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시 : 2013. 7. 21(일)
산행 코스 : 두창리고개~ 문수봉~ 바래기산~ 벌목봉~ 염치고개~ 무너머고개~ 함박산~ 학고개
산행 시간 : 약 9시간
안내 산악회 : 안양 산죽회
사람의 욕심이란 원래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법인가 보다. 산행 욕심 또한 마찬가지일 듯싶다. 몇 년전에
백두대간 마루금 이어걷기를 마치고,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의 산길을 다 걸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정맥 종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맥 종주를 위한 여건 조성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근자에 이르러
서는 그냥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우리 산악회에서 한북정맥에 이어 한
남정맥 종주산행을 시작한다고 하기에 망설임 없이 동참을 선언하고 말았다.
한남정맥은 경기 남부지역의 주요 산들을 걷기 때문에 이 산길들이 우리 안양에서 보면, 홈그라운드나 마찬
가지였다. 우선 들머리를 찾아 이동하는 거리가 짧다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었다. 물론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도 당연히 짧을 수밖에 없었다.
암튼 나의 한남정맥 도전은 여러가지의 많은 잇점은 안고 출발하였다. 홈그라운드 어디벤티지 외에도 잘만
하면 연내에 마무리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늘처럼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전체구간을 7~8개 구간으로
나누어서 산행을 하면 금년 12월에는 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한에 위치한 9개 정맥 중 밋밋하여 제일 재미가 없다는 한남정맥, 그래서 한남정맥은 그만큼 힘든 길
일 수도 있을 것이며, 또한 그 정맥의 길을 걷지 아니하고서는 완전한 정맥 종주를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실행했던 제1코스는 적당한 날짜를 잡아 땜방 산행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제2코스를 걷는 오늘부터 그
대장정에 몸을 맡겨보기로 한다.
우선 한남정맥에 관한 기본적인 자료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한남정맥이란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뻗어 내려
오면서 속리산 천황봉(1,508m)에서 한남금북정맥이 분기하여 칠장산(492m)으로 내려오다가 이곳에서 다
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이 나누어진다고 한다. 한남 정맥은 칠장산에서 시작하여 북서쪽으로 이어지면서
한강 유역과 경기 서해안 지역을 분계한다.
이 산줄기는 도덕산(366m), 국사봉(440m), 달기봉, 구봉산, 함박산, 부아산, 할미성, 형제봉, 광교산, 백운
산, 수리산, 수암봉을 넘으며 김포평야의 낮은 등성이와 들판을 누비다가 계양산과 가현산(215m)을 지나 강화
도 앞 문수산을 통과한 후,김포반도의 끝 보구곶리에서 그 끝을 맺는다고 하며 도상거리는 총 178.5km라고 한다.
산행 들머리인 두창리 고개다. 차량의 통행을 금하는 육중한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었다.▼
오늘 산행은 출발전 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이미 아침부터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중 산행을
제일 싫어하는 나로서는 비가 내리지 않거나 오더라도 오후쯤에나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었다. 일단
우리는 문수봉을 향해서 걸어나가야 한다.▼
경계가 삼엄하기에 군부대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극동기상연구소였다.▼
산길인듯 들길인듯 정맥의 길도 백두대간의 길처럼 그렇게 그렇게 뻗어있었다. 조금이라도 무더위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출발했던 나는 잡초 우거진 숲을 지나면서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었다.▼
큰 길로 내려섰다. 영동고속도로와 에버랜드로 향하는 갈림길이었다.▼
다시 숲길이었다. 배낭을 걸치지 않고 걷는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이유는 두창리 고개에서 용인
농촌테마파크까지 약 1시간 여가 소요되는 이 구간은 본격적인 산길이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편히 배낭
없이 걷다가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드는 농촌테마파크 부근에서 우리 일행과 배낭을 실은 차량이 조우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연꽃단지에 이르렀다.▼
형형색색의 연꽃이 만발한 연꽃단지였다. 연꽃은 알려진대로 여러가지 특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연꽃의 특징을 닮아가는 사람을 흔히 "연꽃처럼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선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고 정갈한 자태를 지키고 있는 꽃이다.▼
연꽃은 그 잎 위에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뿐이다. 뿐만 아니다. 연꽃이 피면 물 속 시궁창의 모든 악취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
하다. 마치 한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듯이 말이다. 또한, 연꽃은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꽃 피운 만큼의 선행은 꼭 그 만큼의 결과를 맺기 마련이다. 연꽃은 그런 꽃이다.
