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대로 오늘 아침 기온이 급강하하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비가 그쳐서 천만다행이었다. 계절적으로 지금은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다시말해,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절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절기를 바꾸
는 것은 물론 햇빛과 바람과 물이다. 싸늘한 햇빛, 명치끝까지 시려오는 삭풍, 그리고 차디 찬 물이 바로 겨울이라는
절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자연의 조화인 절기를 쉽게 깨닫는 것은 우리가 지혜로워서가 아니라 우리의 영육이 그것으로부터 비롯된
까닭에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교감이다. 절기의 변화는 하늘에서 오되, 땅이 먼저 깨닫고 살아있는 것들중에서는
지심에 목숨줄을 대고 있는 나무들이 제일 먼저 깨닫는다고 한다.
잎을 떨군 나무들의 단출한 모습, 물론 이것도 절기의 변화로 생긴 자연현상이다. 그 무성하던 여름숲이 시나브로 무너
져내리고 나무들이 하나하나 잎을 떨구면서 산은 본래의 야성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절기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산행이라는 고통의 바다, 외로운 사막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걱정이었다. 2주전에 한라산을 다녀온
이후 산행을 하지 않은 상태로 오늘 한남정맥 제7구간의 장장 8시간이라는 산행에 나서기 때문이다.
다리를 깊이 구부린 개구리만이 높이 뛸수 있고, 날기 연습을 많이 한 새만이 수 만리 고향땅으로 날아갈 수 있으며, 기본
체력의 확보없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수 없듯이 오랜만에 연습없이 장시간 산행을 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산행 일시 : 2013. 11. 17(일)
산행 코스 : 와우고개~ 거마산~ 철마산~ 금마산~ 만수산~ 만월산~ 장고개~ 호봉산~ 원적산~ 천마산~ 징매이고개
산행 시간 : 약 7시간 30분
안내 산악회 : 안양산죽회
이른 아침, 산행들머리인 와우고개로 왔다.▼
출발직전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아침 7시, 아직 사위는 어두웠다. 날씨도 몹시 추웠다. 태양이 어서 떠주기를 바랬다. 햇빛 비치는 길과
햇빛이 없는 음침한 길을 걷는 것, 어느 길이 좋을까? 어느 길을 걸을까? 망설일 필요도 없었지만 힘도 들
었다. 지금은 두 길이 공존할 수도 없고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해발 210m의 거마산 정상이다.▼
오늘 두번째 오르게 된 산인 해발 202m의 철마산 정상이다.▼
해발 187m인 만월산 정상이다.▼
만월산에서 내려다 본 인천시가지의 모습이다. 나는 문득 시가지를 내려다 보면서 "저 도시가 싸울 일이 없는
사람들만 모여사는 도시였으면 좋겠고, 어린이가 태어나고 늙은이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계절의 순환처럼 균
형있게 이루어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만월산도 그 풍경을 가만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심볼마크 같았다.▼
둘레길, 비타민길.. 좋은 말들이다.
해발 165m의 호봉산 정상이다. 오늘만 벌써 네번째 오른 산같았다.▼
군부대 철조망은 오늘도 우릴 괴롭히고 있었다. 한남정맥과 군부대 철조망과의 만남은 이제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오늘 다섯번째로 오른 산인 해발 211m의 원적산 정상이다.▼
조그만 야산에 정상석은 많이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만큼 인천은 산이 적었고, 또 그만큼 귀했으리라.▼
원적정이었다.▼
우린 이렇게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한남정맥은 또 끊겨있었다. 우린 정통마루금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했었다. 어딘가에서 몇마리의 개들이 몹시 소란스레
짖어대고 있었다. 병든 개들 같았다. 산행이 계속되는 동안에 병든 개들의 서러운 눈빛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래
도 산길은 걷고 또 걸어야했다. 나를 비춰주는 태양은 지칠줄 몰랐고, 내몸은 지칠대로 지쳐갔다.▼
20 여분을 알바를 하고 겨우 길을 찾은 다음 너무 기뻐서리..▼
철마산 정상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많고 흔하던 정상석도 이곳엔 없었다.▼
아마 인천 청라지구가 아닌가 싶다.▼
해발 275m의 중구봉이었다. 산행시간이 7시간을 넘으면서 다리는 아파오고 얼굴은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곳은 작년 7월에도 왔었다.▼
아, 드디어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징매이 고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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