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산행 사진첩/영남권 산행

웅석봉(지리산)

 

 

 

주말연휴를 포함해서 오늘이 휴가 3일째 되는 날이다. 당초 계획대로 지리산 웅석봉이

위치한 산청을 가기 위해서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출근시간대에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탄다는 것이 그리 익숙한 풍경이 아니라서 어쩐지 어색하기만 하였다. 지난 금요일에

이미  휴가신고를 하고 나왔었지만 마음은 그리 홀가분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태풍 "무이파"가 북상 중에 있으며, 그 여파로 서울 중부지방에 강풍경보가

발령되었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것이냐?

이미 작정한 일인데 말이다. 강풍이 심하게 불 것이라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미리

예단하고 불안해 하고 걱정을 한다는 것이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기로 하였다. 휴가철이라고는 하지만 일기가 불순하고 평일이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의외로 한산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비 소식과는 달리 날씨마저도

좋았다. 산청(山靑), 정감있는 푸른 고장 산청땅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어차피 산행은

화요일에 계획되었기에 오늘은 황토참숯불찜질방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이용해 보는 불가마, 순도 100%의 황토에 참 숯불.. 연기 한 점 나지않는

그 참 숯불에 구워먹는 돼지고기, 그리고 곁들여 마시는 소주...그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 코스로 맛사지와 지압의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건장한 사내의 억센 팔이 다소

무섭게 느껴졌지만 일을 마치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이 가뿐했다.

 

이렇게 해서 산청에서 첫날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택시를 불러타고 웅석봉 산행의

들머리인 밤머리재로 향했다.

 

 

산행 일시 : 2011. 8. 9(화)

산행 코스 : 밤머리재~웅석봉~지곡사~내리

산행 시간 : 약 5시간 30분

 

 

오락가락 비가 내리는 산청버스터미널의 모습이다.▼

 

 

 

밤머리재이다. 이곳 밤머리재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차가 오기 때문에 지금은

별 문제 없지만 옛날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천왕봉 오르기 보다 웅석봉에 오르

기가 더 힘들었다고 한다.▼

 

 

 

웅석봉 산행 들머리이다. 비소식이 있었던 어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 소식이 없었던 오늘은 금새 비가 쏟아질 기세이다.▼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결코 원하지 않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5.3km의 거리에 있는 웅석봉에 오르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한 걸을 한 걸음 걸어나갔다. 산행 초입은 계속 오름길의

연속이었다. 한 참 만에 나타난 길라잡이 반가웠다. 외로운 산길에 나타 난 길라잡이,

어둑어둑한 산길에 나타 난 길라잡이가 몹시 반가웠다.  아~! 내 인생의 여정에도

저렇게 반듯한 길라잡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길라잡이가 있어주면 내 삶이

조금은 덜 팍팍할 것 같았다.▼

 

 

 

웅석봉 산행은 초입에는 된비알 구간이라 힘이 들지만 일단 능선에 들어서면 지리산의

산행이 그러하듯이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아직 웅석봉은 2.0km를 남겨두고 있었다.

 

 

 

지루한 산길이었다. 흔히들 지리산은 넉넉한 가슴으로 사람들을 단근질하고

진한 향에 취하게 만드는 어머님의 품안 같은 산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기 때문이었는지 이 순간 만큼은 "어머니의 산"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드디어 웅석봉의 정상부에 다달았다. 길라잡이를 보았다. 그런데 햇갈렸다.

하산해야 할 지곡사 방향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저 길라잡이에

있는 지명들은 한결같이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

 

 

 

드디어 해발 1,099m의 웅석봉 정상이었다. 반가웠다. 가슴이 후련해졌다.

그만큼 어렵사리 올라 온 탓이리라. 그만큼 힘들게 올라 온 탓이리라.▼

 

 

 

 

웅석봉은 글자 그대로 "곰바위 봉우리"라는 뜻이다. 웅석봉이 유명해진 것은 바로

태극종주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태극종주란 지리산 주 능선을 기준으로

천왕봉에서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동남능선과 성삼재를 기점으로 인월 덕두산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길을 말한다.

 

즉 덕두산에서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태극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도상거리는 약 90km(실거리 약 100km)에 달하는 웅장한 코스이다.▼

 

 

 

웅석봉 뒷편에는 아담한 터가 하나 있었다. 내려가 보았다. 산신재를 지내는 터 같았다.▼

 

 

 

지곡사의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웅석봉에서 직진하여

내리마을로 향하기로 하였다. 하산하는 길은 미끄러웠다. 속절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등산화 안으로 빗물이 들어 와 이미 양말까지 완전 젖어있었다. 설상

가상으로 보행이 어려울 만큼 사타구니 주변이 쓰라려 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밤머리재까지 태우고 온 택시기사와 통화를 하여 지곡사의 위치와 내리

마을로 하산해도 문제없는지를 확인하고서야 다소 마음이 놓였다.▼

 

 

 

 

 

 

임도로 내려섰다. 내리마을은 1km를 더 걸어서 내려가야 했다.▼

 

 

 

문제의 안내표지판이었다. 표지판에 의하면 지곡사와 내리저수지는 이곳에서

200m를 더 내려가도록 돼있다. 하지만, 200m는 고사하고 2km를 걸어도

지곡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저런 성의 없는 안내판을 왜 설치해 놓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참으로 한심스런 처사였었다. ▼

 

 

 

계곡을 끼고 있는 임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서 내려왔다. 온 몸이 나른했다.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웅석산 심적사 입구이다. ▼

 

 

 

오늘 웅석산 산행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난 토요일의 계족산에서 처럼

마주치는 등산객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거대한 산 전체를

나홀로 전세라도 낸듯 싶었다. 이곳에서 전화를 하고 택시를 기다렸다. 참으로 지루

하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한편으론 힘들고 어렵게 오른 웅석봉인 만큼 의미있고 보람

있는 산행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이번 하계휴가는 여느 해의 휴가보다 훨씬 값지고 즐거웠던

휴가였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궁금하다.

'일반산행 사진첩 > 영남권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  (0) 2012.06.10
기백산, 금원산  (0) 2011.09.26
연화봉,대기봉,천황봉(연화도,욕지도)  (0) 2011.07.03
운달산(경북 문경)  (0) 2011.06.20
연화산(경남 고성)  (0) 201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