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시 : 2013. 4. 20(토)
산행 코스 : 백련사~정상~고인돌 지대~적석사
산행 시간 : 약 3시간
누 구 랑 : 기타 맨들과..
사람의 일이란 기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의외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기대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반드시 이루어지고, 기대하지 않
았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찌 사람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실 오늘 고려산 산행은 기대가 몹시 컸었던 산행이었다. 시기적으로 보아 진달래가 만발 할것으로
생각했었고, 그 동안 계속해서 주시해 왔던 일기예보도 어제까지만 해도 비소식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소박한 기대와 희망은 예상치 못했던 몇 줄기의 봄비에 처참히 부서지고 말았다.
하지만, 산행을 멈출 수는 없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산행이 정지된다면 어쩜 그것은 내 인생도 바로
그 위치에서 정지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봄을 알리는 실비가 흩뿌리던 날..내키지 않는
발길이었지만 길을 나섰다. 일단 집을 나서니 귀에 익은 선율들이 빗소리처럼 잔잔하게 내 주위에 울
려 퍼지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은 미꾸지 고개에서 고려산을 넘어 고비고개로 일단 내려왔다가 다시 혈구산과 퇴모산으로
향할 생각이었지만 속절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어찌할 수 없어 강화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미꾸지
고개로 진행하던 중에 중간지점인 백련사 입구에서 하차하기로 하였다.
백련사 경내이다.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에서 내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질퍽질퍽한 산길을 따라 걷고 또 걷다보니 고려산 정상은 이제 600m를 남겨두고 있었다.
드디어 고려산 정상에 이르렀다. 그러나 빗줄기는 쉼없이 뿌려지고 있었고, 사위는 어둡기만 했다.
그런 연유로 시계거리가 짧아 도대체 불과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우린 이곳 정상에서 고비고개로 넘어가야 하는데 길을 못찾는 바람에 그만 적석사 방향으로
향하고 말았다. 물론 기대했던 진달래도 피어 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예년과
는 달리 오랜 기간 계속된 꽃샘 추위 탓이리라. 아마도 진달래가 만발하려면 적어도 열흘은
지나야 할 것 같았다.
만발한 진달래 꽃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고인돌군을 지나면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적석사를 빠져 나오자, 드디어 활짝 핀 진달래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 정상보다는 훨씬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더구나 남향의 양지바른 곳이기에 정상주변의 진달래 보다 일찍 피어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만발한 꽃들을 보니 일행들의 마음이 크게 밝아지고 있는 듯 했다.
화사한 꽃들을 보면 볼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들은 절대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벼랑위에 피어있는
진달래는 산자락의 진달래를 절대 시샘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활짝 피어 난 진달래도 역시
아직 꽃망울 터트릴 날만 기다리고 있는 정상주변의 진달래를 향하여 교만해 하거나 시건방을 떠는 일이 없다.
사람의 탈을 쓴 우리는 몇 번이고 곱씹어 볼 일이다.
사람은 자연에게 덕을 입힌 일이 없는데 자연은 이처럼 봄이라는 계절에 꽃과 향기로 우리의 눈과 숨길을
맑게 해주고 있다. 그동안 산길을 걸으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길섶의 모든 작은 생명들이 내리는 실비 속에
서도 어쩜 저리도 환하게 일어나는지...문득 그동안 계절의 변화에 무감각했던 내 무관심이 진정 부끄러워
오늘은 그 작은 것들에게 다정한 눈길을 내주고 또 내줄 수밖에 없었다.
화사하게 피어 난 진달래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잠시 상념에 잠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대하자니 이렇게 위대한 자연의 품에 안기자니 문득 문득 내 비밀을 감추고 싶어졌다.
어떤 비밀도 감출수 없는 사람은 차라리 슬픈 사람이었다.
감추는 것이 많을수록 나는 더욱 더 나일수 있었고 그것이 혹 가식처럼 느껴지더라도 나는 그 가
식조차 지키며 내 속 깊이 감추고 싶었다.
나는 또한 비밀처럼 그대를 가슴속에 숨기고 있었을 때 잠시 행복하기도 했었다. 내 초라한 어떤
부분을 필사적으로 감추며 산다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일 수 있었는데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나의 초라
함을 들키고 말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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