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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 사진첩/호남권 산행

억불산(장흥)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다.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빠지게 하면

말은 소 보다는 훨씬 빨리 헤엄쳐 나오는 것을 볼수 있다. 말이 훨씬 헤엄을 잘 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마로 큰 물이 질 때 말과 소가 빠지면 말은 죽지만 소는 어떡하든 살아서 나

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말은 헤엄을 잘 쳐 자신이 있으니까 빠른 물살을 이기려

고 물살을 거슬러 오르며 헤엄을 친다.


 그러나 아무리 잘 치는 헤엄이라도  큰 물살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제자리에서 허우적

거리다 결국 힘이 다해 빠져 죽고 만다. 그러나 소는 사정없이 흐르는 굽류를 거슬러 오

르는 우는 범하지 않는다.


 그냥 물살 따라 떠내려가면서 조금씩 물 가장자리에 닿아 발로 디딜 수 있는 곳을 찾아

땅을 딛고살 수 있는 것을 본다. 삶을 살다보면 항상 잔잔한 호수처럼 살 수는 없다. 용

솟음치는 거대한 파도에 직면하기도 하고,


 가뭄에 물이 말라 허덕일 때도 있으며, 모든 걸 휩쓸어 버리는 급류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어설 수 있는가는 오직 자신의 의지와 힘

만 믿고 시대를 거스르는 짓은 자신은 물론 주위까지 힘들게 한다는 것을 우생마사는

말하고 있다.


 산을 가는 것도 다르지 않다. 산은 항상 넓고 평평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풀에 길

이 덮여 길 찾기도 어려울 수 있고, 그러다가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다. 갑자기 내리는

비바람이 시야를 가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웅덩이를 건널 수도 있고, 길이 끊어져 헤맬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돌아가란 말

처럼  어려움이 닥쳤을 때 침착하게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야 말로 결국 자신의 몸을 보존

하는 최선의 길이 된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줍잖게 시작된 작은 일들이 꼬여 큰 사태로 커질 때도

있다. 스스로의 고집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정도

로 커질 때도 스스로를 반성하는 혜안은 산에서 닥치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서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산은 우리들 인생의 길잡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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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카톡을 통해 공유하게 된 글이다. 때마침 장흥의 억불산 산행기를

정리하려는데 마땅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던 차에 이 글을 산행기 서문으로 대체키로 했다.




산행 일시 : 2018. 10.16(화)

산행 코스 : 편백숲 우드랜드~ 조각공원~ 정상~ 원점회귀

산행 시간 : 약 3시간




편백나무숲 주차장엔 연리목에 관한 얘기가 시선을 끌었지만 정작 연리목은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편백숲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드디어 경내로 진입하게 되었다.▼



억불산은 편백나무숲에서 숲길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이곳 편백나무숲은 내고장 축령산 편백숲에 비해 확실히 주변정리가 잘 되어있고

무엇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숲의 규모나 나무

의 크기 등에 있어서는 그에 훨씬 못미친다는 생각이다.▼




이곳 장흥이 낳은 불세출의 소설가 이 청준의 "흰 옷" 얘기였다. 그의 소설 중에서

특히 감명깊게 읽었던 "눈 길"이 갑자기 어른거리는 것 같다.▼





나무 조각공원입구이다.▼





억불산 며느리상에 관한 전설이다. 좌우단간 전설이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재밌게

읽어주는 것도 어느 시대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얘기를 꾸민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며느리 바위 전설이 얼마나 중하길래 또 그 얘기다.▼




편백나무 숲을 거닐면서 나는 말한다. "삶이 거대한 벽으로 느껴지는 당신은 지금

심리치료나 자아 찾기 워크샵을 찾을 게 아니라 홀로 또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

편백나무 숲으로 달려오라고.....




산악인들은 저처럼 바윗돌이 얽혀 있는 길을 너덜길이라고 부른다. 너덜길을 걸으면

발이 무겁고 쉽게 피로가 몰려오기 때문에 가장 걷기 싫은 길로 여기고 있다.▼




산 중턱에서 들녘을 내려다 보았다. 참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나무와 풀은 비와 바람으로, 햇빛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으며 넘나든다.


사람살이도 그렇게 말없이 넘나들며 마음을 전하는 것일게다. 세상에는 거

가 없다. 꿈도, 희망도, 사랑도 노력이고 쟁취이다. 오늘 저 황금빛 들녘을

면서 저처럼 아름다운 풍경마저도 저마다의 노력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비로소

알았다.










엎진 바위, 참 말들도 잘 갖다 붙인다.






목재테크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비교적 손쉽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산은 공들여 올라가는 자에게만 자리를 내어준다." 그럴 듯한 말이다.▼



"성공은 당신이 서있는 위치가 아니라, 당신이 바라보는 방향입니다."

이 말은 더욱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해발 517m의 억불산은 전남 장흥군 기산리 일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기암괴석들이 솟아있는 모양이 모두 부처가 서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진 속의 나를 응시해 본다. 그 동안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해 갈 것이 틀림 없다. 남은 생애 부지런히 떠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인생은 결국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혼자서도

자신의 행복을 좇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혼자 행복할 수 있어야  자신의 생각

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 갈 수 있다.▼





하산길에 잔꾀를 부리다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이른바 알바를

하고 만 것이다. 덕분에 1시간 가까이 뒤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단 하루지만 우리가 머물게 될 친구의 집이다. 장독대를 보니 금방이라도

어딘가에서 하늘에 계신 어머님이 나타나실 것만 같다.▼



 아침이다. 시골집들은 언제 봐도 정감있고 편안하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여행길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변화를 두려워 하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을 두려워하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 맞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일 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