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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사진첩/북해도

내 영혼을 반짝거리게 했던 홋카이도..

 

 매화, 진달래, 벚꽃, 목련, 개나리, 생강나무, 산수유 등 이른바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것들을 봄의

전령이라고 부른다. 그랬었다. 지난 한 주는 이같은 봄의 전령들이 정신없이 다투어 피어났다. 전국

어디를 가나 꽃멀미에 시달려야 했지만 덕분에 우린 꽃으로부터 샘물같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만고의 진리였다. 해갈을 알리는 봄비가 꽃비를 대신하면서 꽃잎

들이 떼지어 낙화하기 시작했다. 꽃잎들의 생성과 몰락을 지켜보면서 아름다운 것일수록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또 실감해야 했다.

 

 아, 계절의 어김없는 리듬, 무상한 생명의 윤회, 태양아래서 차례로 변하는 지구의 네가지 얼굴,

자필멸(生者必滅), 이 모든 사실이 다시한번 내 가슴을 조여왔다. 생명이란 모든 사람에게 오직 1회

적인 것이다. 따라서 즐기려면 바로 이 세상에서 즐길 수 밖에 없었다.

 

 만물이 약동하는 이 계절에 온전히 즐기는 데는 여행만한 것이 없었다. 어차피 인생은 여행이고, 여

행은 인생이며 또한 여행은 사랑이니 말이다. 사랑이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

으로 물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사랑하고 있을 때만 우리는 비로소 우리인 것이며 아름다운 우리라는 사람들이다. 우리 다같이

여행하며 사랑하도록 하자, 사랑은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주저하지 말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자,

그렇잖으면 늦는다. 그리고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는다.

 

 오감을 깨우는 낭만의 4월, 언제부턴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북해도였다. 추운 겨울에

겨울의 진면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을 간직한 생태 관

광지로서의 북해도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성하여 이 계절에도 좋다고들 한다.

 

 북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신비한 온천 체험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온전히 쉴 수 있는 곳, 그래

서 일본인들도 일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는다고 한다. 가슴이 뛴다. 행복하다.

내 생애가 이런 날만의 연속이라면 나는 허락받은 나머지 세월은 미련없이 반납하고 싶다.

 

 

 

 

우릴 태운 항공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약 3시간 정도 비행하여 북해도의 신치토세 공항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우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하여 우린 어느 우동집으로

안내되었다.▼

 

 

북해도에서의 첫번째 식사인 중식을 마치고 역시 첫번째 눈요기거리로 노보리 베츠에 있는 시대촌을

방문했다. 시대촌은 우리나라의 용인 민속촌과 같은 곳으로 북해도 원주민들의 민속놀이 공연을 하는

곳이며 주변엔 제법 이곳 문화를 상징하는 시설물들이 조화롭게 갖추어져 있었다.▼

 

 

 

 

 

 

시라오이 아이누 민속촌, 북해도 원주민인 아니누족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촌으로 입구에

코탄코리쿠르상이 마을의 안녕과 방문객들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었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전통 목조가

이 눈에 띄며 생활집기를 통해 그들의 의식주와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에도시대부터 알려진 온천 관광지 노보리베츠는 온천마니아들의 단골여행지로 유명하다.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와 온천수가 거품을 일으키며 끓어올라 당장이라도 도깨비가 튀어 나올 것 같

이 음산해서 지옥온천이라 불린다.

 

옛사람들은 이곳에 갖가지 도깨비 상을 세워 성공과 출산, 학문의 성취를 빌었다고 한다. 이곳

온천수는 러일전쟁 중에 부상병을 치료하는 데 쓰였을 정도로 질병과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

가 있다고 한다.▼

 

 

 

 

지옥온천 일대는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와 하얗게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한 눈에 온천지대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강렬한 유황냄새로 뒤덮여 마치 지옥을 상상하면 이곳과 같은 거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계곡이다. 450m나 되는 넓은 화산지대에서 끊임없이 하얀 연기가 나온다.

 

산골짜기를 따라 거품을 내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 때문에 도깨비가 사는 지옥이라는 별

칭도 얻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온천수의 온도는 섭씨 85도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북해도에서의 첫날밤을 묵게 될 도야 선팔레스 온천 호텔이다. 숙소는 여행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날 여장을 푸는 선팔레스 호텔은 북해도에서 적절한 즐

거움의 요소가 될 것이다.

 

 몇년 전엔 G7정상회담이 이곳 바로 이웃 윈저 호텔에서 열릴 정도로 이곳 호텔들은 깔끔하면서도

웅대했다. 모든 객실이 잔잔하고 고요한 도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고, 칼슘과 마그

네슘, 황산 등의 혼합 온천이 피로를 말끔씻어주기에 충분했었다. ▼

 

 

 옥빛을 뿜어내는 도야 호수내려다보이는 숙소에 도착하면서 어느 듯 북해도에서의 하루 일정이

마무리된다. 여장을 풀고, 온천을 즐긴 후,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가까이에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하고만다.

