
산딸나무이다.
중부이남에서 자라는 갈잎 큰키나무로 가지는 층을 지어 수평으로 퍼진다.
잎은 마주나며 꽃은 흰색으로 6월경에 피며 열매는 9~10월에 딸기모양의 붉은 빛으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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