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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100대 명산

37. 미륵산

 

 

산행은 주말산행이 확실히 부담이 없다. 아무리 힘든 장거리 산행일지라도

일단 일요일엔 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요산행은 늦은

시각에 귀가하게 되면 당장 이튿날 출근부터가 부담이 된다. 더구나 월요일은

주요 간부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는 주중인 수요일쯤에 어김없이 이곳 저곳 산악사이트의

산행검색에 들어갔다. 우선 내가 적을 두고 있는 산악카페 몇군데의 산행

스케줄을 검색해 보고 마지막으로 오케이 마운틴의 수도권 산악회 산행일정을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이번 주 토요산행은 특별히 마음을 끄는 산행지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수도권산행은 매력이 별로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일요산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일요산행으로 적당한

산이 눈에 들어왔다. 통영의 미륵산이었다. 미륵산은 물론 100대 명산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일 산행으로는 거리가 마음에 걸렸다.

 

산악회 버스가 아무리 빨리 달린다해도 줄잡아 5시간은 족히 걸릴터인데

왕복 10 여시간을 도로에서 보내게 된다고 생각하면 분명 이것은 몸을

혹사시키는 힘든 일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꺼이 미륵산 산행에 동참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산행 일시 : 2010. 12. 5(일)

산행 코스 : 금평마을~현금산~미륵산~용화사

산행 시간 : 약 4시간

안내 산악회 : 무지개 산악회

 

 

한적한 경상도 어느 시골 마을에 두대의 관광버스가 멈춰섰다.

물론 우리를 싣고 이곳까지 5시간여를 달려 온 산악회 버스였다. ▼

 

산행 들머리인 덕평마을이다. ▼

 

내 요람 야솟골은 씨알만한 동네. 산울림이 뇌이는 동화속에 잠기어

세월도 비껴가는 그런 동네. 법보다 먼저 순리를 익히어 우러러 섬기고

굽어 아끼며 울타리 넘나드는 치자향기 이웃 눈만 주면 풀빛도 따라와

주고 삼동볕도 나누어 쬐는 사람들 세상 눈치 안보고 옛말 하면서

까치밥 한 알 감도 남겨두는 동네....▼

 

마을 길을 따라 산으로 향했다. 제법 운치있고 평화스런 시골마을이었다.

밭에서 일을 하는 어느 촌로께서 묻지도 않은 마을자랑을 꺼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과 사법고시 합격자를 6명씩이나 배출한 마을이라고 한다.▼

 

산 길가에서 난 생 처음으로 노란 유자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유자나무를 보았다.어릴 적 자주 보아왔던 울타리로 쓰이는 탱자

나무 정도로만 생각해 왔는데 저렇게 큰 나무일줄은 전혀 몰랐다.▼

 

토영이야~! 통영을 토영이라고 부르는 경상도 억양이 분명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미륵산 산길은 바로 "토영이야~" 길이었다. ▼

 

거의 모든 산길이 그러듯이 오늘 미륵산 산길도 초입부터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몸 전체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영상 15도의

겨울답지않는 포근한 날씨인데도 두툼한 겨울바지를 입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순간은 까마득히 더위를 잊고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길라잡이였다.미륵산 정상까지는 2.2km를

남겨두고 있었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일듯 싶었다.▼

 

해발 330m의 현금산 정상이었다. 330m라고 해서 뒷동산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기회있을 때마다 몇번이고 강조하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산은 산행기점이 해발과 표고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해발 수백m에서 표고가 시작되는 육지산행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법이다. ▼

 

미륵의 정상은 이제 1.6km를 남겨두고 있었다. ▼

 

현금산을 지나 전망 좋은 곳에서 한 컷 땡겨봤다. 그러나, 인물의 배경이

역광이라서 별로다. ▼

 

통영 앞바다와 통영대교의 멋진 모습이다. 아름다운 코발트색 통영바다를

바라보면서 문득 태안 원유유출사고 당시를 회고해 보았다. 산행기를

정리하는 오늘이 마침 태안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지 3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청청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코끝이 서늘하게 불어대는 청량한 바닷바람은

생각만해도 좋다. 하지만, 검은 파도가 일고, 원유를 온몸에 뒤집어 쓴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바다생명들의 가쁜 숨소리는 상상하기 조차 싫다.

역겨운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그 당시의 태안 바다는 너무도 고통스럽고

소름이 끼치는 생생한 경험으로 아직도 내 뇌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끔찍했던 그 날의 비극이 결코 "잊혀진 재앙"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시는 그와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정말이지 그같은 사건이 상투적인 사건이 될까봐 덜컥

겁부터 난다.

 

전망좋은 바위에서 통영시내를 뒤로 하고 포즈를 취해봤다.▼

 

미륵산 정상은 금새라도 손에 잡힐듯이 가까워 보였지만 막상 걸어보니

예상외로 먼 곳에 있었다. 한 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800m나 남아

있었다. ▼

 

넓적한 돌 하나를 들고 정성스레 돌무덤에 보탰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작은 소원을

빌었다. 우리 큰 아이가 좋은 직장에 취업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 작은 아이가

어서 마음을 고쳐먹고 병영생활에 충실할 수 있게 되기를....

 

아울러, 관용과 지혜가 턱없이 부족했던 나로 인해 혹시라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 모든 분들에게 일일이 용서를 바라는 심정으로....▼

 

미륵의 중턱에 이르니 청명한 하늘 아래 멋진 기암괴석이 그 위용을

과시하며 우뚝 서 있었다.▼

 

기암괴석을 돌아 풍광이 좋은 곳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또 한컷 땡겨보았다.