 

특히나 이곳 온천의 특징은 매일 남탕과 여탕의 위치를 서로 바꿔간다는 것인데 이는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침 해가 떠올랐다. 호텔에서의 잠자리가 편했던 탓일까? 기분이 상쾌했고 몸이 몹시 가볍게

느껴졌다. 이처럼 피부를 어루만지는 청정 공기를 맡으며 노천 온천을 하거나 야생식물들이 가

득한 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이곳에 머무는 하루 하루가 짧게만 느껴질 것 같다.▼

 

 눈을 뜨는 순간, 호텔 객실내부에서도 신비로운 물안개가 가득 피어난 도야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 일정은 도야호수 유람선을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설렘이 더 컸던 첫째 날보다도 여행이 실감나

는 둘째 날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북해도 최대 규모의 칼데라 호수인 도야 호수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 유람선을 타고 천천히 호수

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도야호수는 홋카이도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야 칼데라 안에서 생긴 호

수로 총 둘레 50km, 최대 수심 180m, 평균 수심 117m라고 한다.▼ 

 

 도야 호수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지형에 물이 고여서 생긴 북해도 최대 규모의 칼데라 호수이다.

호수 안에만 네 개의 섬이 있을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크다. 호수 주변에는 지금도 활발하게 분화 연

기가 솟아오르고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북쪽으로는 힌눈으로 뒤덮인 산군들이 솟아 있어 호수 풍경의 절정을 이룬다. 낮에는 유람선을

평온한 호수를 감상할 수 있고, 밤이 되면 호수 전체를 화려한 불꽃이 수놓는 불꽃놀이가 열려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언젠가 사진 속에서 젊은 날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았다. 젊을 적엔 제법이었던 얼굴이 내 자신이

보기싫을 정도로 지금의 나는 밉상스러웠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속이 몹시 상했다. 고단한 생이 나를 파괴

한 것이다.

 

 자연이 나를 공격한 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사진찍는 게 싫어졌다. 때문에 왠만하면 인물사진은 생략하고

풍경위주의 사진만을 촬영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안사람의 고집에 껶여 구색 맞추기 위해 몇 장만 찍었다.▼

 

 도야호수를 유람선으로만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 사이로 전망대에 오른다. 사이로 전망대는

도야호수를 한 눈에 전망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따라 날씨가 맑은 편이어서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요

태이산이 가까이 보이고 설산과 호수와의 어우러짐이 가슴을 확 트이게 했다.▼

 

 코발트색 도야호수는 둘레 43km의 호수로 북쪽에 요테이산과 남쪽에 우스산이 솟아있다.

그러나 그 명성과는 달리 사이로 전망대는 전망대를 알리는 표식만 요란할 뿐 소문난 잔치

에 먹을 게 없다는 옛말이 진리로 통하는 듯 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봄바람은 따사로우면서도 매서웠다. 이래봬도 한겨울 추위를 거뜬히 견뎌낸

몸인데 여기저기 찌뿌듯하고 나른하기만 하였다. 아마 이곳이 아직 겨울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깝고도 먼 이국 땅 북해도여서 그러했으리라. ▼

 

 

일본 북해도에 있는 쇼와신산(활화산)에 왔다.▼

 

 

쇼와 신산(활화산)은 원래 보리밭이던 곳으로 화산작용으로 인하여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약2년간  400미터정도가 땅위로 솟아올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화산작용을

하고있는 활화산이다. 산옆에서 유황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미아츠마사오(三松正夫)의 동상이다. 이 주변은 원래 마을과 보리밭이었다고 한다. 쇼와신산은 1943년 말부터

1946년 가을 사이에 빈번히 일어난 지진과 대지의 융기. 분화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다. 때마침 제2차 세계대전

중이라 군부의 간섭으로 인해 학자들은 상세한 조사를 할수가 없었다고 한다.

 

 혼란한 상태에 빠져들은 그 시기, 현지의 우체국장이었던 미아츠마사오(三松正夫)씨는 1910년의 우스산 분화

당시의 학자들의 가르침을 떠올리면서 이 새로운 화산의 탄생에 대해서 이렇게 무관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매일 땅이 솟아오르는 과정을 기록하는 등 부단한 노력끝에 후세에 귀중한 자료들을 많이 남겨놓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화산을 보호하고 또 화산으로 인해서 집과 밭을 잃은 농민들을 위하여 미아츠(三松)씨는 자

신의 재산으로 농민들에게 새로운 토지를 사주었다. 그 덕분에 쇼와신산이 자연 모습 그대로 오늘날까지 남을 그

노인의 봉사정신을 후세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이곳에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중식후 오후일정으로 후키다시공원으로 왔다. 이 공원이 유명해진 이유는 유슈잔에서

내려오는 만년설이 녹아내려 흐르는 약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약수를 마시면

백년해로 한다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후키다시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은 그야말로 동화책 속에 스케치된 풍경, 바로 그것이었다.

