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산행 사진첩/수도권 산행

왕방산



  킬리만자로를 꿈꾸며.....


 산 밑에서 태어나 산 밑에서 자랐던 탓이었을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산을 좋아하고

내 삶도 산을 닮아가기를 원한다. 물론 현직에 있을 때도 틈틈이 많은 산을 오르내렸

지만 아무래도 그 때는 공직에 얽매인 처지라서 휴일 산행마저도 비상근무다 뭐다

하여 마음 편히 산행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공직생활로부터 완전히 풀려난 몸이 된 지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 참으로 많은 산을 찾았었다. 우리 민

족의 등줄기라고 할 수 있는 백두대간 종주를 비롯해서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과 정맥

산행 그리고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등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산을 찾아 걷고 또 걸었다.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그쯤에서 어렵고 힘든 산행 보다는 가볍게 둘레길 위주로 트레

킹이나 하는 편이 어떻겠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충고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아직

내겐 꼭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하지만 쉽게 엄두가

안 나는 곳, 그러기에 내 인생 여정의 버킷리스트 중 최상위에 랭크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름만 불러 봐도 가슴 떨리는 검은 대륙의 하얀 산 킬리만자로등정이다.

어쩌면 나는 이 산을 오르기 위해 지금껏 무수한 산행을 하여왔고 그곳을 오르기 위한

몸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분주히 산을 찾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킬리만자로 등정은 나의 산행의 화룡점정이자, 결정판이 될 것이 틀림없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약 한 달 후인 731일 밤 케냐로 향한다. 벌써부터 마음은 두려움

과 설렘이 공존하고 있다. 킬리만자로를 다녀 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너무 힘

들고 고통스러웠던 킬리만자로, “다시는 안 가가 아니라 절대 안 가라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렇게들 말할까? 마치 제대군인이 부대를 향

해서 오줌도 눕지 않는다는 것처럼 말이다.

 

  내 나이에, 내 체력에 과연 등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분명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가슴은 설렘이 가득하다. 거친 길이 아름답다고 하듯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이기에 행복한지 모른다. 산모가 모진 산고(産苦)를 겪지 않고서는 아름다운

옥동자를 분만할 수 없듯이 우리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통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울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나로 하여금 강렬하게 킬리만자로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흔히 말하는 것처

럼 그 산이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일까? 물론 우리는 산을 보고 산을 오른다. 때로는 산이 나

를 불러서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안에서 그 산을 오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

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힘, 그것이 곧 살아있는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일찍이 국민가수 조 용필이 불러서 공전의 히트곡이 됐었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 한 구

절이 어설프게 주절대는 내 생각을 보완해 주었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 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사실 킬리만자로라는 산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E.M.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을 통해서이다. 그 소설의 유명한 서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9,710피트나 되는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

.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누가예 누가이, ()의 집이라고 불린다. 그 서

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붙은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정상에는 아직도 표범의 시체가 온전히 남아있을까? 나는 지금 미지의 세상에 도전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분명 60대 중.후반의 나이에 부리는 만용도 객기도 아닐 것이다. 꿈은

이루어질 때 보다 꿀 때가 더 설레고 행복하다고 한다. 나는 지금 가슴이 뛰도록 행복하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으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절, 한때 유행어처럼 번졌던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슬로건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더욱 원숙하고 활기 있는 꽃으로 피어나지 않았나싶다. 지금 대한민국의

건아들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프로골프 LPGA에서, 유럽의 프로축구 등에서 천문

학적인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인가?

이 모두가 불굴의 정신과 강한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렇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원봉사를 통한 사회공헌, 재취업 등 제2막 인생의 생생한 현장

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분들께서는 송구하고 면목 없지만 기왕 체력의 중요성을 핑계거리

삼아 킬리만자로로 향하는 것이니만큼 다녀와서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사회에 일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


* 이번 7월 1일부터 40여 년의 공직을 마감하고 공로연수를 떠나는 후배가 있다. 그 친구의 고향집인

포천에 몇몇이서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기왕 간 마당에 인근에 위치한 왕방산을 다녀왔다. 왕방

산은 그간 몇 차례 다녀온 산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올라보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윗 글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주관하는 제18회 연금수필문학상 출품 작품이다. 7월 31에 킬리만자로

를 향해 떠나는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6월 30일 마감일에 쫓겨 급히 쓰다보니 엉성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산행     일시 : 2019. 5. 31(금)

산행     장소 : 왕방산

함께 한 사람 : 이 경환, 김 송열, 김 선진 그리고 나
























'일반산행 사진첩 > 수도권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양 갈산  (0) 2020.12.31
비봉산 시산제  (0) 2020.05.11
운악산  (0) 2018.07.15
굴업도(덕물산~연평산)  (0) 2016.05.02
성태산,너구리산,수암봉  (0) 201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