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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100대 명산

79. 천관산

 

 

 

 

오늘은 모처럼 큰 마음먹고 저 멀리 국토의 정남단 토말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천관산을

만나기로 하였다. 천관산은 수년 전에도 한차례 다녀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이른바 무박산행으로 다녀왔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요즘과는 달리 도로도 좁았고 교통도

발달되지 않아 당일치기 산행은 엄두도 못냈을 시기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몇번이고 강조하지만 나는 무박산행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입산금지 또는 시간관계상 1일 산행으로는 적절치 못한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때

박산행을 하는 것이지만 어두컴컴한 산길을 헤드랜턴에만 의존하여 걷다보니

도대체 머릿속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때도 그랬었다. 무박산행, 외롭고 지루하고 답답하고 고달픈 산행, 바로 그 자체였다.

단지 그나마 외로움으로부터 어느정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새벽하늘을 수놓고 있는

은하의 별무리와 수많은 헤드 렌턴들이 절묘한 빛의 조화를 이뤄내면서 어둠 속에 고요히

잠 들어있는 대지를 밝혀준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물론 그 동안에도 천관산은 늘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특히 억새꽃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이맘 때 쯤이면 예외없이 그리움의 수첩을

꺼내들고 천관산을 노래하곤 했었다. 그리고 오늘 천관산을 만나로 가는 날이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산인가? 얼마나 가고싶었던 산인가? 그리고, 오늘이 오기를 얼마나

학수고대 했었던가?

 

 

 

 

 

산행 일시 : 2010.10. 23(토)

산행 코스 : 장천재~금강굴~환희대~구룡봉~환희대~연대봉~양근암~장천재

산행 시간 : 약 4시간

안내 산악회 : 경기우리 산악회

 

 

 

천관산 들머리이다. 꽃자리가 있었다. 어딜까? 시방 내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란다. 그럴 것 같았다. 꽃자리, 그만큼 천관산은 정겨운 산이다. ▼

 

시방 니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천관산 등산 안내도이다.▼

 

천관산 도립공원 만남의 광장이다.▼

 

우린 금강굴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천관산 소개글이다. 천관산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명산 가운데 하나로 기암괴석이 빼어나고 억새가 일품이며

다도해의 그림같은 풍경을 한 눈에 바라다 볼 수 있다.

 

아기바위, 사자바위,종봉, 천주봉,관음봉,선재봉,대세봉,석선봉,돛대봉

등을 비롯 수십개의 기암괴석과 기봉이 꼭대기 부근에 비죽비죽 솟아있는데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진행방향은 계속해서 금강굴 방향이다.▼

 

장흥군의 보호수로 지정돼 있는 제법 운치있는 소나무이다.▼

 

 

 

사실상 이곳이 산행들머리 같았다. 이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산뜻한 인상을 주는 길라잡이이다.▼

 

풍광이 좋은 위치에 있는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 뒤로 펼쳐지는 정경들이

멋졌다. 아, 멋진 정경들을 바라보니 세상이 바로 그 순간에서 정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다 버려도 하나도 아쉬울 거라곤 없는

내 삶은 가벼워서 좋았고 나를 감싼 풍경은 마냥 아름답기만 했었다.

 

보라~! 다도해의 잔잔하고 평화스런 모습을....▼

 

언제부터인가 나는 속세로부터 쉽사리 끊을수 없는 단맛을 느꼈다. 그 맛을

알고서부터 그 맛에 대한 탐욕이 날로 강해져 나의 영혼은 사탕처럼 굳어져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점점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정신을 흔들어 멈추지 않고 흘러가게 하는 것은 산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천관산, 그 정도 의미만으로도 내게 이번 산행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모양새로 보아 거북이 바위, 아니면 갓바위일성 싶었다.▼

 

금강굴이었다. 금강굴에 관한 소개가 없어 아쉬웠다.▼

 

 

우리나라의 정남진, 이곳 장흥의 천관산에도 단풍은 피어나고 있었다.

단풍을 보니 고결한 정신이 서린 것 같았다. 세속의 때를 다 씻어내고

가을이 내게 전해주는 분위기에 취해 다시 단풍을 쳐다봤다. 빨간 단풍은

기름기가 잘잘 흐르고 나의 마음은 쾌청한 가을 하늘을 나는 듯 가볍고

경쾌했다.▼

 

이제 환희대는 500m를 남겨두고 있었다.▼

 

코끼리 바위였다. 정말 코끼리 같았다. 우람한 등치의 코끼리 같았다.▼

 

아래 천주봉에 관한 소개글이다.▼

 

 

 

 

천관산을 찾은 우리 모두에게 환희를...

책바위가 네모나게 깎아져 서로 겹쳐 있어서 만권의 책이 쌓아진

같다는 대장봉 정상에 있는 평평한 석대이니 이 산에 오르는

자는 누구나 이곳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맛보게 되리라.▼

 

 

당초 계획에 없었던 구룡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불과 600m의 거리이니

줄잡아 20분이면 족할 듯 싶었다, 그런데 나는 괜찮은데 누구는 어쩔까?

