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는 내 나이를 모르고 살아왔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알려고도
하지 않고, 확인하고 싶지도 않은 채 살아 온 것이다. 그 만큼 알게 되면 또는
확인하게 되면 두려워지는 나이가 돼 버린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만일 지금 내 나이에 주말에 산(여)행의 기회 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삶은
얼마나 쓸쓸하고 무료할까?"라고...
한편, 나이가 들면 몸처럼 마음도 함께 늙어 버리는 줄만 알았었다. 하지만,
기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강변을 늘어놓아도
역시 나이는 나이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면의
정신은 보다 새로운 것을 향하여 밀도있게 접근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물고
사람이 그리워지고 젊을 때에는 사소하게 생각한 것 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연유로 주말이 기다려지고
산(여)행을 통하여 보람이 영글어 간다는 것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오늘 적상산, 역시 100대 명산의 하나이다. 100대 명산치고는 비교적 수월
한 산이었기에 우리 회사 산악회 정기산행으로 낙점할 수 있었다. 오늘 산행
을 마치면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중 미답의 산은 단 3개산(양구 대암산,
고성 연화산, 삼척.울진 응봉산)으로 줄어든다. 내가 가야 할 산은 하나하나
줄어만 가는데 내 나이는 점점 늘어만 가니 어찌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산행 일시 : 2011. 5. 28(토)
산행 코스 : 서창리~장도바위~향로봉~갈림길~안렴대~안국사~적상호
산행 시간 : 약 5시간
안내 산악회 : 회사 산악회
산행 들머리인 서창리 주차장이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단체사진 부터 촬영하고...▼
높이 1034m의 적상산은 한국 100경에 포함된 절경을 자랑하는 명산이다.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여인네의 치마와 같다하
여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장도바위,장군바위 등 자연 명
소와 함께 최영 장군이 건의하여 축조하였다는 적상산성(사적 제146호)이 있
다. 적상산성 안에는 고찰 안국사 등 유서깊은 문화유적이 운치를 더한다.
적상면 중앙에 솟은 향로봉과 기봉, 두 봉우리를 주봉으로 한다. 북쪽 향로봉과
남쪽 기봉이 마주하고 있는 일대는 원시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백두대간 마실길이다. 우린 병풍바위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수령 520년된 느티나무로 적상면 사천리 마을 보호수이다. "나는 당신을 위해 이렇게
서 있습니다. 이 땅에 일어났던 모든 재난 속에서도 오직 당신을 위해 의연히 서 있
습니다. 앞으로 더욱 아끼고 사랑해 주신다면 당신과 당신의 후손들 곁에서 억겁을
살으렵니다." ▼
역시 수령 420년 된 소나무로 이 마을의 보호수이다. 나무 둘레 2.5m, 높이 8m,
그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우람하고 멋진, 그러면서도 건강한 소나무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
지금이 어느 계절인가? 시절은 분명 5월임에도 봄인지 여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날씨가 너무 덥기 때문이다. 계절이야 어찌됐든 화창한 날씨에 맞춰 연초록 새로운
잎을 모두 띄운 수목들은 적상산 전체의 분위기를 신록의 상쾌함과 정갈함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는 듯 했다.
해맑은 햇빛을 등지고 산을 오르는 맛, 그 맛의 즐거움이란 자연이 네게 준 산행의
최대의 축복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온통 초록에 둘러 싸인 주위를 바라본다. 초록, 연초록 빛!! 그것은 분명 소박하고 겸허
한 빛이었으며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 어떤 색채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초록을 좋아하고 초록빛 사랑을 원하고 있다. 나는 오늘 적상산에서 붉은
단풍 못지않게 아름다운 신록에 눈을 씻고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내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씻어내고 싶다.
안국사 3.2km라는 길라잡이가 나타났다.▼
장도(長刀)바위이다. 이 바위는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민란을 평정하고 개선하던 중
이곳에 이르러 산 전체의 붉은 단풍과 깎아 세운 암벽에 띠를 두른 듯한 아름다움에
이끌려 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 절벽 같은 바위기 길
을 막고 있어 더 이상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자 정상을 앞에 두고 발길을 돌릴 수 없
었던 최영 장군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장도를 뽑아 바위를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바위가 양쪽으로 쪼개지면서 길을 열렸다 하여 장도바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낙엽송 숲을 따라 그리운 고향 길을 찾아가듯 산길을 오른다. 덕유산 국립공원 관리
지역이라서 그런지 산길은 된비알 구간이라는 것을 빼고는 편안했다. 조금 지나니
단풍나무로 빽빽한 울창한 숲이 펼쳐지면서 햇볕이 끼여들 틈을 주지 않는다.
