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하고도 21일이다. 처서도 지나고 추분도 낼 모레이다. 그래도 무더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일교차가
심해서 밤 시간에는 선선하다. 유난히 무더위에 맥을 못추는 나이고 보면, 이렇게 계속되는 무더위가 몹시 싫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맥의 마루금은 주어진 약속대로 계속 걸어야 한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한남정맥의 시작지점인 제1구간
을 걷지 못하였던 6인의 산객들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걷기로 하였다. 듣던대로 제1구간은 결코 만만한 구간이
아니었다.
더우기 여름날을 방불할 정도로 이렇게 무더운 날은 힘이 그만큼 더 들 수 밖에 없었다. 산행기를 정리하는 지금
이 시각에도 그날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듯 몸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다. 가시덤불로 막혀버린 산길을 찾느라
양 팔은 피투성이가 됐고,
산행이 피곤하여, 그날의 산행이 너무 힘이 든 산행이라서 우린 그 피로에서 벗어나고자 뒤풀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술을 마셔야 했었다. 다음 날 아침,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그동안에 내가 보아왔던 내가 아
니었다. 아프리카에서 갓 돌아온 시커먼 토인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었다.
가시덤불에 찢겨진 두팔은 아직 상흔이 고스란이 남아있었다. 집사람도 놀랜 모양이다. 행여 잔소리로 들려질까
조심을 떨다가 한마디 내뱉는다. "아무리 좋은 운동도 적당한 운동이라야 보약이 되고, 건강에도 좋은 법인데
저렇게 무리하게 산행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헤치기 십상이다." 라고...
할 말이 없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산행 일시 : 2013. 9. 21(토)
산행 코스 : 칠장사~칠장산~도덕산~죽산휴게소~국사봉~상봉~가현고개~달기봉~구봉산~매봉고개(두창리)
산행 시간 : 약 8시간 30분
누 구 랑 : 한남정맥 제1구간 땜빵 산행
칠현산 칠장사 일주문이다.▼
칠장사 대웅전의 모습이다.▼
이 나무가 바로 칠장사 나옹송이다.▼
칠장사에서 칠장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초입부터 계속 오름구간이었다.▼
이곳은 소위 3정맥 분기점이다. 속리산에서 칠현산 정맥정상까지 뻗어 올라 온 한남금북 정맥과 칠현산에서 시작하여
천안,예산,서산을 경유하여 태안반도 안흥에 가서 끝나는 금북정맥, 그리고 바로 오늘 걷게 되는 한남 정맥이 분기하는
곳이다.▼
해발 492.4m의 칠장산 정상이다.▼
이곳도 칠장산 정상? 과연 어느 곳이 정상일까? 지형을 살펴보니 정상석이 설치돼 있던
조금 전의 지형보다 이곳의 지형이 더 높은 듯싶었다.▼
아직은 시간적으로 산행의 전반부라서 힘이 솟구쳐 올라오기라도 하는 듯 주행속도가
굉장히 빠른 느낌을 받는다. 해발 457m의 관해봉이다.▼
생각보다 비교적 빠른 시각에 도덕산에 이르고....
다시 이어지는 녹배고개까지....
산행 시작한지 두 시간이 넘었다. 드디어 차량 접속코스인 도로로 나왔다. 하지만 저 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슬아슬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안개가 심해 가시거리가 짧기에 중앙분리대 넘어
반대편 차량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안개에 파묻힌 죽산휴게소의 모습이다.▼
얼마간의 산길을 걷다보니 주민센터 건물도 나타나고...▼
길가에는 연분홍색 코스모스가 산행에 지친 나를 위로라도 해주는 듯활짝 피어있었다.▼
뒷산에 이르렀다.▼
얼마후엔 해발 438m의 국사봉에 도달하고...▼
다시 연이어지는 상봉에...
다시 두번째 접속구간인 가현고개에 이르고...
우린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고달픈 산길에 접어들려는 순간이다.▼
천주교 공원묘지를 지나면서 우린 30 여분 동안 알바를 하게 되었다.
곧장 묘지를 끼고 돌아야 할것을 그냥 넘어가버리는 바람에...ㅠㅠ
우리가 지금 걷고있는 한남정맥에 관한 개념도이다.▼
해발 465m의 구봉산 정상이다. 산행 시작 7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찌는듯한 무더위 때문에 더욱 힘 들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 몸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아무리 육신이 힘이 들어도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풍광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매봉재 250m, 문제의 길라잡이이다. 당연히 이곳에서 매봉재까지의 거리는 250m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실제 거리는 250m가 아니라 그의 열배 거리인 2.5km는 될 듯 싶었다.▼
"매봉재 250m→"라는 길라잡이가 설치돼 있는 위치에서 한 참을 걸어왔다. 그런데 이번 길라잡이에서는
매봉재가 700m의 거리에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역주행이라도 했다
는 말인가? 문제는 더 있었다. 저기 적혀있는 매봉재 700m 마저 엉터리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매봉재까지의 실제 거리는 못되어도 족히 2km는 넘을 듯싶었다. 이 따위의 불성실한 길라잡이는
없는 편만도 못하다. 이런 류의 길라잡이가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산객들에게 크나 큰 불편만 줄 뿐이다.
당해 행정관청인 용인시의 맹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곳에서 매봉재까지 가는 길목에 나타 난 가시덤불은 나의 양팔을 온통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야말로 처절한 산행이었고 피투성이로 얼룩진 산행이었다.
드디어 9시간 가까운 힘들었던 산행의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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