결국 후키다시 공원은 내 마음 속에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또 만들어 주었다.▼

 

 

후키다시공원의 압권은 단연 이끼였다. 하얀 눈 속에서 푸르름을 띄고 있는 이끼,

맑은 물,  청정한 자연 가까이에서 자연의 힘과 위안을 맛보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루 용출량만 8만톤을 내뿜는 명소로 제2의 후지산이라 불리우는 요태산의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며 물에는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일본 명수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후키다시 공원 안에 있는 그 유명한 명수이다. 콸콸 쏟아지는 저 물을 마시게 되면 백년해로 한다기에

우린 저 물을 마시고 또 마셨다. 그것으로 모자라 패트병으로 한 병 가득 담아가지고 여행중에 무시로

마셨다. 가슴이 펑 뚫린 듯했고 온 몸에 내재돼 있는 노폐물이 일거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우리나라의 기후는 분명 봄꽃들이 활짝 피었다가 지기 시작하는 완연한 봄이었다.

그러나 이곳의 기후는 온 천지가 눈 뿐인 그래서 언제쯤 봄이 올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그런 기후이

다. 하지만 분명 이곳에도 머지않아 봄은 오고 말 것이다.

 

아무리 이곳이 추운 지방일지라도 새 봄을 잉태하기 위해 눈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저 나무들도 지

난 가을엔 무성했던 잎새들의 영광을 떨쳐버리고 겨우내내 허허로움을 견디다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푸르른 잎을 틔우게 될 것이다.▼

 

 

 

여행 둘쨋날인 어제는 죠잔케이 온천지대로 이동하여 조잔케이온천 시카노유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의 특징은 호텔 전체 객실이 다다미 방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유년시절 구들방에서 생활

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감회가 깊었다. 여행 3일째, 우린 슈크츠 전망대를 찾았다.▼

 

우리의 노래비처럼 이곳 북해도에도 민요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노래비처럼 음악은

들을 수 없었다.▼

 

 

축복받은 영혼은 에메랄드빛 하늘 아래 넓은 평원을 하얗게 하얗게 반짝여주고 있었다. 날씨는 추웠고

바로 옆 바다에서는 파도소리가 들렸다. 멀리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이 해발 1,898m의 북해도의 후지

산이라고 부르는 요태이 산의 웅장한 모습이다.

 

이곳엔 눈이 빨리 내리고, 하얗게 쌓인 저 눈들은 한여름까지 간다고 하니 만년설이나 다름없었다.▼

 

 

 

때는 바야흐로 4월 하고도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이곳 홋카이도의 기후는 아직도 봄이라는 계절

망각하고 있는 듯 곳곳에 백색설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라

소설의 첫머리가 떠올랐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물론 소설 속 "설국"의 배경지는 니가타현이지만 이곳 홋카이도 역시 일본에서 가장 눈이

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홋카이도는 눈이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동절기만 되면 한바탕 눈과의 전쟁을 치룬다고 한다.

아래 사진 중 빨간 원안에 보이는 빨간색의 도로로 향하는 화살표시는 도로 위로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눈이 쌓이기 때문에 제설차 등 모든 차량이 저 표시를 보고 이동하라는 일종의 안내 시그널

이다.▼

 

 

 

4월의 어느 날, 눈덮인 요태이 산을 바라보면서 이곳은 자연이라기 보다 차라리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 마음을 도드라지게 하는 이 풍경들은 얼마전부터 보기

힘들어진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흐릿하고도 아슬아슬한 저녁햇살의 물결이 도착하고 있었다. 싸늘한 바람이 퉁명스럽게 말을

붙인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에는 눈을 맞추기만 해도 눈속으로 번져들 설렘과 환상으

로 가득 찬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렇습니다."라고 ▼

 

 

홋카이도를 잊지 못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싱싱한 해산물과 진하고 고소한 우유,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농기술을 달콤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한 입에서 실감할 수 있다. 게다가 어젯밤 만찬에서 먹었던 홋카

이도의 명물 홋카이도 대게의 부드러운 속살이라니...