적상산성 서문지에 이르렀다. 산성을 보니 문득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생각난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으면서도 무수한 산성터를 만난다. 세삼 내 기억의 갈피에
흐릿한 모습으로나마 남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지금쯤 어느 산을 오르고 있을까?
그들과도 다시 산길을 거닐고 싶어진다.▼
적상산은 출발지점에서 부터 계속 오르막길이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 세상의 온갗 시름을 홀로 안고 가는 듯 땀이 억수로 쏟아져 내렸다. 땀은
산행 때마다 나를 괴롭혀 왔다. 땀이 쏟아져 성가시게 구는 안경을 벗어
제쳐 버리고 올라 보지만 안경을 벗는 날에는 어김없이 시계거리가 짧아
애를 태워야 했다.
이렇듯 산에 오르는 것이 힘겹기 때문에 조선시대 학자 정구는 "산에 오르
면서 깨달은 공부는 바로 어진 사람이 산을 보고 자성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전해진다. 한 참을 올라오니 능선길이자, 갈림길이 나타
났다. 안국사 방향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었지만 우린 향로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
해발 1034m의 향로봉이다. 갈림길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아주 평이한
산길이었다. 향로봉은 조망 또한 일품이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로봉에서 내려다 본 조망이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는
아마 대진고속도로가 아닐까 싶다. ▼
다시 발길은 오던 길을 되돌아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중병에 시름하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았다. 나무 아랫부분이 온통 혹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사람으로 말하면 소위 암(癌)덩어리가 아닐지 싶다. 좌우지간
보기가 흉했다. 나무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이 편안하여 비교적 보폭을 빨리 움직이고 있는데 적상산성 표지석이
나타났다. 몇 개의 돌들만 나뒹굴고 있을 뿐 이곳이 산성터였다고는 쉽게
믿겨지지 않았다. ▼
정상석이 없어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높이로 보아 이곳이 적상산 정상일 듯
싶었다. 주변에 이 보다 더 높은 지점이 없었으니 말이다. 자료를 확인해 보아도
북쪽 향로봉과 남쪽의 기봉이 마주하고 있는 부분을 정상 일대라고 돼있었다.▼
정상지점에서 조금 낮은 지점으로 이동해 보니 더 멋진 절경이 있었다. ▼
선두주자끼리 모여 단체사진도 촬영했다. ▼
조금 내려오니 안렴대(按廉臺)였다. 적상산 남쪽 층암절벽 위에 위치한
안렴대는 사방이 낭떠러지로 이곳에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한다. 고려시대 거란이 침입했을 때 삼도(三道)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들어와 진을 치고 난을 피한 곳이라 하여 안렴대라 불려지고 있다.
또한 병자호란(1636~1637년)때는 적상산 사고실록을 안렴대 바위 밑에
있는 석실로 옮겨 난을 피했다고 한다.▼
안렴대에서 내려다 본 주변 조망이다.
정상과 안렴대를 둘러보고 다시 갈림길로 왔다. 우린 안국사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안국사 입구에 있는 길라잡이이다. ▼
호국사이다. 절 이름이 호국사가 아니고 안국사를 나라를 지키는
사찰이라 하여 칭한 이름인것 같았다. ▼
안국사 우물이다. 물맛이 얼음같이 차다고 한다. ▼
안국사 경내이다.▼
극락전 앞에서도 한 컷!▼
적상산성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다. 적성산성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
최영 장군이 탐라를 토벌한 후 귀경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가 요새로서
적지임을 알고 왕에게 건의하여 축성하였다고 한다. 성의 총 길이는 8,143m
이며 본래 동서남북으로 4개의 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다.▼
국중제일정토도량(國中第一淨土道場)이다. ▼
우린 치목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으악~! 이건 또 뭔가?
적상산 사고(史庫)이다. ▼
적상호의 모습이다. 이 저수지는 전기가 적게 사용되는 심야시간에 하부저수지의
물을 퍼 올려서 전기소비가 많은 시간에 발전을 하기 위한 시설로 전라북도 지역
전체가 약 3시간 동안 사옹할 수 있는 전기량이라고 한다. ▼
적상호의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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