역시 남해바다는 모성의 바다처럼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비릿한 갯내음과

부딪히고 고함지르는 서해바다가 삶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면, 분명

남해는 밀어를 나누기 좋은 환상의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볼 수 있었다.▼

 

목재테크로 잘 단장된 계단이었다. 지금까지 산행을 하는 동안, 이렇게 멋지고도

훌륭하게 설치된 계단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

 

드디어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이었다. 미륵산은 1억 2천만년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에 분출된 하산으로서 그 명칭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이곳을 방문하여 미륵

존불이 장차 강림하실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미륵사 자락에는 천년

고찰 용화사와 미래사 등 유서깊은 사찰 및 암자가 산재해 있다.

 

미륵산에 오르면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다도해 조망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우며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 여수 돌산도가

다 보일 정도로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이에 따라 고려말부터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대가 설치됐으며 한산대첩의 현장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산길은 비교적 호젓한 편이었는데 정상에 이르고 보니

어디에서 왔는지 수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온 사람들이 산행을 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정상석을 촬영하느라 한 참을 기다려야 했었다.▼

 

한려수도 전망대이다. 한려수도란 한산도에서 여수에 이르는 아름다운 300리

바닷길을 일컫는 말이다. 한려수도는 국내 최초로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받았다.

공원면적은 545제곱킬로미터이며 통영. 한산지구, 거제. 해금강지구를 비롯한

6개지구로 나누며 이중 통영. 한산지구는 한려수도의 중심지구로 풍광이 수려할

뿐 아니라 수 많은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

 

한려수도 전망대에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이 가까이는

사량도가 비교적 선명하게 보였다.▼

 

봉수대 바로 아래에 아늑히 자리잡은 쉼터이다.▼

 

통영 미륵산 봉수대이다. 봉수(烽燧)는 높은 산에 올라가서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전통시대의 통신제도이다. 봉수제는

기록상으로 고려중기에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미륵산 봉수대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 210호이다.▼

 

미륵의 정상에서 내려다 본 쪽빛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점점이 떠있는

올망졸망한 섬들도 그렇고.. 맑고 투명한 남해의 하늘도 그렇고...거기에 덩달아

그곳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는 내 마음까지도 황홀하였다.

 

그것은 흡사 자연이 빚어낸 작품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은 존재하지 않은 듯 싶었다.

그토록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우린 탄성을 지르며 한참을 머물렀다.▼

 

우린 옹화사 광장으로 내려서야 한다. ▼

 

천년사찰 용화사 해월루이다.▼

 

미륵산 용화사 사적비이다. ▼

 

용화사 보광전이다.▼

 

용화사 입구에 때늦게 화려한 자태로 피어있는 단풍의 모습이다.▼

 

소나무 울창한 용화사 길이다. 이렇게 한가하고 고즈넉한 길을 걷다보면 문득 문득

세속적 가치에 초연해진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로 나서면 나는 이내 열심히 일하며 사회적 성취감을 높여가는 사람들과 합류

하고 만다.▼

 

그 길에는 동백도 피어났다. 왠지 서러워 보이는 동백을 바라보며 그 동안 마음을

할켜왔던 그리움을 지워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 속 어지러움과 탁한 것들을 모두

가라앉히고 싶었다. ▼

 

하산 예정시간 보다 무려 1시간 30여분 빨리 하산하였다. 용화사 광장 근처

에서 후배와 함께 사우나를 하고 곧바로 어시장으로 향했다. 감성돔과 일반돔으로

횟꺼리를 만들어 소맥을 혼합하여 몇병을 마셨다.

 

그 동안 충분히 외로웠고 충분히 고단했고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던 허우적

거리는 내 인생, 이 정도의 하루 산행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아래 사진은 거북선의 모습이다. 서울 한강 거북선이 지난 2005년 11월 14일

남북 분단이후 최초로 한강하류 비무장지대 뱃길을 열고 한산대첩의 본 고장인

통영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동영항과 선박들의 모습이다.▼

 

통영항에서 조금 전에 내려 온 미륵산을 바라보았다.▼

 

뉘엿뉘엿 통영의 바다로 잠겨드는 해, 그리고 저녁놀의 황홀함이 펼쳐진다.

그 여리고 순한 빛깔을 지닌 저녁놀의 잔영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람의 마음을 빛깔로 표현한다면 아마 착하고 어진 사람들의 마음이 그런

빛깔을 띄고 있지 않을까?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이다. 우린 이곳에서 미륵산 산행대신 소매물도로 관광을

떠난 분들을 기다려야 했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 광장에 있는 야자수가 이국적 정취를 물씬

자아내게 하고 있다.▼

 

"하나로 이은 끈"

우리의 눈망울마다 핏줄 가닥마다 마음 갈피마다 서리고 엉긴 소원 묻는다면

그것은 조국통일 봄 여름 가을 겨울 꽃다이 열리는 아름다운 우리의 강토 저 산과

강과 바다로 이을 끈 그것은 조국 통일 눈물과 피로 얼룩 진 지난 역사의 멍울을

삭이고 홍익인가 그 한 정신으로 새로운 미래를 펼치는 희망 그것은 조국 통일....

 

<100대 명산 선정사유>

충무시와 연육교로 이어지는 미륵도(彌勒島)의 복판에 솟은 산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등 경관이 아름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지형도에는 용화산(龍華山)으로 표기

되어 있으며, 석조여래상(경남유형문화재 43호)과 고려중기의 작품인 지장보살상과 시왕상 등이 보존되

어 있는 용화사(龍華寺)가 있음. 도솔선사가 창건한 도솔암, 관음사(觀音寺), 봉수대터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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