 

딱딱한 껍질에서 쏙 빠져 나오는 하얀 속살에 삿포로 맥주 한 잔, ,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아래

건물은 역시 삿포로의 명물인 초콜렛 가게 건물의 모습이다. 암튼 이곳 일대는 아이스크림과 초콜렛 가

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절개지에 사다리처럼 늘어져 있는 구조물들은 역시 눈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구조물로 일순간에 건물을 덮치는 눈사태를 미연에 방지

코자 설치한 것들이다.▼

 

 

영양분 가득한 태반속에 뼈가 앙상한 태아가 안겨 있듯이 축축하고 폭신폭신한 삿포로의 기름진 땅

한 가운데 뾰족한 첨탑의 교회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불교도가 많은 일본땅에서 교회당을 발견하기

란 그리 쉽지 않기에 한 참을 바라보았다. ▼

 

 

 

기타이치 가라스무라, 일본 속의 베네치아 유리공예 마을로 불리며 오타루의 특산품인

유리 공예품이 가득한 곳이다. ▼

 

 

19세기 말에 세워진 창고 건물을 훌륭하게 복원해 전시장으로 꾸며 놓았으며

내부의 벽과 기둥은 100 여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공예품과

우러지는 전시장의 모습도 화려한 불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일본에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홋카이도(北海道), 규슈(九州) 등 크게 4개의 섬이

있는데 이 중 홋카이도는 혼슈 북쪽에 있는 큰섬으로 총 면적은 83,519 ㎢ 로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약 90%의 크기이며 인구는 약 500만명이라고 한다.

 

북해도의 행정과 경제, 문화의 중심지는 역시 삿포로로 그 인구는 약 180만명이라고 한

다. 아래 사진은 삿포로 역사 건물이다. 이곳 삿포로에도 신간센 고속철이 내년부터 개통

된다고 하는데 동경에서 약 5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구 홋카이도 도청사, 250만개의 붉은 벽돌로 지어 "아카랜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이 건물은

바로크 양식의 건물형태로 이국적인 멋을 내고 있었다. 홋카이도 내에서만 생산된 건축자재를

이용하여 만들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꼭대기에 솟은 팔각탑은 삿포로 본 청사의 팔각탑을 모방해서 만든 것으로 멋스러움과 듬직함

을 자랑하며 도청앞의 아기자기한 정원과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미국 메릴랜드 주의사당을 모

델로 1888년 지어졌다.

 

건물 내부에는 도청사를 사용한 장관들의 집무실과 북해도 개척사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은 도립

문서관이 있으며, 구 도청사 바로 뒤편에는 현 도청이 세워져 있다.▼ 

 

 

삿포로 구 도청사 건물 앞에 있는 삿포로 시가지의 모습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더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할 테지만 삿포로의 상징인

시계탑과 구 도청사와 신 도청사를 지나가면 가까운 나라에서 전해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신기해 나

도 모르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아래 건물은 신축한 삿포로 도청사의 모습이다.▼

 

 

<에필로그>

 

 물론 나는 알고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

지난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중에서....

 

 지난 날의 슬픔과 고통을 꺼내 한편의 글을 자아낸다. 달과 별의 흐름을 지켜보고 그것들의 의미를

예감하며 함께 여행한다고 느낀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록 무명이지만 글쟁이가 되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집을 갖고 싶어서 집을 샀다. 처자식을 갖고 싶어서 결혼도 했고 아이들

갖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존재감과 향력을 주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모든 작은 소망

들이 실현되자 포만감을 느끼게 되었다. 도달한 목표는 이미 목표가 아니었고 모든 길은 우회로였다.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만 하였다. 난독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상과 맞서 소리를 지르며 바보같이 흥청거렸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의 슬픔은 어쩔수 없

었다. 나름대로의 목표에 도달하고 나니 포만감이 생기고 휴식이 절대 필요했다.

 

 휴식은 매번 새로운 그리움을 낳는다. 그리움을 낳는 휴식은 단연 여행 뿐이다. 나처럼 이러한 휴식이

필요한 사람을, 변화를 두려워하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맞기를 두려워하는 당신을 홋카이도는 친절하게

맞이할 것이다.

 

어떤 좋은 책은 천년도 더 산 것같은 느낌을 주고, 어떤 좋은 책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게

해주며 그 모든 좋은 책들은 아무리 늙었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

게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그렇다. 일본의 홋카이도가 바로 이 좋은 책들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멀리 있어도 한 눈에 들어오는 당신 모습처럼 내 몸 녹여주고 내 마음

까지 녹여주는 온천이 좋더라, 내 마음 편안한 북해도는 어딜가도 좋더라, 언제 가도 좋더라, 입맛 당기

하는 별미도 좋더라,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면 더욱 좋더라.

 

 하지만, 홋카이도는 눈으로만 보길 원하는, 오직 관광만을 고집하는, 남이 가니까 무작정 따라나서는,여

행을 자랑삼아 얘기하고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을 하는, 습자지처럼 얇은 귀를 지니고 견물생심의

충동에 못이겨 쇼핑에 열을 올리려는 당신을 정중히 거부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