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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세계/산행(여행)기 모음

연인산, 눈꽃들의 화려한 축제

 

 

 

해 따라, 달 따라 세월이 흘러 내 나이는 자꾸자꾸 늘어만 가는데 가버린 시간도

옛사랑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그런데 지금 저는 어이없게도 얼룩진 마음을, 허

허한 공간을 향해 소리지르고 싶습니다. 마음속의 연인을 생각하며 산행을 하면서

말입니다.

연인산! 우정과 사랑, 그리고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산입니다. 우정능선, 연인능선, 소

망능선, 장수능선, 청풍능선.....이 능선의 하나 하나들이 친근감 있는 언어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은 누군가를 향한 초록빛 그리움이 필시 남아있을 거라는 증거라고

자위해 봅니다.

 다소 늦게 출발한 터라 오늘은 비교적 단거리코스인
장수능선을 선택했습니다. 한적

한 백둔리 마을 삼거리를 출발하여 진땀을 빼며 급경사가 계속되는 능선을 한참 오

르니 장수봉입니다. 아랫도리가 예전 같지 않음은 해외출장이다 뭐다 해서 두 주간

이나  산을 외면한 탓에 산이 저를 정중히 거부했었나 봅니다.

 다시 스산한 초겨울의 찬 공기를 가르며 장수능선을
질주하는 동안, 시절도 없이 울

어대는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청승맞습니다. 맥 잃은 태양이 멍청히

떠있는 한낮에 맞이하는 연인산 드디어 그 정상에 오르고 맙니다.

 어느 산이고 산 정상에 오르고 나면 뿌듯한 성취감이 있고
그런 흐뭇한 느낌은 높이를

전제로 한 광활한 조망을 향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해발1068미터의 연인산,
명지산, 화학산, 운악산 등 주변의 명산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고 졸, 졸,

졸, 굽이쳐 흐르는 시원한 용추구곡의 물소리가 내 가슴을 적셔옵니다.

뿐만 아닙니다.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이었을까요? 매서운 북서풍이 할퀴고
지나간 듯 

산 정상부근의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의 가지가지에는 미세한 눈씨가 하얀 순결의

꽃을 피우며 황홀한 눈꽃잔치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보다 색다른 능선으로 하산하고도 싶었었지만 우리는 일요일 오후시간의 귀경길 교통체

증을 고려해서 소망능선으로 신속히 하산하고 말았습니다. 불과 10일전에 저는 파타

야의 산호섬에서 해수욕을 즐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린 가슴을 여미며 연인산에 올라 자연만이 간직한 따스한 정을 온몸

으로 느꼈습니다. 산행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산행이란 한번 가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번 가보고 그만두고 만다

면 어찌 그것을 산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연인산이 우정과 사랑과 소망을 가져다 주듯이 모든 산은 각기 나름대로 특색 있

고 우리에게 또 다른 묘미와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한편의 산행기가 쓰여지고

나면 저는 또다시 다음 산행을 준비하렵니다.


         20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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