그러하기에 불교의 상징이 되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을 상징하는 꽃이 된 것이다. 문득 아름답고 향기
로운 연꽃을 바라보니 나도 저 연꽃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었다. 나도 저 연꽃처럼 더러움에 물들지 않
고 향기롭게 살고 싶었다. ▼
용인 농업기술센터 건물이다.▼
우린 이곳 기술센터 뒷길에서 차량으로부터 배낭을 찾아메고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약 40여분간 비지땀을 흘리며 오르다보니 어느 사이 문수봉이었다.▼
정상에는 아름다운 시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앞에 섰다.
"젖지않고 피는 꽃들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오늘 나도 그랬었다. 비에 젖고, 육신에서 흘러나오는 땀에 젖고 바람에 젖었다. 젖고 또 젖어
한 떨기 예쁜 꽃으로 피어나는 꽃들처럼 나도 오늘처럼 이렇게 젖고 젖어 하나의 의미있는 삶이
완성되어 가는 것일 게다. ▼
문수봉 정상에서 함박산 정상까지는 8.8km였다. 일단 이곳 길라잡이에는 그렇게 명기되어 있었다.▼
함께 산길을 걷던 일행 중 한 분이 이곳 문수봉의 지하에는 수년간 사용할 석유를 매장하고 있다고 하며
또 어떤 산우는 하얗게 보이는 탱크가 바로 석유 탱크라고도 한다. 누구 말이 옳은지 모르겠다. ▼
함박산 7.2km, 문수봉에서 1.6km 걸어 온 셈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길라잡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수치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그러나 이후 길라잡이에는 엉터리 수치가 많았다. 바로 조금 후에 만나게 되는 망덕
고개에 설치돼 있는 길라잡이에는 함박산이 지금보다 훨씬 먼 거리인 11km로 표기 돼 있어 많은 산객들의
원성을 살게 분명했다.▼
오늘 우리는 문수봉을 지나면서부터 사진에서 처럼 여기저기의 산길이 크게 훼손돼 있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산악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한다. 그것은 가볍게 지적
만 하고 넘어가서는 결코 안될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것은 개념없는 무뇌아들의 행동으로 밖엔 이해될 수 없었다. 단순히 산행에 방해가 된다고
푸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곧바로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간과할 수 없는 현장상황이었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인간의 가장 비이성적인 행태로 말미암아 산이 크게 신음하고 그리하여
종국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인간에게 넘겨지고 말텐데도 말이다.▼
망덕고개에 위치한 한국인 첫 사제인 김 대건 신부의 추모비이다. 김 대건 신부의 삶은 짧지만 영원했다.
살이 터지고 피가 튀는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불변의 사랑을 보여 준 사제 김 대건 안드레아, 성
인의 살은 복음의 씨앗이 되고, 성인의 피는 복음화의 밑거름이 되어 신앙의 뿌리깊은 거목으로 자라났다.▼
오늘 산행은 햇볕이 없는 가운데 진행하는 산행이었다. 간헐적으로 비도 뿌리고 바람도 불어주었다.
여름 날의 산행치고는 비교적 수월한 산행이었다. 하지만 산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끝이 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내 나만의 고질적인 땀방울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며 나를 괴롭
히고 있었다.▼
식수보충을 위해 두번째로 버스와 조우하게 되는 무너머 고개로 향하는 길목에는 은화삼 CC가
인접해 있었다. 어느 사이 우린 자신들도 모르게 골프장 안으로 침입하는 무법자가 되고 말았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조심조심 그러면서도 가장 빨리 골프장을 빠져나왔다.▼
무너머 고개였다. 우린 이곳에서 간단히 막걸리도 마시고 식수도 보충해서 마지막 코스인 함박산으로
향했다.▼
마지막 한 시간 여의 사투끝에 드디어 해발 350m의 함박산에 올랐다. 고작 350m의 산이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그것은 기나 긴 산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내 몸이 정상 작동하지 못한 탓이리라. 더구나 오늘은
왕복 30 여분의 시간 동안 알바까지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ㅠㅠ
부아산 갈림길이었다. 우린 용인대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부아산은 다음 구간에
첫번째로 오르게 되는 산이다.▼
날머리인 학고개 터널 입구이다. 곧바로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용인대가 나온다.
우린 용인대 상가 화장실에서 찌든 땀을 씻어내는 시원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배려해 주신 상가의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뜻을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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