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살아있을 때, 체력이 받쳐줄 때, 그리고 시간이 될 때 더 다니고, 열심히 보고 많이 느껴야 한다." 이것은
비단 내 생각뿐이 아니고 아마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사고일 것이다. 현대는 일 잘하고 불행한 사람보다 일은 좀
못해도 행복한 사람이 더 강한 승자라고 한다.
그렇다. 행복, 아무리 들어봐도 좋은 단어이다. 행복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 나는 여행을 첫번째로 꼽는다. 그런데
이 여행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감성과 체력과 시간이 동반될 때 의미가 있고 빛이 나는 법이다. 오늘도 나는 여
행길에 올랐다. 저 멀고 먼 곳 장사도와 지심도를 찾아서 말이다.
장사도는 통영시의 동남단 내해의 끝부분 거제시 남부면과 경계지역선상에 놓여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섬으로 통영항에서 16km, 뱃길로 30 여분 거리에 있으며 현재 2가구가 살고 있는 유인도 섬이라고 한다. 장사도는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길게 생긴 것에서 유래되었으며,
또한 누에의 모습처럼 길게 누워있다하여 "누에섬" 즉, "잠사도"로 불려져 왔으나 일제강점기 때 긴 뱀으로 잘못
오인되어 "장사도"라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여행 일자 : 2014. 2. 16(일)
안 내 자 : 안양 산죽회
장사도행 배를 타는 순간 갈매기들의 유희는 시작된다. 대재앙을 예고하는 생태계의 혼란쯤은 남의 일인 듯 깡
그리 채 무시하고 사람들은 새우깡으로 갈매기떼를 유인했고 그 보답으로 그들은 포동포동한 몸짓으로 현란한 율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가 그러는 사이에도 사나운 물결에 놀란 물고기들은 아예 바다 깊숙이 몸을 숨기고 수면이 잔
잔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배항에서 뱃길따라 30분, 드디어 장사도에 들어섰다.▼
죽도국민학교, 오랜만에 읽어보는 정겨운 이름이다. 국민학교, 언제부터 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됐을까?▼
오늘 장사도의 날씨는 물 속에 잠긴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잘 다듬은
산문 같았다. 단정한 어순, 절도있는 표현, 근더더기 없는 문장, 그러면서도 현란한 수식을 피한 강력하고도 절제
된 산문같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다.▼
섬아기집, 그 집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아났다. 끊임없이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있는 섬집아기의 노래를
들으니 하염없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몰랐다. ♬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섬집아기는 언제 들어봐도 슬픈 노래가 분명했다. ▼
왠 아이의 오줌빨이 저리도 센지..^^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가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복한 섬여행을 와서
유치환의 명시, 행복을 읽으며 다시 한번 행복에 젖어들었다.▼
이 땅의 만물들은 어쩌면 이다지도 서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 대지는 어쩌면 인간의 심장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일까? 장사도는 인생을 깡그리 써버리고 남은 여생을 이 외로운 해안에서 보내고자 유배된 퇴
물인간 까지도 포근하게 감싸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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