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박 재 삼)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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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내재된 언어감각에 충실하고 재래적인
정서의 원형인 슬픔과 한의 세계를 노래한
박재삼님의 시가 봄비 내리는 날에 떠올랐습니다.
물론 저의 애송시 중의 하나 입니다.
같은 시대를 해쳐 나온 우리들의 정서에 부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황폐화 되어가는 내 가슴을 적셔주는
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이 비를 얼마 동안이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뽀얗게 달아 오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지듯이 비록 맞지는 않고
내리는 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적셔옵니다.
촉촉히 대지가 적셔집니다...
내 마음도 연초록빛 생기를 찾아 갑니다..
이렇게 봄비 내리는 날엔 쉬이 잊혀질 수 없는
추억의 한토막이 되살아 납니다.
그날도 이렇게 봄비가 내렸었습니다.
푸른제복을 입고 3일간의 출장차 서울에
입성했습니다.
비가 내려 우산을 하나 준비하고 나니 차비가
달랑달랑했습니다. 시간이 나서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친척집으로 향해 봅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자를 발견했습니다.
차비를 꺼내느라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지려는 순간, 그녀가 딱한 사정을 지닌 제복의
주인공을 알아봤는지
돈을 받으려는 생각대신 고운 손으로
내 손을 덥썩 포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예쁘게 웃는 것으로 하고픈
메세지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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