 

진죽봉이었다, 거석이 기둥같이 대장봉 중대위에 홀로 우뚝서 있는데

자그마한 조각돌로 그 밑을 고인것이 마치 사람이 만든 것 같다.

 

하면은 모나게 깎아졌고 두어자 위에 혹만한 조각들이 곁에 붙어있어

넓이와 길이가 판자같은데 꼭대기를 뚫고 아래로 드리워져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배돛대에 자리를 걸어놓은 것 같다.불설에 관음

보살이 불경을 돌배에 싣고 이곳에 와 쉬면서 그 돗대를 여기에 놓아둔

것이라 하였다.▼

 

누구 덕에 구룡봉을 들러가는 바람에 이 멋진 풍경을 음미할 수 있었다.▼

 

하늘을 찌를 기세로 삐죽삐죽 솟아있는 기암괴석,

참으로 이국적인 맛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구룡봉이었다. 돌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깎아지른 낭떠러지의 골자기를

굽어보면 정신이 아찔하고 다리가 떨려 아래를 내려다 볼 수가 없다.

 

꼭대기 바위위에 아홉마리의 용이 머리를 맞대고 노닐던 형상이 아름답고

크기가 각기 다른 수십개의 발자국이 남아 있으며 물이 고인채 마르지

아니하고 아주 높은 낭떨러지라 명주실 꾸리 몇개를 풀어도 닿지 않는다

한다.▼

 

구룡봉, 아홉마리의 용들의 등을 타고 주변을 조망해 본다. 신선이

따로 없을 듯 했다. 그런데 이 멋진 구룡봉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르지 못한다. 우리는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들인갑다.▼

 

천관산에도 가을은 오고 있었다. 여기 저기에서 울긋불긋 가을이 익는 소리가

요란하다.▼

 

겨울을 재촉하며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아직은 명치 끝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시려올 듯도 싶었지만 쉼 없이 달려 온 산길이어서인지 내 육신은

어느 새 흘러내린 땀으로 흥건히 젖어들고 있었다.

 

억새의 평원은 시작되었다. 다도해의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눈부신

억새군락을 걸었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5만여 평의 억새평원에 바람이

분다. 그렇다. 그것은 흡사 하얀 옷을 걸쳐 입고 너울너울 춤을 춰대는

무희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천관산의 주봉인 연대봉의 네모로 곱게 쌓아올린 봉화대에서 바라보는 주변경관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남해안의 다도해상에 펼쳐지는 올망졸망한 섬들의 설레는

가슴은 황홀한 비늘 빛이 되어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아직 내 마음의 날씨가 쾌청

하지 못해서인지 빤히 보인다는 지리산, 한라산, 무등산, 월출산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름 모른 산들만이 뿌연 연무에 휩싸인 채, 아련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연대봉, 옛날 이름은 옥정봉이며 천관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억새와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함께 어우러진 천관산에도 가을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변함 없이 가을하늘엔 조각구름이 흐르고 새들의 날개 짓도 여전

하지만 속절없이 가는 세월 앞에서는 웬지 이유 없는 고독이 밀려들고 내 생의

변두리를 핥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자꾸만 그 근원적인 물음표 앞에

서게 된다.

까치발을 들고 맞이했던 가을밤에 대한
애틋한 추억, 가슴 시리던 그 날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기억의 편린으로 남아 있는데 벌써 내 인생의

계절이 가을이라는 사실에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양근암, 등잔바위등을 올라 봉황암과의 갈림길 못미친 이곳에 높이 15척 정도의

깎아 세운듯 남성을 닮은 큰돌이 오른쪽 건너편 여성을 연상케 하는 금수굴과 서로

마주보고 서 있으니 자연의 조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척이나 잘도 생긴 양근암 앞에서 한참동안 움직일 줄 모르고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을 달래어 다시 장천재로 내려 가야만 한다.▼

 

이제 산행 날머리인 장천 주차장은 1.5km를 남겨두고 있다.▼

 

드디어 주차장에 내려섰다. 예정시간 보다 훨씬 빨리 내려왔다.

물론 선두였다. 함께 한 파트너의 표정이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정말이지 대견스러웠다. 하긴, 맨날 전문 후미였었다는데 그

감회가 오죽 하겠는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ㅉㅉㅉ▼

 

주차장 옆에는 평화스런 저수지가 있었고 그 밑에 옹기종기 여러 마을들이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었다. 그 모습 정겨웠다. 눈물이 나도록 정겨웠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가을 여행이 가져다 주는 행복이었다.

 

깊어져 가는 이 가을, 더 늦기 전에 어디론가 하염 없이 떠나고

싶다.가을사랑은 고요해서 좋고,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이 통해서

좋다. 사랑에 목숨 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차가운 이지(理智)로

단풍잎처럼 아리아리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이 가을이 찬란하도록..^^

 

<100대 명산 선정사유>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을 만큼 경관이 아름다우며 조망이 좋고 도립공원으로 지정(1998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신라시대에 세워진 천관사와 동백숲이유명하고, 자연휴양림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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